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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구 통계를 통한 종교문화읽기

2009.4.7




문화체육관광부는 2009년 1월 19일 “2008년도 한국의 종교현황”이라는 제목으로 종교단체가 집계한 종교 인구를 포함한 종교현황 자료들을 발표했다. 아마 양적인 과시를 보이려는 종교단체의 보고 집계라서 아예 관심을 두지 않은 연구자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종교단체의 의지가 숨어있고, 단체마다 통계를 처리하는 방법이 달라서 그 이면에 읽을거리가 많다는 이유로 그 자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문제가 있는 통계라 하더라도 통계 방법과 절차만 분명하다면 모든 통계는 그 나름의 독특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통계든지 자료는 읽는 자 눈의 문제이다.

문광부가 발표한 종교별 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교직자수가 총 36만여명으로, 불교가 4만9000명, 개신교가 9만6000명, 천주교가 1만4000명, 유교가 300명, 천도교가 1,500명, 원불교가 1,800명, 대종교가 22명, 그 밖의 종교가 2만여명이다. 종교별로 집계된 이번 종교인구는 한국의 실제인구 두 배에 가까운 총 8200만명에 달한다. 불교가 3950만명, 개신교가 1190만명, 천주교가 480만명, 유교가 1010만명, 천도교가 10만명, 원불교가 148만명, 그 밖의 종교가 1440만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2년 종교단체 자체 집계와 비교하면, 현재 불교, 천주교의 신도수는 각각 5.5%, 15%가 늘어난 반면, 개신교의 신도수는 36%나 줄어 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천도교와 대종교 등 일부 종교도 신도수가 크게 줄었다. 교직자 역시 불교와 천주교는 각각 19%와 17%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개신교는 2% 감소하였다.

이런 통계를 보면, 우선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연구자들이 많을 것이다. 집계한 종교인구가 한국의 인구보다 더 많다든가, 유교의 인구가 천만이 넘는다든가, 한국의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3대 종교 인구를 제외한 종교인구가 실제 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든가 등등. 그럼에도 이 집계 통계는 종교단체가 스스로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종교 연구자들에게는 나름의 독특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개신교와 천주교는 개인적인 회심을 중요시하고 신앙의 개인적인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다른 종교통계와 일치하는 반면에 불교와 같은 전통종교는 가족중심의 신앙이기 때문에 종교단체에 가입하든 아니하든 본인 의사에 관계 없이 신도수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관련 통계가 상황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개신교와 같은 유동성이 많은 종교단체의 종교 인구는 냉담자나 개종자가 많아 신도 수에 허수가 많고, 한국인의 신앙은 여러 신앙이 중층적이기 때문에 여기저기에 신도로 이름을 올리는 것도 큰 문제로 삼지 않는다. 이 같은 유형의 통계는 종교단체가 자기 과시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실제의 신도수와 관계없이 위와 같은 한국의 독특한 종교문화현상을 확인해 주는 좋은 실증적인 증거가 된다.

한편, 동 자료를 통해 더 많은 메시지를 찾을 수 있게 한 것은 동 자료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정확한 통계자료가 있기 때문이다. 2005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인구센서스에서 종교 인구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여 조사결과를 2007년도에 발표한 바가 있다. 이 전수 조사는 유도적인 설문이나 자기 검열적인 답변만 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표본추출에 따른 오차는 없는 완전한 통계자료라고 볼 수 있다.

그 자료에 의하면 전국 인구 4704만1000명 중에 종교 인구는 2497만명(53.1%)이다. 그 중에 불교는 1072만명(종교인구의 43.0%), 개신교가 861만명(34.5%), 천주교가 514만명(20.6%), 유교가 10만명(0.4%), 원불교가 13만명(0.5%), 천도교가 4만5천명(0.2%), 증산교가 3만4천명(0.1%), 대종교가 3,000명(0.0%), 기타종교가 17만명(1.7%), 미상 20만명(0.4%)으로 나타났다. 1995년도와 비교해 보면, 종교 인구는 3%정도 증가하였다. 메이저리그인 큰 종교들을 보면, 불교는 2.7% 감소, 개신교는 4.3% 감소한 반면에 천주교는 7.5% 크게 증가했다. 이는 불교 및 개신교 신도가 대거 천주교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 마이너리그인 여타 종교에서는 원불교와 천도교는 증가하고, 유교를 비롯한 증산교, 대종교 등은 감소하였다. 그럼에도 기타 종교는 줄지 않았다. 이는 아직 이름 없는 새로운 종교들이 부침을 계속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렇게 전혀 다른 자료를 서로 비교할 때 특정 통계자료가 가지는 의미를 올바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두 자료를 종합해 보면, 지난 10년 동안 개신교의 신도 수는 크게 감소하고 천주교의 신도 수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인의 전통적인 영성을 대폭 받아드린 천주교의 비중이 최근 확대되고 있는데 반해 정작 전통적인 영성 그 차체인 전통종교들은 한국 종교문화에서 감소되거나 여전히 잠재적인 존재로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아직도 종교인구가 반 밖에 되지 않는다. 종교문제가 시회중심 문제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 내에서 연구자들도 종교 간의 문제만 다룰 것이아니라 종교인과 반종교인이나 비종교인간의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각 종교단체들도 종교적인 신념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들을 활용하고 시의(時宜)에 맞게 자신을 정립할 때이다.

_윤승용

seyoyun@yahoo.co.kr ,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주요 논문으로〈한국사회변동에 대한 종교의 반응형태 연구〉,〈민간신앙과 사회변혁〉,〈최근 20년간 한국종교문화변동〉,〈근대 종교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방안〉,〈종교법인법 제정〉등이 있고, 저서로《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공저), 《정화운동과 21세기 불교》(공저), 《한국 종교문화사 강의》(공저),《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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