티스토리 뷰

‘종교와 동물’을 주제로 한 추계 심포지엄을 마치고

2011.1.22


한국종교문화연구소(이하 ‘한종연’)는 “종교와 동물”이라는 좀 색다른 주제를 가지고 하반기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지난 7월 “한국사회 신화담론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로 한 상반기 심포지엄이 있은 지 꼭 4개월 만에 여러 회원들이 다시 모였다.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원이 참석해 저녁 뒤풀이까지 장장 6시간 동안 관련 발표와 토론이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총 6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하기에는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종교와 동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테마를 모두 살펴보는, 좀 거칠지만 아주 효율적인 자리가 되었다. 새로운 주제에 맞춰 글쓰기가 쉽지 않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발표와 토론을 맡아주신 연구자들 덕분에 이번 행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발표된 장석만의 논문 “종교와 동물, 그 연결점의 자리”는 이번 심포지엄의 기조발제의 성격을 띠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동물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과정과 더불어 서구사회와 학계에서 ‘동물문제’가 부각되는 맥락을 ‘종교와 세속의 이분법’ 및 ‘인간과 동물의 이분법’의 틀로 설명하였고, 그러한 이분법이 쇠퇴하면서 동시에 동물복지론과 동물권리론 등이 부각된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동물의 문제와 종교의 다른 연결점으로 인간의 정체성 수립에서 타자로서의 동물이 차지하는 위상에 주목하면서, 종교와 세속의 구분에 따른 동물에 대한 태도의 변화와 그 의미를 검토하였다. 토론에 나선 이창익은 인간과 동물의 이분법은 인간의 몸과 정신의 이분법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종교와 세속의 이분법의 이론적 토대가 된다는 점을 보완해 주었다. 즉 인간과 동물의 이분법 근저에는 종교와 세속의 이분법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인간의 동물적인 것의 세속화 과정과 인간의 정신적인 것의 종교화 과정이 진행된 결과라고 하였다.

이어 발표된 이병욱의 글은 아힘사와 희생제의 개념을 중심으로 ‘인도종교에서 동물에 대한 존중 태도’가 어떻게 출현하였는가를 규명하되 특히, ‘내면적 동기’를 중시하는 불교와 ‘외면적 행위’에 중점을 두는 자이나교의 차이를 중점적으로 분석하였다. 토론에 나선 류제동은 진정한 동물애호는 내면적 동기와 외면적 행위가 함께 가야하고, 인간이 어떤 존재를 대상화하고 도구화할 때 인간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삶마저 대상화하고 도구화하는 비극적인 상황에 이른다며, 동물을 사물이나 도구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발표된 김형민의 논문은 유일신 전통 특히, 히브리성서(구약)와 신약성서를 중심으로 유대기독교 전통의 경전에 나타난 동물 이해의 다양한 용례를 검토하면서 기존의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인간기원론에 주목할 것, 그리고 ‘공피조물’이라는 새로운 인간-동물 관계에 근거한 창조신학과 동물윤리의 수립을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강병오는 초대교회 이후 동물과 관련하여 등장하는 금욕주의를 비롯하여, 생태주의자 예수나 신중심주의 등과 관련된 논의를 새로운 창조신학과 동물윤리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네 번째, 박상언의 논문 “간디와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채식주의의 노스탤지어” 는 최근 서구사회에서 육식문화의 대안으로 떠오른 채식주의와 그 밑에 깔려 있는 여러 동기와 맥락을 검토하였다. 그의 논의에 의하면 타락 이전의 순수한 상태로 회복하려는 19세기 채식주의자들의 신념, 미각의 통제를 통해 금욕주의적 자기정화를 추구하는 간디의 태도, 그리고 자신의 영혼구제를 위한 채식의 준수는 한곳에서 합류한다. 특히 채식주의에 나타난 도덕적 감수성과 공감의 상상력에 주목했다. 토론에 나선 김윤성은 19세기의 채식주의와 현대의 채식주의의 차이, 채식주의의 ‘이념’과 인간의 잡식성의 ‘현실’의 차이에 주목하면서, 채식주의가 강요될 때 생겨나는 오만의 문제, 채식주의의 이념과 현실의 괴리에서 생겨나는 채식주의자들의 불편 문제 등을 논의거리로 제안했다.

