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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138호-경인년(庚寅年)을 보내며(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26. 16:30

경인년(庚寅年)을 보내며

2010.12.28


庚寅年을 보내며, 올 한해 여러분과의 인연과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단기 4343년(서기 2010년) 경인년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또 한 해를 보낸다는 것이 천력(天曆)으로서는 영겁의 회귀라서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인력(人曆)으로서는 인간의 삶을 맺고 푸는 고리가 됩니다. 인간의 낡은 삶에 또 하나의 새로움을 더하는 시간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한 설은 한 존재가 탄생한 소중한 생일날처럼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는 태양의 생일날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지나온 연륜이 삶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연륜이 삶의 지혜로 축적되는 신화적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본 연구소는 올해 여러분의 배려와 후원 덕으로 그 동안 미루어왔던 많은 일들을 마무리 정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종교문화에 대한 학적인 비평과 종교문화에 대한 시민의 올곧은 인식을 확산시키려 연구소의 능력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월례포럼, 상하반기 공개 심포지엄, 상하반기 종교문화 비평 학술지 발간 등의 기존 학술활동에 더하여 최근 확산되고 있는 자기 수련을 통한 영성개발과 관련하여 신비주의 연찬회를 3차례나 열었고, 회원 여러분의 참여와 친교를 위해 각 종교의 기도원이나 수도원을 찾아가는 종교문화탐방 행사를 3번이나 개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여러 차례 시도하다 시행하지 못했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학술상 시상까지 무사히 마무리하였습니다. 특히, 이번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한국 메시아 연구운동사}는 종교연구에서의 연구영역 확장과 연구방법론에 큰 의미가 있었던 저술입니다. 수상한 수상자만이 아니라 종교문화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큰 자부심이자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올해 용역사업으로 마무리한 종교문화원형사업도 종교문화자원을 보통 신앙과 연결된다고 기피하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어 놓고 해외 활용사례를 벤치마킹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사업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연구소의 이런 일들이 그냥 순조롭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월례포럼과 심포지엄은 본 연구소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 종교문화 비평을 통한 종교문화 창달이라는 방향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평가하기가 쉽지 않고, 종교문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대중강좌인 학술 연찬회와 종교적 체험을 통해 종교문화의 객관적 이해를 확산시키기 위한 종교문화탐방 등은 준비 부족으로 인하여 당초 기획의도와는 달리 겉치레 행사에 그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구소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학술지 종교문화비평의 발간 역시 연구소가 지향하고 있는 목적과 발간 취지에 얼마나 근접하고 있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이 학술지를 통해 얼마나 자기의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는지도 평가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과연 수없는 희생을 치르고도 꼭 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도 따져볼 작정입니다. 그 외에도 재정적인 한계로 인해 원고를 가지고도 출판사를 구하지 못해 출판하지 못한 것이라든가, 내부적으로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연찬회 진행과정 특히, 연찬 주제선정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앞으로 연구소가 해결해야할 숙제가 결코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와 같은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도 그 여건이 우호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각종 대학중심의 연구지원 체제는 자연 비제도권 학술단체에 대한 지원을 줄이게 하였고, 그 파장으로 연구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젊은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학술단체에 유입되지 않아 연구자들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지식 창조산업을 위해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정작 요구하는 것은 문화 상품화가 가능한 또는 사회과학으로 귀착되는 위장된 인문학들만 요구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종교단체가 뒷받침을 하는 개별교학이 아닌 우리와 같은 인간학으로서의 인문학이 살아남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본래 종교문화연구 역시 종교인이나 반종교인들에게는 관심을 조금 끌 수는 있으나 시민의 과반수를 점하는 비종교인에게는 문화적 교양으로서는 몰라도 큰 관심을 끌 수 있는 일이 못됩니다. 정작 본 연구소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종교단체나 반종교단체들의 지원과 후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본 연구소의 자기 한계이자 동시에 운영상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본 연구소가 회원 여러분의 지원과 후원에 매달리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그렇다고 종교문화 창달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가진 정부를 비롯한 공공단체의 지원과 후원도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종교가 삶의 현장에서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른 삶의 영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나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은 정교분리라는 형식적인 원칙에 얽매여 종교문화를 사적인 영역으로 내몰아 무조건 폐기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사회에서 인적 물적 차원에서 그리고 문화전통과 생활양식의 차원에서 최대 문화자원으로 평가되는 종교문화를 사회적 자산이나 자본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종교문화를 창달하겠다고 나선 본 연구소의 눈에는 이들의 행태가 종교문화에 대한 무지를 넘어 문화를 창달해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비추어 볼 때 직무유기로 비치기도 합니다. 좀 속말로 이야기해서 ‘구더기 무서워서 된장을 담을 수 없다’는 푸념의 논리로만 들립니다.

<< 이런 면에서 본 연구소는 종교문화의 비평을 통해 종교계와 일반 사회를 매개하는 나아가 사적인 영역의 종교를 공적인 영역의 종교문화로 연결하는 중심축에 홀로 외로이 서 있습니다. 우리사회에서 팽개친 종교문화자원들을 누군가는 주어모아 정리하고 다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본 연구소는 그런 매개 역할을 담당하는, 그리고 보다 인간적인 삶의 방식인 다양한 종교문화를 발굴하여 시민에게 삶의 양식(樣式)으로 제공하는, 작지만 강한 실천력 있는 연구단체를 지향할 것입니다. 종교문제에 대한 가차 없는 학적인 해부와 종교문화에 대한 더 매서운 비평을 행할 것입니다. 나아가 본 연구소가 미래 통일 한국의 종교문화 창달을 위한 작은 밀알이 되고자 열심히 노력할 것을 회원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 번 더 약속드립니다.

辛卯年 새해 회원 여러분의 가정에 새해 행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2010. 12.28

(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윤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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