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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링컨, <거룩한 테러-9.11 이후 종교와 폭력에 관한 성찰>, 김윤성 옮김, 돌베개, 2005, 299쪽.

 

책 소개

9.11 이후 미국에서 이 엄청난 사건을 설명하는 \'지배적인\' 태도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를 야만적 이슬람 집단의 적의에 가득 찬 공격 행위라 보며 종교적 측면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몇몇 정신이상자가 저지른, '참된' 종교와는 무관한 행위라고 보며 종교적 측면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브루스 링컨은 이 두 관점을 모두 비판한다. 9. 11은 명백하게 종교와 연관성을 갖지만, 이때 \'종교\'란 이슬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폭력성과 맹목성, 전근대성을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일반적 특성으로 해석해서도 안 되지만, \'종교\'를 단순히 숭고하고 도덕적인 것, 어떤 사회적 갈등이나 모순과 무관한 것으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책의 전반부에서 지은이는 비행기 납치범들이 소지했던 지령서, 부시와 빈 라덴의 연설, 미국 개신교 지도자들의 9.11에 관한 해석 등의 텍스트들을 분석한다. 후반부에서는 '현상 유지 종교', '저항 종교', '혁명 종교', '반혁명 종교' 등의 역사적 사례들을 검토하면서 종교와 정치, 종교와 폭력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규명한다.

 

저자 소개


하버드에서 학부를 마친 후 시카고대 종교학과에서 엘리아데의 지도 아래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스러움의 현현, 시원에 대한 희구, 원형을 향한 여정, 그리고 종교적 인간(HOMO RELIGIOSUS)에게 열려진 우주적 비전과 새로운 휴머니즘 등 엘리아데의 종교학을 특징짓는 많은 요소들이 젊은 시절의 링컨에게도 그대로 녹아 있다. 하지만 링컨은 이러한 느슨한 낭만주의의 한계를 깨닫고 역사를 초월한 몽환적 시간 속에서 노닐기보다는 차라리 역사의 진흙탕에서 뒹굴기를 택했다. 그람시, 알튀세르, 바르트의 시선을 투과한 마르크스가 그 진흙탕 속에서 그의 길잡이가 되었다. 그리고 경직된 유물론 또한 비판하며, 더 정교하고 더 성찰적인 방법론을 찾아 다양한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담론과 텍스트 분석에 유용한 정신분석학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후 종교와 세속의 허구적 경계를 오가면서 사회 속에서 작동하는 담론과 실천과 권력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데 천착해왔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북미에서는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 사이를 오가며 명성을 얻은 실천적 지식인으로, 『거룩한 테러』는 그의 저서들 중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이다. 『권위』로 1994년 전미 학술상을 받았으며, 그밖의 주요 저서로 『신화 이론화하기』(1999), 『담론과 사회구성』(1989) 등이 있다. 현재 시카고대학에서 종교사를 강의하고 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책머리에

1. 현대 정치 상황 속의 종교 이해

2. 대칭적인 이원론들 : 부시와 빈 라덴의 연설

3. 지하드, 탄식, 그리고 내부의 적

4. 종교와 문화의 관계에 대하여

5. 종교적 갈등과 후기식민 국가

6. 종교, 반란, 혁명

부록A 9.11 비행기 납치범들에게 내려진 최후 지령

부록B 조지 W. 부시의 대국민 연설

부록C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테이프 연설

부록D 팻 로버트슨과 제리 파웰의 <700클럽> 인터뷰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 부시와 빈 라덴은 어떻게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했나?

9·11 이후 미국에서 이 엄청난 사건을 설명하는 ‘지배적인’ 태도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를 야만적 이슬람 집단의 적의에 가득 찬 공격 행위라 보며 종교적 측면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몇몇 정신이상자가 저지른, ‘참된’ 종교와는 무관한 행위라고 보며 종교적 측면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탄탄한 역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에 대해 발언해온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 브루스 링컨은 (물론 전자가 더 위험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 두 관점을 모두 비판한다. 9·11은 명백하게 종교와 연관성을 갖지만, 이때 ‘종교’란 이슬람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폭력성과 맹목성, 전근대성을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일반적 특성으로 해석해서도 안 되지만, 또 한편으로 ‘종교’를 단순히 숭고하고 도덕적인 것, 어떤 사회적 갈등이나 모순과도 무관한 것으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9·11로 표상되는 현대 세계의 중요한 전지구적 갈등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종교’가 담당하는 역할들을 충분히 파악해야 하며, 그러려면 한층 예민한 성찰성이 요구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비행기 납치범들이 소지했던 지령서, 부시와 빈 라덴의 연설, 미국 개신교 지도자들의 9·11에 관한 해석 등 흥미로운 텍스트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시작된 직후 방송된 부시의 연설은 모든 이질적인 구성원들을 ‘국민’으로 호명하기 위해 종교적인 외연은 피하면서도,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보수적 기독교 신도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기 위해 곳곳에서 암호와도 같은 성경의 비유들을 사용한다. 또 이 분석에서는 미국의 개신교 지도자들이 지향하는 사회가 이슬람 최대주의(저자는 ‘근본주의’라는 말이 갖는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을 지적하고, 그 대신 좀더 가치 중립적인 용어인 ‘최대주의’라는 말을 쓸 것을 제안한다)가 상상하는 사회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종교에 뿌리를 둔 국가라는 것도 분명해진다. 또 모하메드 아타의 지령서와 빈 라덴의 연설에서는 미국을 세계를 불신앙과 세속화의 물결 속으로 몰아넣은 거대한 사탄의 우두머리 국가로 의미화하기 위해 오랜 이슬람 경전 속 역사를 끌어들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빈 라덴의 연설은 정치적 불만에 종교적 수사를 입혀 더 큰 지지 효과를 이끌어내려는 치밀한 담론적 실천으로 봐야 한다.
이러한 분석을 위해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 ‘현상 유지 종교’, ‘저항 종교’, ‘혁명 종교’, ‘반혁명 종교’ 등의 역사적 사례들을 검토하면서 종교와 정치, 종교와 폭력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규명해낸다. 저자가 보기에 종교는 긍정적 차원뿐만 아니라 잔인한 폭력을 성스러운 의무로 둔갑시키는 부정적 가능성들을 지닌, 역동적이고 모호한 실체다. 종교는, 성스럽다고 여겨지지만 실은 실패와 한계와 모순을 지닐 수밖에 없는 엄연한 인간적 시도라는 것이다.
이 책은, 정치와 종교, 혹은 권력(폭력)과 종교라는 오랜 주제에 대한 엄밀한 학문적 탐구의 결과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는 한 비판적 학자의 진지한 정치적 실천이기도 하다. 곧 헌법이 아닌 성경에 손을 올리고 대통령 선서를 하는 ‘다원주의’ 국가 미국의 모순과 점차 심화되는 전지구적 갈등의 경향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또 한국어판 서문에 요약된 브루스 링컨의 ‘종교에 관한 테제’와 부록으로 실은 각종 연설문 및 텍스트 자료 전문은 그 자체로 아주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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