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뉴스 레터

135호-종교, 헌법 그리고 종교헌법(민경식)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26. 16:28

종교, 헌법 그리고 종교헌법

2010.12.7


지난 7월 국회도서관은 OECD국가와 동아시아 주변국가 등 35개국의 헌법 전문을 번역하여 수록한 『세계의 헌법』을 발간하였다. Ⅰ,Ⅱ 두 권을 합하면 1500면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의 귀중한 자료집이다. 일반적으로 헌법연구는 우리 헌법을 중심으로, 이에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국가의 헌법을 더하여 해설하고 비교하는 방법으로 행하여지고 있는데,『세계의 헌법』의 발간으로 향후 헌법연구의 대상과 범위가 대폭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필자는『세계의 헌법』에서 종교 관련 조항만을 선별하여 고찰하면서, 종교와 헌법 그리고 양자의 관계에 관하여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첫째, 헌법에 있어 종교는 기본적 원리 내지 제도로서의 성격과 기본적 권리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종교가 갖는 이러한 이중적 성격의 발현형태는 헌법에 따라 상이하지만, 대체로 이러한 이중적 성격을 동시에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다수의 헌법은 객관적 원리 내지 제도로서의 종교와 주관적 기본권으로서의 종교의 자유를 전후 편별을 달리하여 규정하고 있다. 전문에서 부칙에 이르기까지 헌법전의 모든 조항이 동일한 규범력과 중요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헌법전에 있어 머리 부분에서 규정하고 있느냐, 아니면 중간 부분에서 규정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다르다.

<< 둘째, 다수의 헌법이 정교분리의 원칙이나 국교제도 내지 지배적 국가종교 등에 관해서는 대체로 전문이나 기본 내지 원칙조항 부분, 우리 헌법전으로 보면「전문」과「제1장 총강」에 해당하는 편에서 규정하고 있다. 헌법전의 이 편은 헌법 전체를 지배하는 기본적 이념과 가치를 제시하는 부분으로 최고규범에 해당한다. 헌법전의 모두 부분에 프랑스는 비종교적 공화국임을, 인도는 정교분리주의적 민주공화국임을 규정하고 있고, 또한 노르웨이덴마크아이슬란드는 복음주의 루터교가, 이라크는 이슬람교가 국교 내지 공식종교임을 규정하고 있다.

<<셋째, 대부분의 헌법들은 정신적 자유의 중핵으로서 종교의 자유를 기본적 자유와 권리 부분, 우리 헌법의「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해당하는 편에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구체적 내용은 너비과 깊이에 있어서 극히 다양하고, 관련 조문 수도 한 두 조항에 그치는 헌법이 있는가 하면, 수 개 조항에 이르는 헌법도 있다. 그 유형을 보면 종교의 자유를 포괄적이고 일반적으로 규정한 헌법이 있는가 하면, 그 구체적 내용, 즉 신앙의 자유, 종교적 활동의 자유, 선교의 자유, 종교단체의 자유 등을 열거하는 헌법도 있다. 그리고 동일조항에서 종교에 인접한 양심, 사상, 신조, 의견 등을 함께 규정하는 헌법도 있고, 더 나아가 종교가 다른 기본권, 예컨대 평등권, 공무담임권, 교육을 받을 권리와 국방의 의무 등에 관한 규정에 내포되어 있는 헌법도 있다.

<<넷째, 그밖에도 시선을 끄는 특이한 종교 관련 조항도 있다. 국가 내의 일부 지역에 독립적이며, 주권을 갖는 교회체제를 인정하는 헌법이 있는가 하면, 종교사제의 급여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헌법도 있다. 국왕, 대통령, 의회 의원 등의 신분과 관련하여 특정 종교의 신도일 것을 요구하는 헌법이 있는가 하면, 역으로 이들이 종교단체의 성직자가 아닐 것을 요건하는 헌법이나, 과반수 이상의 국무위원이 특정 종교의 신자일 것을 요구하는 헌법도 있다. 대통령, 의회 의원 등이 취임하면서 행하는 선서의 말미에 “신이여, 나를 도우소서” 등의 신의 가호를 기원하는 문구을 강제하는 헌법이 있는가 하면, 당사자의 신앙에 일임하는 헌법도 있다. 국가재정 부문에서 공공재산을 종교조직이나 단체에 지출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헌법이 있는가 하면, 사립을 포함하여 종교학교에 대한 국가의 공적 지원을 인정하는 헌법도 있다. 종교의 자유를 고도로 보장하기 위하여 비상사태나 계엄령의 선포 등 국가긴급권에 의해서도 이를 정지할 수 없도록 하거나, 이에 대한 헌법개정을 금하는 헌법, 그리고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는데 이용할 수 없다는 헌법도 있다.

<< 다섯째, 종교는 본질적인 헌법사항이다. 어느 국가의 헌법에 종교에 관한 규정이 없으면, 그 국가는 헌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할 정도로, 종교는 헌법의 필수적인 규율대상이다. 불문헌법의 국가나 성문헌법의 국가 중에서도 헌법체계를 달리하는 소수의 국가에서는 헌법적 법률에서 종교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예도 있다. 그리고 각국의 종교헌법은 고유성독자성과 일반성보편성을 동시에 띠고 있다. 종교헌법은 한편으로 각 국가의 고유한 역사를 반영하는 역사적 산물이기 때문에, 지구상의 국가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또 다른 한편으로 종교헌법이라면 종교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한 기본권의 체계화인 동시에 이를 위한 최적의 국가구성의 원리이어야 한다는 당위론적 요청에서 각국의 종교헌법은 큰 틀에서 유사하지 않을 수 없다.

<< 헌법전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해석하고 다른 나라 헌법과 비교 고찰하여 이론적으로 체계화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다. 이 점에 있어 종교헌법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헌법을 비롯하여 하위법 조문의 문구를 위주로 한 종교이해만으로 충분한가 ? 대상국가 35개국 중 종교헌법이 종교현실에서도 제대로 규범력을 발휘하는 헌법은 얼마나 적으며, 또 단순한 장식에 지나지 않는 헌법은 얼마나 많은가 ? 상당수 국가의 실정은 헌법 따로 종교 따로 아닌가. 종교헌법과 종교현실의 일치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조문 위주의 연구만으로는 충분히 그리고 만족스럽게 종교를 이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서문에서 김일성 동지를 16회나 언급하면서, 헌법 자체를 김일성헌법이라고 규정짓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사회주의헌법에서 공민이 가진다는 신앙의 자유를 문구 그대로 이해하여도 좋은가 ? 우리 헌법은 제11조 제1항 제2문에 차별을 금하는 사유의 하나로 종교를 예시하고 있고, 제20조 제1항에서 종교의 자유를 그리고 동조 제2항에서 정교분리와 국교부인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종교헌법과 종교현실은 어느 정도의 괴리를 보이고 있는가 ? 종교헌법은 이러한 의문들에 대해서는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한계를 갖고 있다.


민경식_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ksmin@cau.ac.kr

주요 논문으로 <서독기본법에 있어서의 사회화에 관한 연구>,<헌법제정권력이론의 역사적 발전>,<헌법과 노동인

격의 실현>,<일본헌법에 있어서의 정교분리>등이 있고, 저서로 <<헌법판례연습>>이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