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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부고, 그리고 조너선 스미스를 통해 배운 것


                               news  letter No.517 2018/4/10                  

    

  

 

 

 


       2017년 12월 30일 현대 종교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이론가이자 종교사가로서 기존 종교학 이론과 엘리아데에 대한 비판적 해석과 계승을 통해 시카고대학의 종교학 학풍에 지속적 활력을 불어넣어왔던 조너선 Z. 스미스가 79세로 세상을 떠났다. 폐암이 원인이었다고 하지만 매순간 팽팽한 지적 긴장을 유지하던 그의 글들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2018년 1월 5일 미국종교학회(AAR) 소식지는 이 갑작스럽고 안타까운 부고를 전하며 조너선 스미스와 그의 학문에 대한 러셀 맥커천의 헌사(“In memoriam: Jonathan Z. Smith(1938-2017)”)로 새해를 열었다. 맥커천은 학계가 잘 알고 있는 조너선 스미스와 낯설고 알려지지 않는 스미스의 모습 ‘사이’에 초점을 두고 낯익음과 낯설음 사이의 긴장을 인식의 고양을 위한 계기로 주목해온 스미스 특유의 방식으로 그를 기억하고 추도했다. 북미 <종교학 회보>(Bulletin for the Study of Religion)의 “조너선 스미스를 통해 배운 것”이라는 추도 란을 비롯해 각종 인터넷 매체와 개인 블로그 등에도 계속 스미스의 학문과 삶을 기억하는 추모 글이 이어지고 있다. 2008년 스미스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던 시카고 마룬지는 “Jonathan Z. Smith(1938-2017): The College's Iconoclastic, Beloved, Chainsmoking Dean”라는 제목으로 1968년부터 2013년 은퇴까지 엘리아데와의 인연과 관계, 신학부에서 인문학부로 옮기게 된 사건, 학장으로서 대학교육개혁을 위한 활동 등을 중심으로 시카고대학에서의 조너선 스미스를 회고하고 조명하는 특집기사를 내놓았다.


      조너선 스미스는 기존 종교학이론과 연구의 관습적 언어가 가진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 비판하고, 새로운 이해 틀을 제안함으로써 의례이론, 종교사, 비교문제와 방법, 종교개념과 종교학 등에 대한 현대 종교학의 이론적 지형을 형성하고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도니거와 맥커천의 지적처럼, 조너선 스미스가 현대 종교학에 끼친 가장 중요한 학문적 영향은 무엇보다 기존의 종교연구 방식이 충분히 비판적이지 않다는 것을 철저히 비판하고 성찰해 온 스미스의 학문적 태도와 관점일 것이다. 구체적 맥락에서 검토된 자료를 사례로 삼아 의례이론, 중심상징, 종교유형론, 종교개념, 비교방법 등을 재고하면서 스미스는 그동안의 종교연구가 종교학 자체의 개념, 범주, 패러다임이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종교연구자들이 더 냉철하고 더 분석적일 필요가 있음을 일관되게 주장했으며 스스로의 학문적 노작과 활동을 통해 보여주었던 것이다. “‘종교’ 그 자체에 해당하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그의 유명하고 악명 높은 주장이나 비교방법의 문제에 대한 철저하고 곤혹스런 비판은 종교개념이나 비교 자체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론과 방법, 개념이야말로 종교학의 진정한 자산인 만큼 엄밀하고 의식적으로 이루어져야함을 역설한 것이다. 스미스에 따르면 인간학에 있어서 새로움은 연구자료 자체가 아니라 그 자료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과 관점에 있기 때문이다. 그 엄중한 자의식은 그의 모든 저서와 논문들에 각인되어 있다. 어느 하나도 허투루 쉽게 읽히지 않으며 곰곰이 생각하고 다시 읽게 하며 다른 글들을 찾아 읽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번도 조너선 스미스를 만난 적은 없지만 대학원 과정에서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는 늘 새로운 자극과 큰 배움을 주는 잊을 수 없는 선생이었다. 《종교상상하기》,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 《자리잡기》, 《종교 이야기하기》 등 스미스의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던 강의와 세미나를 빼놓고 종교학과 대학원 시절을 떠올릴 수 없다. 종교학 이론의 영역에서 그의 위상이 절대적이었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내가 가진 종교사, 특히 후기 고대 종교사에 대한 관심과 연구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도 영지주의, 유대교, 초기 그리스도교, 헬레니즘 종교에 대한 스미스 글이 미친 영향이 컸다. 연대기적 역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종교사를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 그리스도교 자료를 비롯해서 내게 익숙한 전통을 낯설게 하는 인류학적 거리의 도입할 수 있는 연구주제와 테마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여전히 내가 고민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언젠가 조너선 스미스가 비판적 글쓰기를 통해 엘리아데를 살아있는 유산으로 되살리곤 했던 방식으로 조너선 스미스로부터 배운 것들에 대한 헌사를 표현할 수 있을까?


       조너선 스미스는 전화나 인터넷은 물론 컴퓨터도 사용하지 않고 모든 논문과 저서, 강의자료들을 타자기와 수기로 작성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좋아했고 열의를 가졌던 것들, 즉 읽고 생각하고 대화하고 가르치며 학생들과 소통하는데 그러한 매체들이 과연 필요한가에 회의적이었다. 현대의 단절과 소외의 문제는 소통의 부재가 아니라 소통의 과잉에서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레비스트로스의 통찰처럼. 실제로 과거보다 지금의 우리가 더 종교와 인간 그리고 문화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고 소통하는가 생각해보면 통신매체에 대한 그의 혐오를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다. 그의 죽음과 부재가 다시 우리에게 인간과 종교, 문화와 상상력에 대해 얼굴과 얼굴, 말과 말이 마주하는 인식을 위한 자리와 소통의 시간을 선사하길 기대해 본다.

 


안연희_
선문대학교 연구교수
논문으로 <아우구스티누스 원죄론의 형성과 그 종교사적 의미>, <“섹스 앤 더 시티”: 섹슈얼리티, 몸, 쾌락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관점 다시 읽기> 등이 있고, 저서로 《문명 밖으로》(공저), 《문명의 교류와 충돌》(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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