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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자치단체의 개발붐, 종교간 갈등, 그 결말은?

2010.12.14


최근 몇 년 사이에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역관광 상품개발이 상당히 활발해 졌다. 그 덕분에 요즘 대한민국은 어디를 가도 지역축제나 문화재관련 관광상품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역문화관련 관광상품을 조성하는 근거는 문화재, 지역특산품, 인물, 설화, 이벤트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필자가 출퇴근하는 경북 경산시에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지역개발붐을 타고 새로운 지역문화 사업이 한창이다. 바로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은 불교계 인물인 원효, 설총, 일연의 삼성현을 추모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의의에서 출발하였다. 삼성현 중 원효와 일연이 경산출신으로 알려져 있고 원효의 아들인 설총 역시 이 지역과 연고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 경산시는 삼성현 정신의 계승공간을 정비하고 다기능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하여 지역문화관광 활성화의 거점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삼성현 문화사업을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경산시는 국고와 도시비를 합한 400여억 원의 예산을 설정하고 지난 3월, 공원 기공식을 마친 후 공사완료예정일인 2012년 4월까지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 동안 행정적인 어려움과 역사적 고증의 부족으로 수년째 지지부진해왔던 이 사업이 활기를 띠자 지역 불교계는 적극적으로 환영하였다. 지난 1997년 문화재청은 경산지역에 삼성현 관련유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적지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현재 경산시는 흩어져 있는 역사적 흔적들을 집약할 수 있는 문화공간 창출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경산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도시전체를 삼성현도시로 브랜드화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도로명이 삼성현 이름으로 변경되었고 홍보게시판이 곳곳에 설치되었으며 삼성현의 동상과 구조물도 생겨났다. 경산시를 삼성현의 고장으로 이미지화하겠다는 의욕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경산지역 불교문화재 개발에 막대한 정부지원이 확정되고 사업이 구체화되자 경산지역의 보수개신교계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영남지역은 예로부터 불교가 강세인 지역이며 개신교 역시 보수적인 장로교가 우세한 지역이다. 이미 영남지역의 보수적인 개신교단체들은 팔공산불교테마관광지 조성사업에 예민해져 있는 상태에다 올해 들어 경산시의 삼성현 도시브랜드화 사업이 활기를 띠자 본격적으로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들어섰다.

<< 개신교계의 반대근거는 종교편향성이다. 특정종교에 대한 국고지원은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되며 정부의 문화재보호지원이 대부분 불교에 혜택이 돌아가고 여기에 비해 개신교 지원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다. 종교적 근거로는 개신교 관점에서 불교테마공원은 전통문화의 가면을 쓴 우상과 미신의 종교를 선전하는 것이라는 보수개신교 특유의 공격적인 표현도 등장하고 있다.

<< 한편 일각에서는 개신교문화유산을 개발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경산시와 인근한 대구의 동산의료원 내 선교, 역사, 의료박물관과 선교사무덤, 삼일운동길을 중심으로 기독교근대문화벨트 조성사업을 기획하는 움직임이 있으며 관공서 역시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구와 경산지역 개신교단체들은 개신교개발사업보다 불교사업 반대에 관심이 더 큰 형편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을 보면 각 종단과 관공서의 입장차이가 잘 드러난다. 관공서는 지역개발의 과제아래 종교문화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실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능하다면 종교문화사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종단은 자신의 종단이 관련된 문화사업은 적극 환영하지만 타 종단관련 사업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형편이다. 대구와 경산의 경우, 도시 전체를 불교문화로 브랜드화한다는 것에 대해 보수 개신교계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관공서가 이러한 종교간 갈등을 어떻게 대처하고 행정적으로 풀어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 몇 년 전 종교학회에서 어느 교수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장례식장에서 서로 다른 종교의례가 동시에 전개되어 유족들 간의 다툼이 있을 때, 직원들이 종교 간의 대화를 시도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 유일한 해결책은 장례비용을 깎아주면 양측이 불만이 없다고 한다. 결국 이 갈등의 실마리도 금전문제가 원활하게 해결될 때 이루어질 것이다. 산적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혜정_

대신대 부설 기독교역사문화연구소 연구원kamihye@dreamwiz.com

주요 논문으로 <한경직연구의 관점 : 기독교적 건국론>,<천주가사의 저작배경과 내용의 변화>, <미국 공립학교에

서의 종교교육>, <한국 그리스도교의 정치종교 관계인식 : 천주교와 개신교의 사례를 중심으로>등이 있고, 저서로

<<현대 한국의 정치와 종교>>(공저), <<종교교육 비교연구>>(공저), <<한국의 종교교단연구Ⅵ>>(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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