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종교가 뭔가?” news letter No.671 2021/3/30 뉴스레터 666호(2021/02/23)에 실린 이연승 선생님의 「‘종교자’의 언어에 드러난 ‘종교’ 개념 연구」를 즐겁게 읽고 나서 이에 화답하는 글을 짓자는 생각을 가졌다. 뉴스레터 원고를 통해서 연구소 회원들의 섬세한 감수성과 예리한 생각들을 읽는 것도 재미있다. 하지만 어떨 때는 혼자만의 공허한 독백에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울림이나 반향을 들어보는 것도 즐겁지 않겠는가. 물론 까칠한 독자의 반론이 나오고 논쟁이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그것 역시 공부의 깊이를 더해준다는 의미에서 흥미진진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본시 천성이 유약하여 강단 있는 연구자가 못 된다. 게다가 이연승 선생님의 글에는 내가 반박할 것이 도무지 없으며,..
표고버섯과 강아지의 시간 여행 news letter No.670 2021/3/23 일주일 전에 표고버섯 종균을 주입하는 일을 했다. 내가 사는 지역의 기후와 토양을 잘 아는 어느 분의 배려로 참나무에 구멍을 내고 종균을 주입하는 일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분의 문중 산자락에는 이미 표고버섯이 움튼 참나무 수십 그루가 자리하고 있었고, 그 근처에 굵직한 참나무 기둥이 잔뜩 쌓여 있었다. 80그루 참나무 표면에 1000여 개의 구멍을 내고 종균을 주입하는 일은 4명이 달려들었어도 한나절을 모두 바쳐야 끝이 났다. 종균이 주입된 참나무 기둥은 우물 정자의 형태로 쌓아 차광막으로 덮어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 때까지 내버려 둔다. 그러면 그 즈음에 움튼 표고버섯은 사람의 손에 뜯겨도 4년 정도는 그 안착한 자리..
고도로 매개된 종교 newsletter No.669 2021/3/16 나는 지난번에 기고했던 뉴스레터(646호)에서 코로나시국에 일시적으로라도 모든 종교활동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신앙적 이유를 들어 거부하는 발언들을 다소 신학적/규범적으로 비판하는 과정에서 ‘비대면 예배도 충분히 예배가 될 수 있다’라던지 ‘온라인 예배도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다’와 같은 진단도 시작단계에서 물론 필요하지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논의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예배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매개된 종교행위’가 실용적 측면과는 별도로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경이로운(marvelous, awe-inspiring) 것으로서, 종교적 맥락 안에서 이루어지는 매개된 소통(mediated communicatio..
종교학하는 재미를 알려주다 newsletter No.668 2021/3/9 후배 학자의 책을 받자마자 냉큼 읽어버렸다. 한승훈 선생의 《무당과 유생의 대결: 조선의 성상파괴와 종교개혁》(사우, 2021)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벌써 주요 언론에 소개되었고 팔림새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일반 독자의 흥미를 끌고 있음이 분명한데, 이 책의 ‘재미’가 간단한 것이 아니어서 이 글을 통해 소개하고 싶다. 종교학이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것은 우리끼리 흔히 하는 이야기이리라. 종교학을 아는 주변 학자들도 그 말에 흔쾌히 찬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재미라는 것이 상당히 고생해서 올라가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어서, 눈앞에서 실증해 보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은 종교학 하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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