다섯 번째로 발표된 방원일의 글은 초기 종교학의 원시종교 이론 특히 토테미즘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설정하는 범주가 서구 근대의 우월주의와 어떻게 관련 되었으며 최근의 논의에서는 이러한 틀이 어떻게 극복되어 가는지를 추적하였다. 특히 발표자는 북미 인디언의 ‘사람’(person) 개념이 ‘인간’(human being)만이 아니라 다른 생물(non-human being)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임을 소개하면서 서구의 산물인 인간-동물의 이분법과 다름을 강조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 종교학 용어나 이론의 비판적 재성찰의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토론에 나선 구형찬은 원시종교 연구와 관련하여 초기 종교학사에 등장한 진화론적 종교이론은 원시인의 열등성을 주장하는 담론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초기 원시종교 이론에 대해 보다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마지막으로 발표된 홍윤희의 “중화민족이 용의 후예가 되기까지”라는 논문은 상상의 동물인 ‘용’이 중국 사회에서 민족의 상징으로 전유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하였다. 발표자는 문화대혁명 이후 전통문화의 부활과정에서 여러 동물의 형상을 종합한 용 토템론이 TV등의 대중문화를 통해 확산되고 소학교 어문 교과서에까지 실리는 방식으로 ‘감정의 공명’을 유발하는 현상에 주목하였다. 요컨대 중국의 민족주의가 용 토테미즘이라는 형태로 새로운 ‘현대의 종교’를 주조해 내고 있음을 주목한 것이다. 토론에 나선 임현수는 국민국가가 사회통합을 위해 특정 동물을 활용하는 일은 많다며, 중국의 용 상징 전유현상을 사실과 믿음의 차원에서 구분하려는 필자의 노력이 인문학에서 가능한가, 그리고 국민국가라는 근대성과 토테미즘의 공존 및 결합이 좀 어색하지 않는가라는 질의를 하였다.

종합토론에서는 채식의 본질은 생명존중 사상이며 사랑과 자비의 실천이라는 지적과 더불어 ‘야만성’과 ‘원시성’라는 용어를 구별해서 분명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종교와 동물에서 꼭 다루어져야할 ‘12지신상’에 관한 테마가 빠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 외에도 종차별주의로 나타나는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생태학적 차원의 비판적 작업, 이와 관련되어 서구 종교학에 나타난 인간-동물 이분법 및 종교-세속 이분법에 대한 전면적 재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종연이 동물애호 단체나 동물농장을 경영하는 단체로 변신한 것도 아닌데,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가 왜 하필이면 ‘종교와 동물’인가? 하는 전화문의도 있었다. ‘종교와 동물의 관계를 묻는다는 것’은 결국, ‘종교와 동물, 그리고 인간’ 3자의 관계에 대한 물음이라고 볼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종교라고 하는 문화의 장(場)’ 즉, 특정 종교전통 그리고 종교와 관련된 담론, 실천, 제도의 영역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어떻게 (재)구성되어 왔는지, 또 그러한 과정이 갖는 ‘의미와 효과’가 무엇인가를 ‘종교문화비평 차원’에서 점검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이러한 물음을 두 가지 차원으로 접근하였다. 하나는 ‘종교와 인권’ 논의를 동물의 차원에까지 확장하는 동시에 ‘종교와 생태(자연)’ 논의를 동물을 중심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으로서, 여기서 핵심적으로 등장하는 이슈는 동물윤리와 관련된 동물보호와 동물권, 채식주의 운동 등이다. 다른 하나는 다양한 동물상징과 표상에 투영된, 특정사회와 문화의 ‘인간관과 우주론’을 드러내는 작업으로서, 이 영역에서 핵심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동물 관련 신화와 의례, 특히 토테미즘이다. 이처럼 동물보호라는 말로 압축되는 ‘윤리의 차원’과 동물상징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인식의 차원’은 서로 구별되면서도 연관되는 지점이 있기에 이번에 함께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 보았다.

윤승용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seyoyun@yahoo.co.kr


주요 논문으로〈한국사회변동에 대한 종교의 반응형태 연구〉,〈근대 종교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방안〉등이 있고,

저서로《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공저),《한국 종교문화사 강의》(공저),《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등이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