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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종교와 동물’인가?

(사)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년도 하반기 정기 심포지엄

2011.11.1


종교문화에 대한 학술 비평을 목적으로 2011년 8월 설립된 본 학회(종교문화비평학회)는 창립 기념 심포지엄의 주제로 ‘종교와 동물’을 택했다. 왜 하필 ‘종교와 동물’인가? 종교와 동물의 관계를 묻는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선 유념해야 할 것은 이 물음을 묻는 주체가 동물 자신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물음은 “종교의 장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어떻게 나타나는가?”라는 물음으로 바꾸어 볼 수 있다. 요컨대 이번 심포지엄은 종교라고 하는 문화의 장(특정 종교전통 내부 및 종교와 관련된 담론, 실천, 제도의 영역)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어떻게 (재)구성되어 왔으며 그러한 과정이 지닌 의미와 효과는 무엇인가를 종교문화 비평의 차원에서 점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이러한 물음을 두 차원으로 나누어 접근한다. 하나는 ‘동물보호’와 관련되는 논의이고 다른 하나는 ‘동물상징’과 관련된 논의이다. 전자는 ‘종교와 인권’ 논의를 동물의 차원에까지 확장하는 작업인 동시에 ‘종교와 생태(자연)’ 논의를 동물을 중심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이 영역에서 핵심적으로 등장하는 용어는 육식문화와 채식주의, 동물복지, 동물권, 동물윤리 등이 될 것이다. 후자는 다양한 동물표상과 동물상징에 투영된 특정 사회와 문화의 인간관과 우주론을 드러내는 작업으로서 이 영역에서 핵심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동물신화와 희생제의가 될 것이다. 동물보호라는 용어와 관련된 ‘윤리적 차원’과 동물상징이라는 용어와 관련된 ‘인식론적 차원’은 이처럼 분석의 차원에서는 구별되지만 실제의 차원에서는 상호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6개의 소주제가 발표된다. 첫 번째 논문은 기조발제의 성격을 띤 것으로서 최근 서구사회와 학계에서 ‘동물문제’가 부각되는 맥락을 ‘종교와 세속의 이분법’ 및 ‘인간과 동물의 이분법’의 ‘쇠퇴’라고 하는 측면에서 그 의미를 검토한다. 두 번째 논문은 아힘사와 희생제의 개념을 중심으로 인도종교(힌두교, 자이나교, 불교)에서 동물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어떻게 출현하였는가를 규명하되 특히 ‘내면적 동기’를 중시하는 불교와 ‘외면적 행위’에 강조점을 두는 자이나교의 차이를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세 번째 논문은 유일신전통(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특히 기독교전통에 나타난 인간중심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창조신앙’에 근거하여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새로운 동물윤리를 제안한다. 네 번째 발표는 19세기 이후 서구사회에서 육식문화에 대한 대안문화로 떠오른 채식주의와 그 밑에 깔려 있는 ‘세속적 금욕주의’를 검토한다. 다섯 번째 글은 초기 종교학의 원시종교 이론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설정하는 범주가 서구 근대의 인식론적 우월주의와 어떻게 관련되었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마지막 논문은 상상의 동물인 ‘용’이 중국 사회에서 민족의 상징으로 전유되는 과정을 문화 민족주의의 형성과 관련하여 검토한다.

2011. 11. 1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윤승용

종교문화비평학회 회장 장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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