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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23호-<종교문화비평>14호 권두언(장석만)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14. 14:09

<종교문화비평>14호 권두언


*이글은 <종교문화비평>14호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

요즘 정치권에서 종교 문제로 시끄럽다. 이명박 정권이 개신교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불교계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당사자의 사과를 종용하면서 갈등을 무마하려고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등장하면서 불거진 종교적인 문제는 그리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대통령은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마무리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지만, 불교계는 쉽게 납득하려 하지 않으며, 종교차별 방지를 위한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불교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부는 조만간 공무원을 대상으로 종교차별 방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조만간 가동되면, 아마도 종교학자들이 공무원의 종교 교육 강사로 이리저리 초청받아 다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지난 9.11 사태로 이슬람 연구자가 귀한 대접을 받으며 붕붕 떠다녔듯이 이제 종교학자가 정부의 청사를 바쁘게 누비게 될 듯도 하다.

그동안 홀대받던 종교학이 이처럼 오랜만에 각광을 받는다면 뭐 나쁠 일이 있겠는가? 누가 보더라도 그리 탓할 일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서 어느 교수의 주장이 떠오르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기우라고 할 수밖에 없는가. 그는 종교학자로서 최선의 역할이 종교들을 소통시키기 위한 사회자나 교통정리자라고 역설하였다. 그래야 그는 종교학이 쓸모 있게 된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종교학의 할 일을 축소시켜 버린다면 정작 중요한 것은 소홀하게 취급받고 방치되게 마련이다.

그러면 학문으로서의 종교학에서 결코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던졌던 질문을 끊임없이 되새겨 보는 일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질문을 다시 던지는 일이다. 이런 작업은 질문을 던지는 자, 질문이 낳아져서 운반되는 상황, 그리고 질문의 청중 집단 모두에 관한 전반적인 되새김질을 요구한다. 객관성이란 쉴 새 없이 이루어지는 이런 과정 가운데에서 다만 부산물로서 얻어지는 것일 뿐이다.

이번 호의 특집인 인지과학적 종교연구는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종교현상에 대한 새로운 질문 방식이다. 지금 인지과학은 생물학, 심리학, 뇌과학, 컴퓨터학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인지과학적으로 종교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지만 종교를 인간적인 현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의지는 동일하다. 우리는 인지과학이 제시하는 종교현상의 분석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지과학적 종교연구의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질문의 피드백은 학자의 존재 조건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연구 논문은 특집의 주제와 연관하여 뇌과학과 종교연구의 관계를 논한 논문을 비롯하여 개신교 주일예배와 유교 기제사에 관한 의례연구, 한국의 종무행정에 관한 연구를 실었다. 각각 세 분의 심사 위원에게 위촉하여 통과된 논문이다. 이 논문들은 각각 종교 의례, 종교 행정 등 종교현상의 다양한 측면을 아우르고 있다.

종교문화기행은 독특한 종교적 전통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파주지역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런 종교기행은 종교와 지리적 조건의 흥미로운 연관성에 주목하게 만들어서 장차 종교지리학의 발전에 적지 않게 기여할 것이다. 설림은 인터넷 상에서 종교연구의 자료를 찾으려 할 때 매우 유용한 내용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필자의 도움을 기대한다. 주제서평은 최근 출판계에서 적지 않은 반응을 일으킨 반(反)종교적 혹은 반(反)기독교적 책을 다루었다. 우리 한종연이 이런 “안티”의 현상을 놓칠 수 없다. 이 관심도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장석만(한국종교문화연구소 편집위원장, skmjang@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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