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빌기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news letter No.814 2024/1/23 또 하나의 새해가 열렸다. 아니, 열렸다기보다는 ‘밀려왔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올해의 시작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으로 다가서 온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사람들은 새해의 소망을 빌고 또 빌 것임이 틀림없다. 혹자는 소망을 욕망이라 부르고 혹자는 기도나 비손이라고 부른다. 대개는 그것을 소원의 동의어라고 여긴다. 소원 빌기야말로 종교의 핵심일 지도 모른다. 신(神)은 사람들의 소원을 먹고 자꾸 비대해지기만 하는 거인이다. 조지 밀러 감독의 영화 〈3천 년의 기다림〉(The Djinn in the Nightingale’s Eye. 2023)은 “소원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떠올리게 한다. 병 속에 갇힌 ..
조상제사 논쟁 다시 읽기 news letter No.813 2024/1/16 1920년 8월 27일, 경북 영주군 문정리에 사는 박성녀라는 부인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녀는 그 전 해에 시모상을 당하여 지극정성으로 아침저녁 상식(上食)을 올려 왔는데 남편이 예수를 믿으면서 상식을 금지하였다. 상식을 그만두는 것은 부모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하면서 상식을 계속 올려야 한다고 호소하였지만 남편의 태도는 확고하였다. 그러자 부인은 남편의 ‘불효한 죄과’를 자신의 목숨으로 ‘대속(代贖)’하겠다고 작정한 뒤, 시모의 신주를 뒷동산에 매안하고 물속으로 몸을 던졌던 것이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으며 〈동아일보〉는 특별 연재의 형식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다루었다. 한국교회사 연구자들도 ..
《장미의 이름》, ‘인지적 부조화’와 종교 news letter No.812 2024/1/9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1968년 체코 프라하에서 한 권의 책을 입수한다. 그 책은 1842년 발레 수도원장이 펴낸 《마비용 수도사의 편집본을 바탕으로 불역한 멜크 수도원 출신(베네딕트회 수도사) 아드송의 수기》(이하, 《아드송의 수기》)였다. 에코는 이 책을 발견하고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오죽했으면, 이 책을 단숨에 대학노트 몇 권에 이탈리아어로 번역할 정도였을까. 하지만 이 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에코의 손을 떠나 사라지게 된다. 여행을 같이했던 동료가 헤어지면서 자신의 짐을 싸는 도중에 우연히 이 책을 가지고 갔던 것이다. 책을 잃어버리고 에코는 적이 상심했던 것 같다. 더욱이 안타까운 ..
나는 이 혼돈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news letter No.811 2024/1/2 연말과 새해를 맞이하는 이때쯤이면 우리는 누구나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려 한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올해처럼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든 해도 드물 것 같다. 3년에 걸친 코로나 질병은 잦아들었지만, 사회 구석구석에서 알게 모르게 큰 변화가 일어났고 뉴노멀이란 말이 일상화되어 있다. 아직도 정상화되지 못한, 무엇인가 다른 새로운 생활 패턴을 향하려는 우리 주변의 변화를 목도하게 된다. 우리는 전례 없는 불안정 속에 처해 있다. 가까이는 국내 정치의 혼란과 경제적 불안정, 그리고 격화된 북한과의 대결 상황은 더욱 우리를 불안으로 내몬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2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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