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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13호-각국의 풍수연구(황선명)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14. 13:23

각국의 풍수 연구

2008.7.29

일본에서의 풍수연구는 한국에서처럼 대학에서 교과목으로 채택되어 있는 게 아니어서 아마추어의 그룹 스터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미우라구니오(三浦國雄)씨의 최신 저서인 風水講義(文春新書, 2006)에 의하면 70년대말 관서지방에서 몇몇 동호인이 모여 조직한 풍수연구회가 그 효시였다고 하니까.

대단히 재미있는 사실은 村山智順을 일본 풍수학의 鼻祖로 꼽고 있다는 점이다. 무라야마지쥰이라고 하면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 학무국의 촉탁으로서 한국의 민속과 신앙의 전승에 관한 기초 자료를 수집해서 여러 권의 책자를 발간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종교학 하는 사람들에게 웬만큼 알려진 \'조선의 유사종교\'가 그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이들 책자의 학술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관련학계의 입장이다. 더구나 재야의 종교및 유사관련 단체에서는 아주 백안시해버리고 만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 정도로 밖에 평가받지 못하는 무라야마지쥰을 비조로 꼽는 일본 풍수연구의 수준은 능히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나는 또 다른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풍수 대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 범람하는 모든 관련 서적은 무라야마지쥰의 책을 홀랑, 아니면 그 일부분을 베낀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걸 가지고 양두구육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지식인, 학자를 들먹거릴 것 없이 무엇 좀 아는 체 하는 사람들의 그 이중성을 뭐라고 해야할지……. 게다가 그런 사실도 모르고 그걸 재탕 삼탕해서 덩달아 목청을 돋우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우습꽝스럽기조차 하다. 일제 때 백두대간에 박았다고 하는 쇠말뚝 이야기 만해도 그렇다. 그것은 시나리오라고 해도 좀 유치하다.

조금 자존심 상하는 말인지는 모르나 일본 사람들이 하는 일은 그렇게 녹녹하지가 않다. 나와 동갑나기(1941년생)인 미우라의 소책자 ‘풍수 강의’만 하더라도 쫀쫀하기 그지없어 스스로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내가 뭘 안다고 풍수를 운운한단 말인가>하고 말이다.

물론 최창조씨의 '한국의 풍수'가 사계를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저작이라는 점은 인정해야한다. 그러나 그 책 하나만으로는 동 아시아 풍수문화권의 중핵인 한국의 풍수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중국은 국토가 워낙 방대한데다가 山谷이 자연스레 말 발굽형으로 되어있어서 藏風得水가 이루어지는 데가 그렇게 흔치 않다. 일본은 산봉우리 대부분이 針狀이어서 득수는 되는지 몰라도, 장풍이 안된다. 그리고 일본의 고건축이나 사찰은 풍수 하고는 거리가 먼 것이어서 일본에 풍수가 깃들 여지가 있었겠나?

풍수론의 본고장인 중국에서는 문화 혁명 때 오사리 잡탕 같은 봉건 잔재라고 해서 싹쓸이 해버려 씨를 말렸다. 대만에서는 수백 권의 관련서적과 도처에 풍수학원이 성업 중이니 풍수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그것은 우리처럼 삶의 조건 속에 오롯이 살아 숨쉬는 진짜배기가 아니라 이론만의 공허한 풍수다.

홍콩의 풍수는 오늘날 도시풍수의 원조가 된다. 뉴욕의 반스 앤 노블즈 서점에 가 보니까 Feng-sui코너가 따로 있었는데 풍수도 이제 글로벌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느낌이다.

더욱이 조형예술의 장르에 있어서도 사람의 웰빙과 가장 관계가 깊은 현대의 건축이 풍수와 만나게 되는 것은 그렇게 의외가 아니다.

종교학도여! 풍수를 외면하지 마시라. 한 번 관심을 가져 보시라.

황선명(전 명지대교수, sunmy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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