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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민, 창조는 자유에서 비롯된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4. 8. 20. 11:29

류성민, 창조는 자유에서 비롯된다

 

[경인일보]2013년 04월 22일 월요일 제12면

 

 

기존의 관행과 관습에서 벗어나 자유의지에서만 변혁·혁명 가능
중복게재·표절사례 논란 잇따라
우리학계 연구윤리문제 '구설수'
남의 것 절도행위 모든 책임져야
'어설픈 창조' 자유를 모독할뿐

요즘 '창조'라는 말이 각종 언론과 매체에서 자주 사용된다. 창조경제나 창조과학이란 말이 마치 한 단어처럼 쓰이더니 정부 부처에도 미래창조과학부가 생겨나기도 했다. 도대체 창조가 무엇인가? 무엇이 창조이기에 너나없이 창조를 말하는가. 말 그대로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創造)다. 그렇다고 신이 아닌 이상 없는 것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있는 것에 약간의 새로움을 더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창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이미 있는 것에 익숙하고 너무 많이 있어 걱정인 사람들에게 창조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오래 간직하고 긴요하게 이어온 전통도 창조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늘 하던 대로 살아오면서 쌓인 관습도 관행도 창조에 관심을 두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창조는 불필요하게 여겨지게 마련이다.

창조는 가져야 할 것이 결핍되어 있거나 낯선 환경에서 생겨나게 마련이다. 갖고 있는 것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을 때, 전통의 부조리함을 느낄 수 있을 때, 관행과 관습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창조의 의지를 가질 수 있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행복을 찾아 고민하고 분투할 때 비로소 창조가 절실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창조에는 자유가 필수적이다. 아니 자유롭지 않으면 창조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기존의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때, 기존의 가치와 논리와 주장을 넘어서고자 하는 자유의지에서 창조는 비롯된다. 물론 모든 창조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자유가 없으면 창조 자체가 불가능하다. 자유로운 지성에서 학문의 창의가 가능하고, 자유로운 발상에서 발명이 가능하며, 자유의 갈망이 변혁과 혁명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리라.

근자에 우리 학계에서 연구윤리 문제가 크게 불거져 있다. 다른 학자의 논문을 표기도 없이 인용하거나 아예 표절하기도 하고, 자신의 논문을 여러 학술지에 중복 게재하는 것 등 연구윤리 위반 사례가 드러나게 되어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심지어 징계를 받아 학교를 떠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한 행위들은 사실상 학문의 자유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창조적 견해에 스스로를 구속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행을 핑계 삼아도 부주의를 사과한다고 해서 용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창조되지 못한 논문은 논문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창조를 자기 창조처럼 꾸미는 것은 협잡이고 도둑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남을 속이거나 남의 것을 훔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자유를 포기한 사람은 스스로든 타인에 의해서든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고위 공직자들도, 사회 저명인사들도, 심지어 연예인들까지 학위 논문의 표절이 드러나고 있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학위를 반납하기도 하고 학교로부터 학위 취소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도둑질한 물건을 되돌려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학위를 받음으로 해서 얻게 된 모든 지위와 명예와 이익이 포기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행위로 인한 모든 피해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미국 동북부의 뉴햄프셔 주를 여행하면서 그 주에 등록한 모든 자동차 번호판에 쓰인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자유롭게 살든지 아니면 죽든지(Live Free or Die)'. 미국 독립전쟁 당시 가장 유명했던 뉴햄프셔 출신 장군이 독립 후 축배를 들면서 외친 말이었고, 후에 그 주(州)의 모토가 된 것이다. 자유를 위해, 자유로울 수 있는 독립을 위해 결사(決死)의 투쟁을 했던 정신을 지금도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것이다.

사실상 자유가 없으면 죽은 것이나 진배없다. 그리고 죽은 자는 창조할 수 없다. 함부로 창조를 말해서는 안 된다. 창조를 쉽게 생각하거나 어설프게 창조하려는 것은 자유에 대한 모독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사람들이 지금, 우리나라에 많다.

/류성민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 

 

 

출처링크: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29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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