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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민, [21세기 人文學 리포트] 죽음에서 삶을 성찰하다

 

[MK뉴스] 2012.11.30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갈 때 가장 먼저 꼭 가보는 곳이 있다. 공동묘지다. 그곳에 가서 갖가지 모양의 무덤과 주변 장식, 그리고 다양한 비석과 글귀를 읽어본다. 그러고 나면 여행이 즐겁고 만나는 사람과 쉽게 친해질 수 있으며, 그들 풍습과 관행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죽음의 문화에서 삶의 문화를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그곳에서 종교의 의미도 새삼 되새기게 된다.

 

여러 종교에서 죽음만큼 중요하게 다룬 삶의 문제도 없을 것이다. 죽음의 문제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종교가 비롯되었다고 말하기도 할 정도다. 아마도 장례의식은 오늘날까지 세계의 거의 모든 문화에서 종교가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심도 있게 영향을 주어온 의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들에서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종교마다 각각 다른 교리와 사상으로 죽음을 설명하고 있지만, 적어도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대다수 종교들이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윤회를 믿든 부활을 믿든 모두 죽음을 전제한다. 죽지 않으면 윤회도 부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누구든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성숙한 종교적 삶으로 여겨진다.

 

두 번째 공통점은 죽음을 한 인간의 `끝`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죽음과 죽음 이후에 대한 여러 종교들의 해명은 죽음을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극락이든 천국이든, 아니면 환생이든 죽음 이후에 대한 모든 종교적 교리는 죽음을 현세에서 내세로 가는 과정으로 보는 전형적인 견해라 할 수 있다. 죽음에 대한 종교적 해명들은 인간을 육체적 존재로만 이해하지 않는 또 다른 공통점을 보여준다. 사람이 죽으면 그 육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시신을 매장해도 결국에는 없어지게 마련이다. 미라도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살아 있는 육체가 아니다. 육체적으로는 죽음이 인간의 `끝`이다. 그러나 대부분 종교들에서 인간은 육체적으로만 이해되지 않는다. 영혼이든 정신이든, 지바(Jivaㆍ자이나교)든 오온(五蘊)이든, 아니마든 아트만이든 간에 모두 육체 외에 다른 것이 인간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죽음은 `끝`이 아닐 수 있다.

 

죽음과 죽음 이후에 대해 여러 종교들이 해명하는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죽음 이후가 죽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가르치는 데 있다고 본다. 곧 살아 있는 삶이 죽음 이후 삶을 좌우한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면 할수록, 죽음 이후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삶을 성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리라.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은, 죽음을 도외시하고 혐오하는 세태와 관련이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본다. 장례식장을 혐오시설이라 여겨 님비 현상이 나타나고, 공동묘지를 공포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 아닌가. 여러 나라 공동묘지를 둘러보면서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곤 한다. 도심이나 마을 한가운데에 아름다운 공원으로 공동묘지를 조성하기도 한다. 자기 집 정원처럼 꽃과 나무로 장식을 한 무덤들도 많다. 그곳을 한가하게 산책하며 즐기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아이들 놀이터가 된 공동묘지도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일상의 삶 속에서 늘 죽음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죽음을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는 만큼 삶을 성찰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죽음에 대한 몇 가지 명언을 생각해본다. `죽은 정승보다 살아 있는 개가 낫다.`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삶이 끝나고 죽음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삶이 끝나면 죽음도 끝난다.` `사람이 태어날 때에는 한 사람만 울고 모두 웃지만, 사람이 죽을 때에는 한 사람만 웃고 모두 운다.` 이 모든 말들이 죽음을 말하지만 결국 삶을 가리키고 있지 않은가! 죽음을 생각하면서 삶을 성찰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상념(想念)에 잠겨본다.

 

[류성민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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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링크: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794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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