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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민, [21세기 人文學 리포트] 이슬람을 모르면 세계의 5분의 1을 모르는 것

 

[MK뉴스]2012.11.02

 

 

 

아마도 이슬람교만큼 우리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종교도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왜곡되고 편향된 시각으로 이슬람을 폄하하고 `이슬람 혐오증`을 불러일으키는 보도들이 적지 않다. 예컨대 전쟁과 테러를 조장하는 종교로 이슬람교를 규정하기도 하고, 가난하고 낙후한 국가는 모두 이슬람 국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슬람교에서는 술과 돼지고기가 금기로 돼 있는데, 예언자 무함마드가 술에 취해 죽었다고 한다거나 돼지고기를 먹고 죽었다는 허황된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기도 한다. 이슬람교를 마치 중동의 몇몇 국가들에나 있는 무시무시한 종교인양 공포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눈을 세계로 돌려보면 이슬람교가 얼마나 크고 위력적인 종교인지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전 세계에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무슬림)이 16억명이나 된다.(퓨 리서치센터, 2011)

 

이는 세계 인구의 20%가 넘는 수치다. 이슬람교는 적어도 49개 국가에서 국교이거나 최대 종교이고, 거의 모든 국가들에 전파되어 있다. 중국에는 2300만명의 무슬림이 있고, 미국에도 260만명이 있다. 유럽 대부분 국가들에도 수십만 명에서 수백만 명의 무슬림이 있다. 프랑스에는 총인구의 7.5%인 470만명, 독일에는 총인구의 5.0%인 410만명, 그리고 영국에도 총인구의 4.6%인 280만명의 무슬림이 있다. 아시아와 북부 아프리카, 동유럽 등에서는 이슬람교가 최대 종교인 국가가 대다수다. 20세기에 신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세계 종교가 이슬람교다.

 

물론 이슬람교도 다른 종교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파나 종파가 있다. 이슬람의 발생 초기로 돌아가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 복고적이고 원리주의적인 이슬람도 있고, 서구의 제도와 문물을 적극 수용하는 개방적인 이슬람도 있다. 테러를 정당화하는 소수의 무슬림도 있지만, 자선과 봉사를 최대 의무로 여기는 다수의 무슬림도 있다. 여성에게 온몸을 다 가리는 옷을 입게 하는 이슬람 종파도 있지만 복장에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는 종파도 있다. 그리고 그 양 극단 사이에 다양한 양상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슬람교에 대해 한마디로 어떻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왜곡이나 편견에 빠지기 십상이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이슬람교의 문화와 예술도 세계에 많은 영향을 주어왔다. 아라베스크로 알려진 아름다운 기하학적 문양과 서예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성스러운 `코란` 구절 글자, 그리고 그러한 모든 것이 어우러진 수많은 이슬람 사원 모스크는 인류의 고귀한 문화유산이다.

 

우리는 흔히 한 손엔 `코란`을 한 손엔 칼을 들고 무자비하게 여러 지역과 민족을 정복하면서 이슬람교를 전파했다고 하는 서구의 악의적 선전에 익숙해 있다. 실제로는 민족과 인종, 성별, 신분, 지역 등 모든 차별을 없애면서 형제애를 주창하였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사회 구조와 국가를 형성하면서 세계 각국으로 전파된 종교가 이슬람교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이슬람 세계는 오히려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침략과 침탈을 당해왔다. 20세기 전반까지 전 세계 무슬림의 90%가 식민 통치 아래 있었고, 정치적 혼란과 문화적 붕괴, 경제적 파탄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우리가 이러한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고통을 받아온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그러한 역사의 시련을 대다수 무슬림이 겪어 왔던 것이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이미 10여 년이 지났다. 세계는 점점 더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아프리카 한 구석에서 일어난 일도 우리의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며 잘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이슬람교를 모르면 적어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나 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무슬림이 불과 10만명도 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슬람교의 세계적 위상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슬람교를 모르면 세계를 이해하기 힘들다. 세계적인 시각에서 이슬람교의 역사와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다.

 

[류성민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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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링크: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718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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