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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학술활동

2017년 8월 종교문화포럼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7. 8. 24. 08:51

지난 8월 19일에도 매달 세 번째 토요일에 열리는 종교문화포럼이 있었습니다. 두 분의 발표(김동규, 민순의)와 두 분의 공동 논평(구형찬, 심일종)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1발표: 김동규 선생님 

2발표: 민순의 선생님 


논평1: 구형찬 선생님 

논평2: 심일종 선생님 


발표주제가 흥미로웠기 때문인지, 연구소 회의실이 꽉 들어찰 만큼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더군요.




주제만큼이나 진행방식도 신선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종교문화포럼은 현장에서 유인물로 배포된 글을 바탕으로 발표, 논평, 토론 등이 이루어져 왔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발표자가 완성된 형태의 글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인 연구의 방향과 문제의식을 프리젠테이션 자료로 정리해 빔프로젝터로 소개하고 이에 대해 공동의 논평과 참석자 토론이 이어지는 방식이었죠.


한편으로 이러한 진행방식이 낯설 뿐만 아니라 종교문화포럼의 기조에 어긋난다는 비판적인 지적도 있었지만, 발표자와 참석자들의 연구 활동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이런 방식이 지속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다음 연구위원회에서 향후 종교문화포럼의 진행방식에 대한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겠죠?


여기서는 이번 종교문화포럼이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졌는지를 간단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김동규 선생님의 발표는 <무당의 정체성과 무속 신관의 상관성 연구: 황해도 ‘일월맞이’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발표자는 먼저 무속전통과 무속의 신관을 마치 고정된 실체처럼 대상화하는 기존의 접근과 연구경향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문화민족지적 방법을 통해 황해도 무속 전통에 속하는 서로 다른 무당들과 그들의 의례들을 조사함으로써, 실제 무속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과 내부의 차이점들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려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속은 종종 어떤 고대적인 원형을 보존하고 있거나 특수하게 유형화할 수 있는 정통적인 신관이 있으리라 생각되곤 합니다. 그러나 발표를 통해, 실제로는 같은 전통에 속하는 무당들과 그들의 의례들에서도 같은 신격에 대한 서로 다른 관념과 실천 양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동영상과 채록된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황해도 무속 전통에서 매우 유명한 세 명의 무당과 그들의 진적굿에서 행해진 ‘일월맞이’ 거리가 조사 대상이었습니다. 발표자는 일월성신의 신격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이 무엇이든 간에, 무당들은 해안이나 내륙 등 굿 전승 지역의 세부적인 특징에 따라,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체험적 요소가 무엇인지에 따라, 또 자신의 무업과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따라, 일월성신의 신격에 대한 이해와 굿의 형식적 요소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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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후에 논평자들과 참석자들은 이에 대해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같은 전통 속에서 발견되는 다양성을 어떤 방식으로 구조화할 수 있을지, 무당의 개인적 체험이 무속 전통에 미치는 영향과 반대로 무신도와 같은 문화적 요소가 무당의 체험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볼 수 있을지, 신격이나 무당에 집중되어 있는 무속연구에서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것으로 다루어지는 일반 신도(재가자)의 영역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무속 전통의 다양한 이슈들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수준은 어떤 것일지 등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발표와 토론의 내용은 단지 무속 연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전통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도 유의미한 지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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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표는 민순의 선생님의 <종교적 표상의 해석에 대한 방법론적 고찰: 불교 무차대회에 대한 증여 이론의 적용과 해석을 중심으로>였습니다.



발표자는 먼저 발표의 제목과 내용이 미리 공지되었던 것과 다르게 변경된 이유에 대해 해명하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본래 계획은 불교의 무차대회(無遮大會)가 단지 불교 전통 내부의 논리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일반적인 문화연구의 이론과 논리를 통해 분석 가능한 지점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는데,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쉽게 해결되지 않는 난관에 봉착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무차대회는 불교에서 6도(六度)의 모든 중생에게 평등하게 베푸는 법회라고 하며, 불교의 평등지향적 성격을 표현하는 의례로 이해되어 온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발표자는 이 의례의 내적 차원과 외적 차원에서 행해지는 보시가 서로 다른 대상에 대한 증여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의례적 실천의 동기 차원에서는 오염 회피와 예방의 기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발표자는 증여 이론과 오염 회피 이론의 관점에서 이러한 무차대회를 분석해보고자 했지만, ‘증여’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을 검토하는 과정과 자신의 주장을 체계화하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오염 회피’ 이론은 자세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이론적 고찰과 분석 사례를 효과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평자와 참여자들의 의견을 듣고자 했습니다.


발표자가 참고한 다양한 논의들은 마르셀 모스, 마르셀 에나프, 레비-스트로스, 자끄 데리다, 폴 리꾀르, 개서린 벨, 파스칼 보이어 등 저명한 학자들의 저작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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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자들과 참석자들은 발표를 통해 특정 종교전통을 연구 영역으로 삼아온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진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이론적 논의들을 검토할 때 느끼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공감적으로 이해하면서 토론에 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기존의 다양한 이론들을 검토할 때에는 서로 다른 맥락과 일반화의 수준을 고려하면서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고, 그러한 이론 중에서 무엇을 ‘적용’할지 이전에 연구자가 연구 대상에 대해 갖고 있는 문제의식과 기존 연구의 한계를 보다 선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으며, 다른 학자들의 이론이 지닌 무게만큼이나 연구 대상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분석도 중요한 만큼 앞으로 더 심도 있는 천착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또, ‘증여’에 주목하는 발표자의 관심과 부분적으로 통하는 지점을 갖고 다른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참석자들도 있었기에, 발표의 논지가 충분히 개진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풍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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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종교문화포럼은 연구자들이 각자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의 경과를 소개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연구 활동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의 연구가 늘 고독한 골방에서만 이루어져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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