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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의 '하느님',당신은 누구십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집 아이들은 커가면서 애국가 가사에 나오는 ‘하느님’이 누구이고, 어디에 계신 분인지 나에게 물어오지 않았다. 종교학 교수인 나에게 물어왔다면 하여간 남보다는 더 잘 답변했을 텐데 말이다. 처갓집이 천주교 집안이라 애 엄마의 영향으로 아마도 우리 집 아이들은 그 ‘하느님’을 그'하느님’으로 이해하고, 그런 질문을 쓸데없는 짓거리로 여겨왔을 것이다.

‘종교’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하고, 쓸데없는 기대를 많이 한다. 그런 사람들을 자주 접촉해야만 하는 우리 ‘종교학’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쓸데없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 ‘하느님’은 누구지? 물론 우리 ‘종교학’하는 사람들은 그 ‘하느님’이 구체적으로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하는 존재인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지 않는다. 단지 애국가를 함께 부르고 있는 우리들이 그 ‘하느님’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한다.

‘하느님’이 도와주고 지켜주어서 우리나라가 영원히 존속할 것이라고 우리는 애국가를 죽을 때까지 엄숙하게 부르고 또 부를 것이고, 우리의 후손도 또 다시 그럴 것이다. 너무 늦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그 ‘하느님’이 도대체 누구인지에 대해 우리 함께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종교’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신이든, 불보살이든 또 다른 존재의 도움을 갈구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스스로 노력을 전혀 안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가 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그것이 인격적이든 비인격적이든 또 다른 존재의 힘에 의지한다. ‘종교’하는 사람들은 이 때 그 또 다른 존재가 누구이고 무엇인지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그 ‘하느님’이 누구인지에 대해 도대체 모른다. 아니 함께 ‘하느님’을 갈구하면서 적어도 그 또 다른 존재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가 누구의 표현대로 ‘다종교 국가’이기 때문에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아니 바람직한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혹자는 그 ‘하느님’을 우리 조상들이 아주 옛날부터 믿어왔던 그 분이라고 한다.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분은 ‘사라져버린 신(deus otiosus)’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분에 대한 제사는 일찍이 없어졌고, 적어도 현재 그 분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 분이 그 ‘하느님’이어서는 안될 듯하다.

다행히 천주교인은 그 ‘하느님’을 그 ‘하느님’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것만 보면 천주교는 우리나라의 국교인 듯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개신교인은 그 ‘하느님’을 ‘하나님’으로 이해한다. 두 분이 똑같이 ‘deus’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하나님’은 ‘하나’에 접미사 ‘님’이 부가된 것으로 유일신의 의미가 강하다. 그리고 애국가 가사의 ‘하느님’이 ‘하나님’으로 쉽게 바뀌지는 않을 듯하다. ‘하느님’ 말고도 상제님, 한울님, 일원상 사은님 등등 우리 가운데는 각기 다른 여러 신앙대상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도 각기 좀, 아니 많이 불편하더라도 그 ‘하느님’을 자신들이 믿고 있는 신앙대상과 동일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하느님’이 부처님과 동일시되기는 모르기는 몰라도 매우 힘들 듯하다. 종교학자로서의 말이 아니다. 이제 그 ‘하느님’은 제발 좀 다른 곳으로 가주셨으면 좋겠다.


강돈구(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donku@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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