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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183호-현대종교사회학에 대한 단상(전명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11. 9. 15:27

현대종교사회학에 대한 단상

2011.11.8


종교사회학은 종교와 사회의 관계, 또는 종교를 사회적 맥락에서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며, 사회학의 한 분과로서 종교사회학의 토대를 이룩한 학자는 이 분야의 실질적인 창시자로 볼 수 있는 베버(M. Weber)와 뒤르켐(E. Durkheim)이라는 것이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잉거 퍼세트(Inger Furseth)와 팔 렙스타드(Pl Repstad)가 공저한 『종교사회학입문』(2006)에서 두 저자는 현대종교를 다루면서 과도하게 고전사회학자의 이론에 의거하는 경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로저 오투울(R. O'Toole)의 견해에 동의하면서 현대라는 시간과 공간에서 성장한 종교를 한 세기 이전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은 사회학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는 데에 비해 종교사회학은 그렇지 못하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종교가 변화를 겪음에 따라 종교사회학 역시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 발전시켜야 하는데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일단 ‘뉴에이지’와 같은 새로운 종교형태는 과거의 종교사회학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뉴에이지는 확정된 교리와 강력한 지도력, 잘 짜여진 조직과 제도 없이 일반 사람들이 대규모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문화, 또는 대중문화상품 속에 숨어 대중성과 사회성을 공유하면서 그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종교의 세속화를 논한 종교사회학자들이 뉴에이지가 주변적이고 큰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이를 소홀히 다루었으나 최근에는 개개인이 갖고 있는 영성의 자유로운 개발을 선호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영성이 차츰 종교를 대체하는 변화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환경·생태·복지 같은 것이 현대사회를 규정하는 핵심어로 부상한 것도 기성종교의 관점에 기반을 둔 과거의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환경과 생태의 위기에 직면하면서 특히 뉴에이지처럼 우주와 자연과 인간의 전체론적 세계관(holistic world view)을 갖고 있는 신종교 또는 대체종교들은 기독교가 인간에게 자연을 정복하라고 했던 성경구절과 자연숭배를 우상숭배로 금지한 점을 들어 환경과 생태를 훼손하는 주범으로 공격하였다. 기독교는 이러한 시대사상의 변화 앞에서 환경과 생태에 관한 신학적 관점을 재정비하면서 오히려 그간 소홀히 했거나 잘못 알려진 기독교 교리를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의 신학적 논의로 급변하는 현대사회를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필자는 종교기관이 운영하는 종합사회복지관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각 기성종교가 보여준 ‘장애’에 대한 교리를 찾아보았다. 시혜와 구제를 중시하는 종교의 속성이 바로 사회복지의 실천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종교와 복지의 접점이 보이고 있으나 가난한 사람들이나 고아 또는 노인에 대한 구제와는 별도로 장애인의 경우는 대부분 그 장애의 배경이나 이유에 대해서 기독교, 불교, 원불교의 교리 모두에서 상당히 부정적으로 기술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교리적 기반은 없더라도 장애인들이 아동이나 노인들과 동일하게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복지의 대상인 것은 확실하지만, 적어도 종교는 이제 ‘장애’의 문제를 신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논의할 필요가 생긴 것 같고, 이렇게 해서 태어날 장애신학-이 명칭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은 오히려 그동안의 각 종교교리를 좀 더 깊이 고찰하고 체계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생태신학이나 ‘장애신학’은 종교가 사회통합의 기제가 될지, 아니면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요인이 될지 그 사회적 기능을 규정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21세기는 급변하는 사회적 맥락에서 종교의 기능을 새롭게 정의한 종교사회학의 출현이 요구되는 시기로 간주된다. 새로운 종교사회학은 현대사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성종교와 함께 뉴에이지나 기타 ‘보이지 않는 종교’를 바탕으로 그 구성과 체계가 통합적으로 구축된 학문으로 자리 잡을 것을 기대해 본다.

전명수_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


54mschun@hanmail.net


최근 논문으로 〈1980년대 한국 개신교 민주화운동의 특성과 한계〉, 〈종교사회복지에 대한 비판적 고찰〉 등이

있고, 저서로는 《뉴에이지 운동과 한국의 대중문화》, 《한국의 종교와 사회운동》(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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