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류성민, [21세기 人文學 리포트] 종교를 규정하는 국가 중국

 

[MK뉴스]2012.07.20

 

 

 

종교를 연구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종교를 정의(定義)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종교라고 이름 붙여진 현상이 천차만별하고, 종교에 대한 정의도 무수히 많다. 심지어 사전들에서조차 일관된 정의가 없는 실정이다. 종교를 연구하는 학자들마저 나름대로 종교를 정의하여 연구하기도 한다.

 

종교를 정의하기 힘든 이유는 자명하다. 어떤 식으로든 종교를 정의하게 되면 종교와 종교가 아닌 것을 구별하게 되며, 그러한 구별이 적합하지 않은 `종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종교와 종교가 아닌 것을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政敎分離)가 헌법에 의해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자 그 보호를 위한 장치가 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종교는 개개인의 사적 영역에 속해 있다. 누구든 그 어떤 종교도 자유롭게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자기 혼자만 믿는 자기의 종교도 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종교가 어떻게 생겨났고, 역사적으로는 어떠했으며, 현실적으로는 어떠한지를 국가적 차원에서 규정하고 있다. 또 규정에 의거하여 정부의 종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가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마르크스주의의 종교관을 수용하고 있다. 종교는 일종의 사회역사적 현상으로 △자연 현상에 대한 원시인들의 신비감이 반영되어 발생했고 △역사적으로 착취계급에 의해 사람들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으며 △사회주의 사회가 완성되면 종교는 필요가 없어져 결국 사라질 것으로 본다. 다만 중국은 현재 사회주의 초급 단계에 있기에 종교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역사 속에서 중국 종교는 다섯 가지 특징(종교오성론)을 지니게 되었기에 국가적 차원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면서도 적극적 종교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6월 30일자 `인문학 리포트` 참조).

 

중국에서 국가가 종교를 규정함으로써 나타나게 되는 두 가지 중요한 결과가 있다. 하나는 종교와 `사교(邪敎)`를 구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상적인 종교 활동과 불법적인 종교 활동을 분별하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구분과 분별의 주체는 국가(정부)다. 신앙 대상이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교주이고, 은밀하고 비공개적으로 활동하며, 사회질서를 혼란하게 한다고 보는 사교는 국가에 의해 방범(防犯)과 취체(取締)의 대상이 된다.

 

중국에서 `파룬궁(法輪功)`이 강제로 해산되고 관련자가 대거 처벌을 받은 것도 `사교`로 취급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어떤 종교 활동이 정상적인지를 모두 법령으로 상세히 정해 놓았다. `종교 사무 조례`와 `중화인민공화국 경내 외국인 종교 활동 관리 규정` 등 무수한 법령으로 정상적인 종교 활동을 적시하고, 그것에 위배되는 모든 종교 활동은 불법적인 것이다. 중국 정부가 불법적 종교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는 대표적 단체가 바로 `달라이 라마 집단`이다.

 

중국이 개혁ㆍ개방을 하고, 자본주의 경제를 일부 수용하고 있으나,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이며 공산당이 집권당이다. 그러한 사회주의 국가의 면모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중국의 종교정책이다.

 

종교와 사교를 구분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상적인 종교 활동을 규정하고 있으며, 사교와 불법적인 종교 활동에 대해 중국 정부와 공산당에서 적극 대처하고 있다.

 

중국에서 종교는 개인의 사적인 영역만이 아니다. 종교문제는 국가의 중요한 관심 사안이고 정부 정책의 대상이다. 중국 종교의 현실은 그 결과다.

 

이 현실을 통해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다.

 

중국 종교를 보면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중국의 모든 종교가 사회주의 체제에 적응토록 하는 것이 중국 종교정책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류성민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링크: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4516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