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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0호-참회, 종교함의 기초(차차석)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14. 14:30

참회, 종교함의 기초



2008.11.25



다른 종교에서는 알 수 없지만 불교의식은 모두 참회(懺悔)로 시작해 회향(回向)으로 끝난다. 참회란 일반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 그것을 뉘우칠 때 사용되는 말이다. 이러한 참회는 대중에게 고백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자신의 허물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허물을 밝힐 수 있는 그러한 용기는 자신을 정화할 수 있는 내적인 힘으로 축적된다. 그렇게 내적으로 충만한 힘은 자연히 그것을 다른 존재와 공유하고자 하는 데 그것이 바로 회향이다.

참회는 잘못이 있어서 뉘우치는 경우도 있지만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이다. 태어나면서 인간이 지닐 수밖에 없는 원초적인 한계상황에 대한 도전이며, 이 땅에 존재하기 때문에 지니게 되는 다양한 편견과 닫힌 마음에 대한 두드림이다.

초기불교의 <如是於經>에 의하면 인간이 지니는 원초적인 한계상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사람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지니는 인간중심의 사고방식, 특정한 문화권에서 성장하며 수용하게 되는 특수성과 집단적 무의식, 교육의 과정에서 습득하는 다양한 훈습요인들, 그리고 대인관계, 기호, 종교, 이념 등등으로 인해 사물을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없게 만드는 모든 것들이다.

인간이 지니는 원초적 한계와 편견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누구나 지니는 것이며,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는 그러한 자기 한계나 편견을 자신이 인정하는 것이다. 인정하는 사람은 그러한 한계를 탈피하거나 축소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도리어 편견을 고집하게 된다. 이른 바 닫힌 마음의 소유자라고 지칭할 수 있는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도 불행하게 되지만 다른 존재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자신의 한계는 명확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우리는 참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참회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미 열린 마음의 소유자들이지만 겹겹이 쌓여 있는 현실적 한계를 절감하고 그것을 초극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참회는 단순히 잘못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며, 닫힌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참회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참회나 예불, 그리고 독경이나 좌선을 할 때 나와 주변의 일체 존재가 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는 심원(心源)을 반관(反觀)하여 주체와 객체의 마음이 둘이 아니며, 이들의 심상을 본래 하나의 모습이라 관찰하는 것이다. 전자를 지(止)라 하고 후자를 관(觀)이라 하며, 이 둘을 합쳐서 지관(止觀)이라 지칭한다. 결국 참회는 지관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곧 마음의 본질을 규명하여 원초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수행을 말한다.

이러한 수행을 통해 원초적 한계를 극복하고 모든 존재가 근원적으로 나와 다른 것이 아니라 인식하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참회는 단순한 반성이나 뉘우침이 아니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부단한 몸부림이다. 그러므로 참회야말로 불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출발이고, 인간다움을 회복시키는 희망의 빛이고, 한계상황에 있는 우리에게 자신만이 아니라 공업(共業)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


차차석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svhah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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