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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산사(佛光山寺)와 종교문화원형의 활용

2009.1.13



최근 본 연구소가 추진하고 있는 ‘종교문화원형의 콘텐츠 활용’과 관련해서 해외조사 가운데 종교문화를 가지고 만든 대만 불광산사의 테마파크를 벤치마킹하는 순서가 잡혀 있었다. 방문을 앞둔 나는 성찰의 문화인 종교문화를 이용하여 인간이 즐기기 위한 테마파크를 만든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연구소가 하고 있는 종교문화의 콘텐츠 활용은 이같이 결국 종교문화의 진지함은 훼손시키고 상업적 목적에 활용하는 묘안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아도 현대사회에서 성찰의 문화가 힘을 잃어가는 판에 그것을 더 부채질하고 있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좀 꺼림직 하였다. 그런데, 내가 가서 확인해 본 불광산사는 이러한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기존의 테마파크와 달리 종교문화를 상업화하지도 세속화하지도 않으면서 종교문화 그 자체를 생활화하고 대중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문화산업의 기초가 되는 문화콘텐츠가 부족한 우리에게도 그것이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여기에 소개해 보기로 하였다.

불광산사는 대만 남부 가오슝션(高雄懸) 다슈샹(大樹鄕)에 소재하고 있는 대만의 대표적 사찰중 하나이다. 특히 이 절은 문화와의 접목을 통한 설법과 포교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사찰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즉, 사찰 자체가 바로 불교문화의 집합소인 불교문화 테마파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불광산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산 전체가 하나의 사찰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부에만 주요 건물이 20여 채가 넘는다. 그리고 불교라는 종교문화를 바탕으로 하여 건축, 유물, 출판, 방송, 교육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콘텐츠를 개발 활용하고 있는 성공적인 사례에 속한다. 불교 성지인 사찰의 개념을 넘어 불교문화원형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불교문화 테마파크로서 불교 신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높은 언덕에 거대한 불상을 중심으로 수 백 여개의 불상이 둘러싸고 있어 마치 부처가 세상을 굽어보는 듯한 형상의 대불성(大佛城)에서부터, 불상 조각들로 이루어진 정토동굴(淨土洞窟), 15M 크기의 거대한 불상이 놓여 있는 대웅보전(大雄寶殿), 불교 유물과 미술품을 전시하는 보장관(保藏館)과 불광연미술관(佛光緣美術館), 연못과 공원에서 대학까지, 불광산 내부를 순회하는 자동차가 운행될 정도로 규모가 매우 크다. 사찰 자체의 관광 콘텐츠로서의 자질 이외에도 불교문화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개발, 활용되고 있다. 불광산 내부에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갖추어져 있다. 별도의 건물을 새로 짓기 보다는 불당의 지하공간을 활용하여 보다 넓은 공간에 다양한 불교유물을 전시해 놓았다. 불교미술관은 불교와 관련된 과거의 유물은 물론, 현대 불교 미술작품까지 전시해 불교 미술을 장려하는 데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러한 미술관은 대만 불광산사 본원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미국, 유럽의 4곳에 설립되어 있으며, 각 미술관에서는 소장품 상호 교환 전시회를 개최한다. 또한 불교와 관련된 것 이외에도 전통 차문화라든지 도자기 문화 등 전통문화의 교류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이 사찰은 설립 때부터 염불회와 청년회, 아동주말학교, 홍법단 등을 조직하여 수계와 승가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이에 따라 출판사와 서점, 의원을 비롯하여 2개의 중학교와 대만에 불광대학(佛光大學), 남화대학(南華大學), 미국의 서래대학(西來大學) 등 3개의 대학과 대학원 과정인 불학원(佛學院)을 창설하였다. 또 인재 양성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의 설법전파를 시도, 대만에서 최초로 라디오와 TV를 이용한 전파포교를 시작하였으며, 1998년 1월에는 불광위성TV(佛光衛星TV)를 개국하였다. 사찰안에 방송국이 위치해 있는 것이다. 매년 신년평안등법회, 단오절법회 등 10여개가 넘는 중요행사를 치러냄으로써 종교 성지로서의 본연의 역할수행에도 소흘함이 없다. 승려를 배출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수계식을 행하고, 신도들과 불교문화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을 위해 불교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활발하게 행해지고 있는 템플스테이와 같은 형식의 것으로, 불교 신자를 비롯하여 불교문화에 관심이 있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콘텐츠의 사례로 꼽힌다.

배현주(인하대 문화경영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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