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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24호-개천절 유감(遺憾) (이찬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14. 14:13

개천절 유감(遺憾)

2008.10.14

해마다 맞이하는 민족의 명절 개천절. 올해도 전국에서 기념행사들이 있었지만, 개천절남북공동행사는 열리지 못하고 북쪽에서 공동발표문 없이 연대사만 왔다. 각설하고 필자에게는 30대부터 민족운동에 관심을 가진 이래 가시지 않은 네 가지 의문이 남아 있다.

첫째, 왜 경축사를 대통령이 하지 않고 국무총리가 하는가?

현행 “국경일에 관한 법률” 제2조에 의하면 우리나라 5대 국경일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이다. 세계의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건국기념일 또는 독립일은 있어도 하늘과 땅을 열고 나라를 열었다는 우주적 차원의 의미를 담고 있는 국가명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그 개천절 행사장에 국가원수가 참석하지 않는다는 점이 참으로 의문스럽다. 그런데 그 이유가 너무도 단순하다. 필자가 직접 행정안전부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대통령의 국경일 참석여부는 법령으로 제한된 것이 아니고, 전례(前例)도 있지만 대통령의 판단에 따른다는 것이다.

둘째, 왜 음력으로 하지 않고 양력으로 하는가?

보통 개천절의 근거가 되는 연대는 B.C. 2333년이나 그 이전으로 소급하기도 한다. 개천절이 경축일로 처음 제정된 것은 대종교에 의해서이다. 이는 상해임시정부를 거쳐 해방 후 정부수립시에 그대로 이어져왔는데, 당시 이승만대통령을 설득할 때에 안호상 초대 문교부장관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본래 개천절이 상달인 음력 10월 3일로 된 것은 우리의 농경문화에 바탕한 제천행사의 시기와 일치한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근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는 한 천문학세미나에서 개천절도 민족의 축제인 설날과 추석처럼 음력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개천절을 양력으로 정한 것은 태음력을 서양의 태양력보다 열등하게 봤기 때문”이라며 음력도 달의 변화와 조수간만의 정보를 알려주는 실용적인 달력이라고 강조했다.

셋째, 개천절의 주인은 한웅인가? 아니면 단군인가?

개천절은 말 그대로 '하늘의 열림'을 기념하는 날이다. 삼국유사는 개천(開天)과 개국(開國)을 분명하게 구별하면서도 개천의 의미를 강조해주고 있다. 개천이란 본디 한웅(환웅)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홍익인간의 뜻을 펼친 것이라면, 개국은 단군의 조선건국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개천과 개국을 혼동하여 사용하고 있다. 만약 현재와 같이 개천절을 한웅이 아닌 단군 중심으로 경축할 경우에는 개국절(開國節)이라는 명칭이 타당할 것이다. 물론 단군이 같은 날에 한웅의 홍익이념을 계승하여 나라를 세운 것으로 보고 있지만, 명실(名實)이 상부(相符)하지 못하므로 단군 못지않게 한웅에 대한 관심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개천개국절’이라는 명칭도 고려할만하다.

넷째, 몇 주년이 옳은가? 아니면 몇 년인가?

올해는 단기 4341년이다. 이번 개천절의 공식행사명은 “제4340주년 개천절기념식”이다. 주년이란 1년을 단위로 하여 돌아오는 돌을 세는 만(滿) 연수(年數)이다. 그런데 삼일절이나 제헌절도 아니고 개천절처럼 유구한 역사성을 가진 기념식을 구태여 주기를 따질 필요가 있을까? 1년의 시차로 인해 일반국민에게 공연히 착오만 일으킬 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예컨대, “단기4341년 개천절기념식”이라고 하면 누구나 올해의 개천절이 단군의 건국기원으로 4341년에 거행되는 기념식임을 금방 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이찬구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기획위원, 수운교사회부장 lee29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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