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의 향기 news letter No.799 2023/10/10 “아카이브를 이용하는 작업자 본인이 본인의 아카이브 작업을 물에 뛰어드는 것, 물속에 잠기는 것, 심지어 물에 빠져 죽는 것에 빗대는 경우도 많다.” 아카이브 취향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몇 해 전 신간 안내에 나온 책 제목을 보고 도서관에 신청하여 빌렸다. 문고판 크기에 150쪽 남짓한 분량인데다가 내용도 재미있어서 금방 다 읽었다. 글쓴이의 개인적인 경험이 잘 녹아 있어서 내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나도 내 경험과 기억을 저렇게 풀어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대신에 내 기억의 서랍 가운데 하나가 스스로 열렸다. 주전자 물이 막 끓기 시작하면 게거품처럼 작은 공기 방울이 쪼르르 수면으로 올라온다. 그러면 불을..
앤 카슨의 시에서 추스르는 마음 news letter No.798 2023/10/3 앤 카슨의 시를 읽다가 오래전, 그러니까 40여 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어느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날, 그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전파상 텔레비전의 뉴스 방송을 통해서 슬쩍 알게 되었던 그 날. 그렇게 죽음의 광폭함을 내게 알리는 신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한동안 말문을 닫고 마음의 굴을 파고들며 쉬지 않고 신에게 물음을 던졌던 그때가 떠올랐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그림자(출신)를 대면하기 위해 이동하는 축제 기간 한가운데서 앤 카슨은 내게 이렇게 읊조린다. 신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이삭에게는 두 개의 이름이 있었다. 이삭은 눈먼 자라고도 불렀다. 마음의 어두운 하늘 속에서 이삭은 가장자리에 ..
종교학의 효용을 생각하며 news letter No.797 2023/9/26 종교학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그 성격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듣는 이야기가 여러 다양한 종교를 비교의 관점에서 객관적이며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정도가 아닐까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러한 특징들이 유독 종교학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비교 방법, 객관성, 과학성은 근대학문이 발원하고 발전하는 출발점이었다고 해도 무리는 없다. 비교 방법만 하더라도 근대 이후 지리적인 확장과 함께 지구상에는 수많은 부류의 사람과 문화가 존재한다는 자각으로 이어졌고 학문적으로도 어떻게 하면 이 다양성을 파악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필연적인 산물이었다. 중립성이니 객관성이니 하는 가치도 연구자의 편견이 연구 대상에 미칠 영향을 최소..
성스러운 ‘벗음’ - 또 다른 절망과 희망 news letter No.796 2023/9/19 2022년 11월 26일, 호주 시드니의 본다이 비치(Bondi Beach)에서는 2,500명의 단체 누드 촬영 작업이 이루어졌다. 한국 언론에서도 이 기사는 여러 매체에서 보도된 바 있다. 보도의 전반적인 내용은 호주의 피부암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미국의 사진작가 스펜서 튜닉(Spencer Tunick)이 2,500명의 지원자를 모집하여 시드니 본다이 비치에서 누드 촬영 작업을 한 것이다. 2,500의 의미는 매년 호주에서 발생하는 평균 피부암 사망자 수를 의미한다. 동 행사를 기획한 비영리 자선 단체 스킨 체크 챔피언스(Skin Check Champions)는 사진작가 스펜서와 함께 정기적인 피부암 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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