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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14호-BC와 AD, 이제는 BCE와 CE로! (강돈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14. 13:24

BC와 AD, 이제는 BCE와 CE로!

2008.8.5

BC가 ‘Before Christ’, 그리고 AD가 ‘ann Domini’(in the year of our Lord)’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우리말로 BC는 (서력)기원전, 그리고 AD는 (서력)기원(후)로 번역한다. 사실 뜻 그대로라면 BC와 AD는 각각 주전(主前)과 주후(主後)로 번역되어야 한다.

불교는 불기(佛紀), 원불교는 원기(圓紀)를 사용한다. 대순진리회, 천도교, 대종교, 통일교 등 다른 종교들도 물론 연도를 표기하는 나름의 방식이 있다. 기독교에는 ‘기기(基紀)’라는 용어가 적절할지 모르겠다. 대체로 기독교문화권인 서구에서는 ‘기기’를 사용한다. 사실은 ‘기기’인데 우리는 ‘기기’를 ‘서기(西紀)’로 번역해서 사용해왔다. 이제는 서기라는 용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지 서력기원전과 서력기원후 대신에 그저 기원전, 기원후로 표기한다. 재미있다. 그러나 그래도 심각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BCE와 CE는 각각 ‘Before Common Era’와 ‘Common Era’의 약자이다. 이 용어는 아마도 유대인들이 먼저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유대교에서는 예수를 메시아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BC와 AD를 도저히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종교학에서 재빨리 이 용어를 받아들였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종교학자들은 일찍부터 BC와 AD 대신에 BCE와 CE를 사용한다. 종교학 관련서적에 BCE와 CE가 있어야 할 자리에 BC와 AD가 있으면 그 책은 종교학 서적이 결단코 아니다.

필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 빠른 독자들은 벌써 알아차렸을 것이다. 예전에 우리는 단기(檀紀)를 사용한 적이 있다. 그것이 불편하다고 언제부터인지 서기(西紀)를 사용한다. 일본은 소화(昭和) 몇 년으로 표기해서 괴롭히더니, 이제는 평성(平成) 몇 년으로 표기한다. 그래도 소화 몇 년에는, 그것에 25를 더해서 그 해가 언제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평성 몇 년은 그것이 언제인지 이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조선시대 때 우리도 물론 고종 몇 년 몇 년 하던 때가 있었다. 우리는 왕조가 끝났고, 일본은 왕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중국은 재미있다. ‘공력기원(公曆紀元)’, ‘공력(公曆)’, ‘공원(公元)’과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 공원전 몇 년, 공원후 몇 년이라고 한다. 언제부터 중국이 이런 용어를 사용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그들은 ‘서기’가 ‘기기’였음을 일찍이 간파하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기기’도 ‘서기’도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공기(公紀)’라는 말을 만든 모양이다. 그들이 유대교와 종교학에서 힌트를 얻은 것인지, 또는 우연히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재미있고 멋있다.

이제는 역사학 하는 분들이 생각 좀 바꾸었으면 한다. 역사교과서에서 ‘기기’ 와 ‘서기’가 사라져서, BC와 AD라는 글자를 볼 수 없으면 좋겠다. 불교하는 분들이 (유교적인)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기독교적인, 또는 기독교 친화적인)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은 애처롭다. 불교사 관련 연구서적에서 종종 BC와 AD라는 글자를 종종 본다. 물론 기독교 이외의 다른 종교 관련 연구서적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마찬가지이다. 아주 많이 애처롭다.

강돈구(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donku@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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