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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민, 웰빙에서 힐링으로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4. 8. 20. 11:43

류성민, 웰빙에서 힐링으로

 

[경인일보]2012년 12월 17일 월요일 제12면

 

 

 

한 때 웰빙(wellbeing)이 대세였다. 언론에서든 출판에서든 너나없이 웰빙을 말했다. '편안함', '안녕', '복지', '행복' 등이 웰빙의 원래 의미이고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지시하는 말이다. '참살이'라는 멋진 우리말도 널리 사용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웰빙이 주로 건강이나 장수(長壽)와 같은 뜻으로 사용되었다. 웰빙이란 수식어를 붙인 온갖 식품들이 나왔고, 다이어트도 운동도 모두 웰빙을 위한 것으로 여겨졌다. 웰빙 보조약품도 있고 웰빙여행에 웰빙의복까지 갖가지 웰빙 상품이 넘쳐났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웰빙이라 여기고, 그러기 위해서는 몸이 건강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받아들여진 것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 자체가 행복한 삶 보장 할수는 없어
정신적 평안·건전함 더해져야…
억압·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 우리사회를 치유할 수 있어
이웃·자연과 더불어 사는삶 필요


건강해야 행복할 수 있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지만, 건강 자체가 행복과 안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잘 먹는 것이 잘 사는 것의 전부는 아니다. 육체적으로 건강한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평안하고 건전해야 참된 의미의 웰빙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최근에 힐링이란 말이 더 자주 회자되고 있는 것도 웰빙이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단면적 인식의 결과일 수 있다고 본다. 어쨌든 최근에는 웰빙보다는 힐링이 뜨고 있다.

'치유'(治癒)라는 의미의 힐링(healing)은 '완전해지는 것' 혹은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주로 정신적인 치유의 의미로 힐링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지만, 육체적으로 상처가 나거나 병이 들었다가 회복되는 것도 힐링이고,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억압을 받아 괴로워하다가 평온하고 자유로움을 얻게 되는 것도 힐링이다. 몸과 마음이 모두 치유되는 것이 힐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힐링의 의미가 가장 실제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이 종교일 것이다. 베스트셀러가 된 힐링 관련 책들의 대다수가 종교인들의 저작이고, 힐링을 위한 프로그램도 종교단체들에서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책이나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은 자기 자신과 일상에서 벗어나 이웃과 자연에로 관심을 돌리는 일이다.

공부와 일에 지친 일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조용한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 힐링이 시작된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곰곰이 명상하는 것이 힐링의 주된 방법이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더 많은 것을 먹고 더 많은 것을 얻으며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했던 지난날의 모습을 반성하는 것이 힐링의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육체적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영적인 가치를 인식하며, 이웃과 자연과 더불어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한 결심에서 몸과 마음이 모두 힐링이 된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힐링이 되었더라도 그 이전과 똑같이 살면 다시 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더 이상 힐링이 필요 없는 삶을 사는 것, 아니 일상의 삶 자체가 힐링이 되는 삶을 살지 않으면 힐링 자체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실상 우리는 힐링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은 공부와 일을 해야 하는 나라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리고 세계 1위의 자살률이라는 불명예를 지고 살아간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일만 하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에 병이 든 것이 아닌가.

산다는 것을 무의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아무리 웰빙을 하고자 해도 소용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힐링이 필요하다. 아마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들고 고통과 억압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야말로 힐링이 될 수 있다. 산과 강, 대지와 바다를 자연 그 자체로 되돌리는 것이 힐링이다. 한번 실험해 보시라.  

 

출처링크: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98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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