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대형교회, 한국의 또 다른 재벌이 아닌가

2011.11.29


흔히들 재벌을 '자본주의의 꽃' 이라고 부른다. 많은 생활인들은 기업 순위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등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 특히, 재벌을 소유한 사람은 연예인 못지않게 사생활까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흔히들, 한국의 재벌을 비판할 때 비정상적인 천민자본주의의 산물이라며, 세습, 문어발경영, 차입경영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곤 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대형교회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한국기업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지가 2010년 매출 기준으로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14개사이다. 100대기업으로 한정하면 삼성전자(22위), 현대자동차(55위), SK홀딩스(82위) 등 3개사이며 10대 기업 내에는 단 한개도 없다. 그런데, 대형교회의 순위를 보면 세계1위인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하여 은혜와진리교회(2위), 금란교회(7위), 인천숭의감리교회(9위), 주안장로교회(10위) 등 10대 교회 중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50대 교회 혹은 100대 교회로 확대해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 분당, 일산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서 건축비가 800억이니 1200억이니 하는 초대형 건축물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 조만간 세계 초대형교회의 70~80% 이상이 한국의 차지가 될 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자본주의는 한국 재벌에서가 아니라 대형교회에서 마지막 만개(?)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우선 세습의 경우를 들어보면, 부자 3대 못 간다는 옛 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한국의 재벌과 대형교회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재벌기업인 삼성, 현대의 족벌경영은 3대에 걸쳐 순조롭게 세습되고 있고, 두산 등 일부 그룹에서는 창업 4세대가 핵심 임원으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교회의 경우 3대, 4대 세습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사회적 자산인 교회의 부자 세습은 너무나 흔하다. 1995년 세습이 이루어진 대구 서문교회(예장합동)를 필두로 인천주안교회(기감), 충현교회(예장합동), 성민교회(예장통합), 서울중앙침례교회(기침), 광림교회(기감), 강남제일교회(기침), 경향교회(예장고려), 동현교회(예장합동), 서울대성교회(예장합동), 종암중앙교회(예장개혁), 금란교회(기감) 등 교단과 교파를 가리지 않고 세습은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광림교회와 금란교회의 두 형제 목사는 많은 논란을 무시하고 약속이나 하듯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겨주었다. 그 외 소망교회(예장통합)는 변칙세습으로, 목사 아들이 없는 조용기 목사의 경우는 별도로 마련한 각종 재단법인과 국민일보를 통한 세습을 시도하려 하고 있어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재벌의 세습에는 상속세, 증여세 등의 실정법이 적용되지만(그래서 종종 문제가 된다.), 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할 적에는 세법 걱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일 년 예산 수백억 원으로부터 수천억 원의 예산을 자의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위치를 물려줬어도 세금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는다. 게다가 연수입이 억대를 넘어도 소득세 한 푼 납부하지 않는다. 재벌들도 부러워할 ‘사회적 특수계급’임에 틀림없다.

다음은 문어발식 경영이다. 그로 인하여 주변 소형교회들이 아우성이다. 예컨대, 대부분의 대형교회들이 세습 문제로 사회의 비난과 조롱을 받고 있을 때 고 옥한흠 목사는 ‘목사직 세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종교계에서 유명하다. 2003년 사랑의교회 옥한흠 당시 담임목사는 정년을 5년 앞두고 오정현 목사에게 담임목사 자리를 넘겼다. 그 덕분인지 사랑의 교회는 대형 교회 중 가장 건강한 교회 중의 하나로 평가받았고 젊은 신도비율도 다른 대형 교회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 사랑의 교회가 지금 총 2천1백억원의 비용을 들여 교회를 신축하고 있는 중이다. 사랑의 교회가 들어서는 서초동·방배동·반포동 인근의 중소형 교회들은 지금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재벌이 운영하는 대형 마트가 동네의 슈퍼마켓, 연쇄점을 비롯하여 구멍가게까지 고사시키고 있듯 수많은 작은 교회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형자본의 논리가 교계 내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대형교회는 규모를 키우는 것이 복음화인양 외형 확대에만 치중하고 있으며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을 흉내를 내듯 수도권에 광범위하게 지교회를 확산시키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남대문, 송파, 엘림, 도봉, 강동, 성북 등 20개의 지성전을 갖고 있으며, 조용기 목사의 동생인 조용목 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은혜와진리교회는 경기도 안양이 모 교회이지만 ▲수원 ▲과천 ▲안산 ▲시흥 ▲광명 ▲부평 ▲부곡 ▲판교 ▲진위 ▲산본 ▲포일 ▲의왕 ▲인천 ▲부천 ▲영등포 ▲구리 ▲일산 ▲시화 ▲영통 ▲김포 ▲전원 ▲안중 ▲평택 등 24곳에 지교회가 설립되어 있다. 그 외 온누리교회, 광림교회, 왕성교회, 영락교회 등도 지교회를 갖고 있는 교회들이다. 부를 독점하겠다는 재벌들의 소유욕과 대형교회의 교인 독점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

