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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민, [21세기 人文學 리포트] 권력화한 종교는 결코 살아남을수 없다

 

[MK뉴스]2012.09.07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정치`가 우리 관심사가 되어 있다. 총선과 대선 등 선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북관계나 국내외 정세, 우리의 대외 정책 등 모든 면에서 정치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모두 크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정치를 말하고 정치적 행위를 하며, 정치적 동물(homo politicus)로서 감각이 예전보다 더 예민해지는 때가 되었다. 종교인들도 `정치`를 말하고, 정치인들에게는 종교마저 정치적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종교인들의 정치적 언행이나 정치인들의 종교적 활동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우리 헌법을 보면 `정치와 종교는 분리된다(제20조 ②)`고 되어 있다. 대다수 국가 헌법에 종교의 자유와 더불어 정교분리(政敎分離)가 함께 명시되어 있다.

 

정교분리는 국교(國敎)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이다. 국교가 인정되면 종교의 자유가 침해를 받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에서 국교를 정하는 법률 제정을 금지한 것(no establishment)이나, 일본 헌법에서 종교단체가 국가에서 특권을 받거나 정치적 권력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교분리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특정 종교에 대해 이익이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어떤 종교도 공공의 영역에서 이익을 취하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헌법에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라는 문구가 정교분리 앞에 붙은 이유이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공무원이고, 공무원은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공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국가공무원법 제59조의 2 ①). 지방공무원이든 교육공무원이든 모든 공무원은 어떤 종교를 믿든지 아무 종교도 없든지 간에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공직자가 공무를 수행할 때 특정 종교를 차별하거나 편향하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 비록 선의의 종교적 행위라도 공무에서는 금지되어야 한다.

 

물론 종교인들도 공직자가 특정 종교를 위해 활동하거나 불이익을 주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 같은 종교인이라 하여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고 종교가 다르다고 하여 차별하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

 

국가가 특정 종교에 특혜나 특권을 주지 말아야 하지만, 특정 종교도 국가에 어떤 특권도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성직자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정치를 비판할 수도 있고 정치인에 대한 평가도 가능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통해 종교적 특혜를 받고자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가장 전형적인 다종교 국가다. 우리나라 총인구 중 절반은 물론 종교 인구 중 절반을 신자로 둔 종교가 없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총인구 중 거의 절반에 가깝다. 특정 종교에 대한 국가의 특혜가 오히려 그 종교에 더 큰 불이익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어떤 종교도 특정 종교에 대한 국가적 배려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특정 종교에 대한 국가의 편향을 옹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 권력의 비호를 받는 종교는 그 권력과 운명을 같이 했다는 것이 세계 종교사의 교훈이다.

 

그 어떤 정권도 영원할 수 없다. 종교가 정치권력화하는 순간 종교의 운명이 정치권력의 흥망에 좌우되는 것이다.

 

근대 시민사회에서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가장 먼저 제도화했던 것이 바로 정교분리였다는 것을 새삼 기억해야 하는 때다.

 

[류성민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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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링크: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572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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