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류성민, [21세기人文學 리포트] 진짜 `사이비 종교` 는 없다

 

[MK뉴스] 2012.05.11

 

 

 

종교를 전공하다 보니 간혹 어떤 종교를 거론하면서 `사이비 종교`가 아닌지 묻는 전화를 받곤 한다. 어떤 때는 특정 교단이나 종단을 거명하면서 `이단`이 아닌지 알려 달라는 메일을 받기도 한다. 심지어 언론에서조차 `사이비 종교`를 운운하고 한때는 `유사 종교`나 `신흥 종교`라는 말로 특정 종교를 폄하하기도 했다.

 

`사이비(似而非)`란 글자 그대로 `비슷하나 아니다`는 뜻이다. 결국 사이비 종교라는 말은 종교와 비슷하지만 종교가 아니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종교와 비슷하나 종교가 아닌 종교`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 그래서 `사이비 종교`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종교를 `사이비`라고 규정하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그 종교의 교리나 가르침을 허황되다고 여기거나 과학적ㆍ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그 종교 교조나 지도자 혹은 일부 신자의 비도덕적 행태나 범죄를 근거로 그렇게 단정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이 두 이유가 모두 어떤 종교를 `사이비`로 규정하는 적절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종교적 믿음은 반드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때론 과학적으로는 증명이 불가능한 종교적 교리도 있고,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종교적 가르침도 있을 수 있다. 부활이나 환생 혹은 내세에 대한 모든 종교적 교리들이 그러하다. 만일 조금이라도 불합리한 교리가 있고 증명이 불가능한 주장이 있다고 해서 `사이비`라고 한다면 `사이비`가 아닌 종교는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한 종교의 교조나 성직자 혹은 신자들도 비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종교를 사이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단지 그 사람의 비도덕적 행위이고 범죄일 뿐이다. 모든 신자가 도덕적으로 완벽하고 아무런 죄도 범하지 않는 그런 종교는 없다. 물론 종교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분리하여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한 외국인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여 그 외국과 외국인 모두에 대한 혐오와 적대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종교와 문제가 있는 종교인을 구분해야 한다고 본다.

 

한편 `이단`이란 한 종교 내에서 정통에 거스르는 교리와 사상을 지목하는 개념이다. 어떤 것이 정통이고 어떤 것이 이단인지는 전적으로 한 종교 내부 문제다. 어떤 교파, 교단, 종단을 이단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객관적 근거는 없다.

 

문제는 우리가 `사이비 종교`나 `이단`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면서 종교에 대한 이해를 그르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종교를 믿든, 그렇지 않든 간에 종교는 역사 속에서, 문화 속에서, 그리고 인간 삶에서 매우 중요한 현상이었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허무맹랑한 교리를 가진 종교도 있고 종교인들의 비행이나 범죄에 대해서는 일반인보다 더 가차 없는 비판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종교 자체를 무용하게 여긴다거나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지난 세기 중반에는 머잖아 종교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 학자들이 적지 않았다. 주지하다시피 그러한 판단은 이미 오류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종교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중요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종교는 과학이 아니다. 우리 삶이고 삶의 의미며 살아가는 힘이 종교다. 누구에게나 삶은 고결하듯이, 종교도 그러하다.

 

 

[류성민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링크: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2870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