끝으로 은행 빚으로 교회를 높게 세우는 한국 교회의 모습은 차입경영으로 몸집을 키워왔던 한국의 재벌들과 너무나 유사하다. 재벌의 소유주는 자기 지분은 별로 없고 남의 지분을 가지고 경영권을 과도하게 행사한다고 비판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의하면, 2008년 MB정부 출범 당시의 2008년 28대 재벌들의 부채는 685조 5,750억원이었다. 그런데 3년 후인 2011년 현재 1,036조 8,760억원으로 3년 동안 351조 3,010억원으로 불어 부채총액이 드디어 1,000조를 돌파했다. 부채액 순위로 보면, 삼성 230조, LH 125조, 현대(自) 82조, 한화 75조, 한전 61조, SK 53조, LG 44조, Lotte 36조, 현대(重) 30조, 포스코 및 GS 25조, 한진 및 도로공사 23조, 순이었고, LH 560.22%, 한화 417.08%, 가스공사 355.45%, 한진 248.89%, 대우해양조선 245.7%, 철도공사 109.64% 등이 100% 이상의 부채율을 가진 대기업들이다. 그런데 대형교회의 미래 신도들에게 부담지우는 차입경영은 비판도 없다. 주요 대형교회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상당수의 교회가 거액의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문안교회 208억원, 지구촌교회 188억5천만원, 새에덴교회 144억4천만원, 주안장로교회 130억2천만원, 안산동산교회 338억원, 인천숭의교회 107억9천만원, 온누리교회 91억원, 예수소망교회 80억원 등이 근저당 설정되어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큰 화두는 사회 복지논쟁이며 가장 큰 문제점으로 빈부의 양극화를 꼽고 있다. 극단적 혹은 천민자본주의가 제공하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시기에 종교의 역할은 무엇일까? 교회가 오히려 정화와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는가? 물론, 한국 대형 교회가 모두 편법과 불법으로 성장했다는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혐의로부터 자유로운 대형교회가 과연 어느 정도나 될까? 교회나 혹은 종교단체가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의 불법과 편법을 용인해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정치권력과의 야합, 세습, 불륜, 횡령, 배임, 성차별 등 사회적 일탈행위로 지탄을 받는 일이 너무나 흔한 게 오늘 한국대형교회의 모습이 아니던가?

한국교회의 성장세는 1990년대 들어 마이너스 성장률 시대로 접어들었다. 신도는 해마다 줄고 있지만 교회는 해마다 1000개 이상 늘고 있다. (2008년 교회 수는 5만3851개로 2000년에 비해 1만 개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교회가 더욱 큰 교회를 짓고, 지교회를 이곳저곳에 늘리며 게다가 그 교회를 아들에게 대물림까지 한다면 그 누가 곱게 보겠는가? 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농어촌 미자립 교회의 목회자와 비슷한 사례비를 받는다면 그리고 그런 교회에 아들이 아버지의 대를 잇는다면 그 누가 세습이라고 비난하겠는가? 교회를 짓는 엄청난 돈으로 적어도 같은 교단의 불우한 신도나 교역자, 은퇴 목회자 등을 위한 복지에 사용한다면 그 누가 대형교회를 비판하겠는가? 하여튼 천민자본주의 논리가 뼈속에 까지 스며든 대형교회 앞으로 어떻게 될까?

김상구_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사무처장


저서로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해피스토리), 예수평전(종교와비평), 범재김규흥과 3.1혁명(학국학술정보) 등이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