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류성민, 21세기 人文學 리포트] 무한한 이상을 품은 유한한 존재, 종교적 인

 

[MK뉴스]2012.03.09

 

 

 

많은 고대 종교문화에서 신(神)은 남성과 여성을 모두 지닌 양성적 존재로 나타난다. 가장 완전한 존재가 신이고, 그 신이 남녀 양성을 모두 지닌 존재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이거나 여성일 수밖에 없는 사람은 신이 될 수 없었고 완전한 존재가 아니었다. 사람인 이상 불완전함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신은 죽지 않고 영원히 존재한다거나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전능한 분으로 묘사된다. 신을 완전한 존재로 이해하는 것은 곧바로 인간이 스스로 불완전한 존재임을 자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종교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이상을 제시한다. 불완전한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종교들은 제시해준다. 예컨대 `인간이 죽었다가 다시 살 수 있다(부활)`거나 `다시 태어날 수 있다(환생)`는 것은 종교적 믿음이고 종교적 이상이다. 바로 그러한 믿음을 구체적인 삶의 현실로 수용하고자 할 때 종교적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인간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한계 속에서 어떻게 살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았는지가 그 영원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세계의 삶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길어야 100년의 삶이 영원을 보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이것이 아마도 종교의 가장 보편적인 가르침이리라.

 

19세기 말, 근대 종교연구의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되는 독일의 막스 뮐러(Max Mueller)는 종교를 `무한한 것에 대한 지각`으로 정의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므로 무한한 것을 느끼고자 하며, 많은 자연 현상 속에서 그 무한한 것을 지각함으로써 그것을 숭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인간은 천둥과 번개와 같은 자연 현상에서 그 배후에 있는 무한한 존재를 느낄 수 있었으며, 바로 그러한 무한한 존재에 대한 숭배에서 종교가 비롯되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뮐러는 무한한 것에 대한 지각이 인간의 도덕적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겼다. 무한한 것을 지각함으로써 인간은 스스로 유한한 존재임을 알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겸손해지고 순수해지며 기꺼이 도덕적인 삶을 살고자 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종교적 인간(homo religiosus)이란 스스로 유한하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아는 존재이고, 항상 무한한 것을 갈망하는 존재이며, 자연현상 속에서조차 무한한 존재를 지각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뮐러의 관점이었다.

 

오늘날 우리의 종교현실을 보면서 뮐러의 견해가 새록새록 되새겨진다. 스스로 유한한 존재임을 아는 사람만이 무한한 것을 찾고자 할 것이며, 불완전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현실 속에서만 완전한 세계를 이상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겸손해지지 않고는 이상을 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우리의 종교 현실에서는 "믿으면 부자가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믿으면 온갖 병을 다 고칠 수 있다"고 선전한다. "믿으면 만사가 잘 된다"고 부추긴다. 부와 명예와 권력, 그리고 건강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것들은 유한하다. 그것을 믿음의 대상이고 종교적 이상으로 여기는 한 무한한 것을 지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코 겸손한 삶을 그러한 것들에서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의 한 분야인 종교학은 인간을 종교적 존재라고 이해한다. 그러한 차원에 스스로 불완전하고 유한한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종교적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금 여기에 살아 있음 자체를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종교적 인간이 아닐까!

 

 

[류성민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링크: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15486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