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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65호-지령 27호를 맞이하여(종교문화비평)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6. 7. 29. 16:46

 

지령 27호를 맞이하여

 

 

 





2015.5.5

 

 

이번 <종교문화비평>의 특집은 ‘종교와 미디어’이다. 미디어가 종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종교가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살피는 작업은 종교의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측면에 관심을 갖는 종교연구자에게는 흥미로운 탐구주제가 될 것이다. 현재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막강한 힘에 대해서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지평을 확장해 보면 미디어는 요즈음 갑자기 출현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종교 역시 인류의 탄생과 함께 등장했다면 미디어와 종교는 어떠한 관계의 역사를 빚어 왔는가? 이 주제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특집은 갑골문자, 한글문서, 소리, 사진, 영화를 중심으로 이러한 매체들이 종교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가를 탐구하는 글들로 채웠다.

 

먼저 중국 상왕조 시대의 종교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임현수는 갑골문에 등장하는 복서가 지배층의 권력 가시화 작업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음을 밝히는 동시에 문자와 역사의식이 지닌 이중적 관계를 주나라 조상제사를 근거로 규명하였다. 초기 한국 개신교의 선교활동과 인쇄매체의 관계에 주목한 도태수는 한글 전도문서에 내재한 ‘근대적 문자성’이 ‘근대적 종교성’의 형성에 어떠한 효과를 초래하였는지를 초기 개신교인들의 ‘쓰기’와 ‘읽기’의 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역시 초기 선교사들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방원일은 선교사들이 찍은 사진을 자료로 삼아 선교사들의 한국종교 인식 및 종교개념화 작업에 사진이라는 매체가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를 규명하였다. 이창익은 근대의 시각 중심주의가 종교적인 청각 상실을 가져왔다는 기존의 논의에 반론을 제 기하면서 시, 축음기, 카세트테이프에 나타난 소리의 종교성에 주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태국의 영화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영화를 다룬 최화선은 그 의 영화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교적 신화적 주제인 변신, 환생, 유령이 태국의 억압된 현대사에 대한 저항의 이미지들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저항의 이미지들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음을 ‘잔존’ 개념과 관련 하여 논하고 있다.


 

이번 호에 실린 연구논문은 총 다섯 편으로서 매우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 공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지난 30년간 5회에 걸쳐 조사한 한국종교 관련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여 한국사회의 종교에 관한 진단과 처방을 제시한 윤승용의 논문을 비롯하여, ‘행복의 과학’이라는 일본의 신종교가 옴진리교 사 건 및 3.11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비극을 겪은 최근 일본 사회에서 생산하고 있는 네오 내셔널리즘의 성격을 규명한 박규태의 논문, 서구 기독교와의 만남을 통해 유교의 종교성을 새롭게 구축한 유교 지식인 이병헌의 지적 논리를 치밀하 게 분석한 이연승의 글, 초대 기독교의 잊힌 역사를 복원하는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마리아복음>에 나타난 여성의 종교적 권위의 문제를 브루스 링컨의 권위 이론의 도움을 받아 분석한 안연희의 논문, 그리고 종교와 과학의 전 통적인 이분법을 ‘마음’의 자리에서 극복하고자 한 분석심리학자 융의 이론이 새로운 통합적 인식론의 구축에 기여할 가능성을 적극 모색한 김태연의 글이 실렸다.


 

성물기행 코너에서는 불교학자 이병욱이 한국불교에 나타나는 다양한 불상, 보살상, 신중도, 불교의식용 도구 등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 의미와 기능을 실물 사진과 함께 친절하게 소개함으로써 교리나 사상으로 접근하기 힘든 불교 의 이면을 새롭게 조명해 주었다. 이번 설림란을 위해서는 원로 종교학자 이은 봉 교수가 인생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보여주는 글을 보내주셨다. 의지와 지성과 사랑의 삼위일체야말로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가 아니냐고 하 면서 이 문제를 기독교 종교신학의 틀을 벗어나 동양종교철학을 포함하는 좀더 넓은 지평에서 논할 필요가 있다는 원로학자의 제언은 귀담아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주제서평란을 채운 책은 《우리 인간의 종교들》(소나무, 2013)로서 류 제동이 서평을 담당하였다. 원제가 《Our Religions》(1993)인 이 책은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종교회의 100주년을 기념하여 집필된 것으로서 힌두교, 불교, 유교, 도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등 7대 종교를 포함한 세계종교 입문서이다. 아빈 드 샤르마를 비롯하여 아베 마사오, 뚜웨밍, 제이콥 뉴스너, 하비 콕스 등 저명 한 학자들이 전공분야별로 서술하였기에 깊이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일반 독자 들이 이해하기 쉽게 집필하였다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세계종교에 대한 입문서 가 부족한 국내 현실에서 매우 반가운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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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종교문화비평>27호(2015년 3월31일 발간) 권두언에 실린 글 입니다.

 

 

 


이진구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찬실장
jilee80@naver.com
논문으로 〈한국 개신교 지형의 형성과 교파 정체성: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를 중심으로〉, 〈다문화 시대 한국 개신교의 이슬람 인식: 이슬람포비아를 중심으로〉, 〈한국 기독교에 대한 소전 종교학의 문화비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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