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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에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창조적 만남을 기대하면서

    
          -동아시아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학제간 연구를 위한 학술대회 참관기-

 

       

 

                       
                              

 2015.4.7

 

 

        지난 3월 18일부터 23일까지 일본 동경에 있는 국제기독대학(International Christian University)의 기독교와문화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학술대회에 참여했다. 학술대회 주제는 “우주 안에서 인간의 현재와 미래: 왜 사회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모두 필요한가?”(The Presence and Future of Humanity in the Cosmos: Why Society Needs both the Sciences and the Humanities)였다.

 

 

        학술대회의 취지는 동아시아 맥락에서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관계를 검토하면서 학제간 연구와 교육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한국과 중국, 일본과 대만에서 온 15명의 동아시아 출신의 학자들과 네덜란드와 미국에서 온 학자까지 20여명이 모였다. 더불어 이 학술대회를 후원한, 일본국제기독대학법인(Japan ICU Foundation, New York City)과 아시아고등교육재단(United Board of Higher Education in Asia, Hongkong), 템플턴 재단 관계자들이 뉴욕과 홍콩, 필라델피아에서 왔다. 발표자들을 국가별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에서 각 2명씩, 여성과 남성으로 각각 2명씩 균형 있게 구성하려고 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중국에서 온 여성발표자 두 명 외에는 모두 남성들이었다. 참여한 사람들의 학문적 배경도 제각기 달랐다. 자신들의 전공을 물리학, 수학, 의료인문학, 역사학, 동아시아역사, 과학사, 지성사, 과학철학, 공공철학, 종교철학, 사회학, 문화심리학, 경제학, 교육학, 종교학, 신학 등으로 아주 다양하게 표기했으며, 상당수가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가로지르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학술대회 기간에 매일 아침 1시간의 명상(mindfulness)과 일본식 다도 체험, 일본 회화 작가를 초청해서 대화하는 시간이 곁들여졌다. 실제 발표와 토론은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진행되었는데, 오전 오후 모두 발표로 가득 찬 일정이었고, 진행 방식은 다른 학술대회와는 조금 달랐다. 공개 강연과 마무리 하는 전체 토론을 빼고, 16명의 발표자 개개인에게 1시간씩 주어졌다. 모든 발표는 10분의 발제와 40분의 토론, 10분 휴식으로 진행되었다. 발표자들은 학술대회 45일전까지 완성된 초고를 다섯 개의 토론거리용 질문과 함께 학술대회 홈페이지에 올렸고, 참가자들은 다른 15명의 발표문을 미리 읽고 와야만 했다. 발표 내용을 숙지한 상태에서 짧은 발표와 상대적으로 긴 토론은 서로 다른 분야의 발표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학술대회를 기획하고 진행한 사람이 일본에서 21년간 기독교교육학을 가르친 미국인 교수였다. 그의 문제의식에 따르면, 동아시아 대학의 일본은 19세기 이래 연구대학을 지향하는 베를린 모델을 대학의 표준 체제로 삼았다. 그 결과 우주와 생명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지식을 세분화시키고 자율적인 학문분야로 나누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게다가 산업화나 군국주의화, 기관화, 전문화를 요구하는 근대국가 이념에 봉사하기 위해 학문의 실용주의화가 급격히 진행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과학과 인간과학에 대한 지식의 양은 급격히 팽창했지만, 오늘날의 세속적인 연구 중심 대학은 학문적으로 통합된 학제간의 포괄적 전망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의 배경에는 이런 상황인식이 놓여있다. 그래서 ‘동아시아의 유교와 도교, 불교, 기독교 등의 다양한 영적 궤적과 사상적인 전통은 우주에 대한 인간 지식의 전체적인 통합을 위해 어떤 공헌을 할 수 있을까?’를 모색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의 철학적 영적 전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우주’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위해 예술, 역사, 종교, 철학, 신학 등의 인문학과 심리학, 경제학, 사회학 등의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필자의 발표는 ‘동아시아 관점에서 종교와 과학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책’의 은유를 중심으로 종교와 과학을 ‘독법’과 ‘이해’라는 측면에서 종교와 과학의 문제를 접근하는 서구 담론의 지형을 평가하고, ‘지도그리기로서 종교와 과학’이라는 ‘다지도(multi-maps) 모델’을 제시했다.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인간과 세계 인식을 기반으로, 동아시아의 관계적 사유방식과 시선을 통해 종교와 과학, 경제, 문화, 예술, 정치 등을 각각의 지도 그리기로 이해하면서 서로의 상호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글은 크게 세 묶음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다양한 맥락에서 서구 과학이 소개되고 도입된 방식을 다루는 것으로, 무역과 군사적 만남과 선교사들의 활동을 통해서 동아시아와 서구가 만나는 것을 다루는 글들이다. 둘째, 동아시아에서 유교, 신도, 기독교가 근대의 도전에 대해 특히 자연과학과 어떻게 만났는지를 다루는 글들이다. 특별히 현대 중국에서 ‘유교의 부흥’ 또는 ‘유교 르네상스’라는 논의가 많았다. 셋째, 동아시아 관점에서 논쟁적인 이슈를 다룬 것으로, 사회생물학과 인간의 가치, 수학과 인지과학과 무한(infinite), 종교와 과학의 관련성 등이다. 이런 글들을 토대로 동아시아가 서구문화나 자연과학과의 만남 속에서 이를 역사적으로 단순히 수용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응했는가, 만남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담론을 구성해 냈는가를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두 번째 발걸음을 기대한다.

 

 

 


 신재식_
호남신학대학교 교수
jshin@htus.ac.kr
저서로 <<예수와 다윈의 동행>>,<<종교전쟁>>(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 <그리스도교에서 본 마음과 몸: 정경을 중심으로>, <한국개신교의 현재와 미래>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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