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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민, 한가위 상념(想念)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4. 8. 20. 11:58

류성민, 한가위 상념(想念)

 

 

[경인일보] 2012년 09월 17일 월요일 제12면

 

 

 

 

 

하늘은 높아지고 말(馬)이 살찌는 계절, 가을이 되었다. 가을의 한 가운데에 한가위(추석, 중추절)가 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한가위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본다.

우리는 흔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을 한다. 한가위에는 친지와 이웃이 음식을 나누어 먹고 함께 모여 놀이를 즐긴다.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때이다. 바로 그 때 우리는 이웃을 돌본다. 한가위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면서 주위의 가난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人心)이 넉넉해지는 때가 한가위다.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괴로운 사람도 함께 명절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한가위가 되면 좋겠다. 아니 늘 한가위 같으면 좋겠다.

한가위에는 고향을 간다. 민족대이동이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향한다. 먼 길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고향으로 달려간다. 고향에 가면 고향 산천을 둘러보고 고향 친구와 친지를 만난다.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도 보게 되고, 고향에서 놀던 놀이도 한다. 수만리 바다를 떠돌다 태어난 개울가로 돌아와 알을 낳고 죽은 연어처럼 우리는 고향을 그리워한다. 갈 고향이 없는 사람들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마음으로나마 고향을 그린다. 우리를 낳아 주신 부모님이 있듯이, 누구나 가고 싶고 보고 싶고 즐기고픈 고향이 있게 마련이다. 고향은 그래서 꿈이고 희망이고 기쁨이다. 어디서든 누구나 함께 볼 수 있는 한가위 보름달은 두 손 모은 우리의 염원을 밝게 비추어줄 것이다.

한가위에는 벌초를 하고 성묘를 한다. 제사를 드린다. 차례를 올린다. 돌아가신 분들을 기린다. 모두 모여 그 분들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되새겨본다. 어떻게 사셨는지를 생각해본다. 돌아가신 분들에게 돌아갈 그날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언젠가 우리의 묘지를 찾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영정과 위패 앞에서 절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차를 따라 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던 모습을 되새겨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살았다고 말할 것이다. 그 때, 우리는 어떻게 기억할까? 우리가 어떠했었다고 말해질까? 그러고 보니, 이제부터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멋지게 살아야겠다. 욕먹지 않고 살아야겠다. 좋은 일 많이 하며 살아야겠다. 부모님께 더 정성으로 효도해야겠다. 자식들에게 더 잘해주어야겠다.

한가위에는 갖가지 놀이를 한다. 소싸움을 하기도 하고 길쌈을 하기도 한다. 강강술래도 재미있고 씨름도 흥겹다. 차전놀이도 줄다리기도 이기나 지나 모두 즐겁다. 간만의 고스톱에 날 새는 줄도 모른다. 그렇게 놀이는 우리를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게 한다. 일도 공부도 잊도록 만든다. 벌레처럼 일만하고 공부만 하던 우리를 해방시켜주는 것이 놀이다. 놀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신명나게 놀 수 있는 때가 한가위다. 그렇게 놀아야 다시 열심히 일도 할 수 있고 신나게 공부할 수도 있다. 우리 모두 함께 놀자. 어린애와 어른도 같이 놀고, 시어머니와 며느리도 같이 놀자. 여자와 남자도 한자리에서 같이 놀고, 처녀총각도 유부 남녀도 함께 놀자. '잘 놀아야 공부도 잘한다'고 했던 초등학교 때의 존경하던 담임선생님이 그립다.

창밖으로 보이는 들판에 황금빛이 확연하다. 머지않아 저 산도 아름답게 단풍이 들것이다. 그러면 또다시 찬바람도 불고 눈보라도 날릴 겨울이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풍요의 때에 곤궁함을 염려하는 것, 배부를 때 배고픈 사람을 돌보는 것, 떠난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것, 함께 놀고 즐기는 것. 이런 것들이 사람의 순리가 아닐까. 한가위만 같은 나날이 순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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