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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에서 태양계 너머까지

                                       : 파커 호에서 보이저 2호까지 (2)



                news  letter No.558 2019/1/22      

 


  
 

 

 


     
      (2018년 12월 11일자에서 계속. 작년 한 해 동안 들려온 태양계 탐사 소식을 따라 태양에서 시작해 수성과 금성을 지나 지구까지 왔다. 이제 달 차례다.)

      작년 12월 6일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 4호가 달을 향해 출발했고, 약 한 달 뒤인 1월 4일 달 뒷면에 착륙했다. 지난 60년 동안 미국, 소련/러시아, 일본, 인도, 중국이 달에 유인이나 무인 탐사선을 보내왔고, 저마다 나름의 ‘최초’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일부 ‘최초’는 좀 특별하다. 60년 전인 1959년 소련의 무인 달 탐사선 루나 2호는 인공물로는 최초로 달 표면에 도달했고, 50년 전인 1969년 미국의 유인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는 달 표면에 최초의 인간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 일행을 태우고 달에 다녀왔다. 이번에 창어 4호는 최초로 달 앞면이 아닌 뒷면에 착륙했고, 최초로 달에서의 생물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얼마 전 탐사로봇 옥토끼 호 안의 배양기에서 목화씨가 싹을 틔웠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곧이어 그 싹이 결국 얼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상 130도의 낮과 영하 170도의 밤이 2주마다 바뀌는 달의 혹독한 여건상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배양기 안에는 또 다른 식물들의 씨앗도 있고, 누에의 알도 있으니, 이들의 발아나 부화 소식을 기다려볼 일이다.

     달 탐사와 관련한 흥미로운 최근 영화 2편이 있다. 하나는 달 착륙 음모론을 소재로 한 페이크 다큐 영화 <아폴로 프로젝트>(Operation Avalanche, 미국, 2016)이고, 다른 하나는 아폴로 11호에 탑승하기까지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다룬 전기 영화 <퍼스트 맨>(First Man, 미국, 2018)이다. 달 착륙 음모론은 너무도 명백한 달 착륙 증거들 때문에 다소 쇠퇴했지만, 어쨌거나 <아폴로 프로젝트>를 보면서 음모론의 진위를 따질 필요는 없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그것이 오직 상상력만으로 꽤 그럴 듯한 허구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음모론의 주장대로 달 착륙 영상이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조작이라면, 도대체 누가, 왜 그런 짓을 한 걸까? 이 영화는 가짜 자료를 토대로 가짜 이야기를 만들어냄으로써 이 물음에 대한 그럴듯한 한 가지 대답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음모론을 옹호하거나 반박하는 논쟁에 휘말린다면, 이 영화의 장난에 제대로 걸려든 거다. 농담처럼 지어낸 허구를 두고 진위를 따지며 작심하고 달려드는 꼴이니까. <퍼스트 맨>은 약간의 허구가 가미되기는 했지만, 전기물의 기본에 충실한 영화다. 이 영화의 매력은 그 초점이 당대 냉전 정치 같은 외적 측면이나 아폴로 프로젝트의 위대한 성취가 아니라 거기에 얽힌 개인들(본인과 가족)의 관계와 내면에 맞추어져 있다는 데 있다. 영화 속 우주선 안에서 내다본 우주의 모습이 좀 초라해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약간의 컴퓨터 보정으로 장대하고 아름다운 우주의 흔한 모습을 만들어내기는 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보정을 가하지 않는다. 때 묻고 김 서려 뿌연 투명창 너머로 보이는 우주의 모습은 어딘지 칙칙하고, 그게 실제 모습이다. 그래서 그 초라한 우주의 모습에서 장대함과 아름다움을 느끼려면 눈이 아닌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이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우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은, 비록 아직은 무인 탐사만 가능하지만, 어쨌든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탐사가 이루어진 곳이다. 화성에는 이제껏 달에 보내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탐사선이 보내졌고, 달 표면의 역대 탐사선들보다 더 많은 탐사선들이 활동했거나 현재 활동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성은 고대 신화 속 전쟁의 신부터 현대 SF장르 속 외계인까지 인간의 상상력을 가장 많이 자극해온 행성이고, 언젠가 인류가 거주하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행성이다. 작년에는 화성에서 연거푸 소식이 날아왔다. 5월 5일 미국의 무인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 호가 발사되었고, 인사이트 호는 200여 일을 날아 지난 11월 26일 화성 표면의 목적 위치에 완벽하게 착륙했고, 도착 직후부터 탐사로봇이 수많은 사진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12월 22일에는 유럽과 러시아 합작 화성 궤도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 호가 화성 표면의 거대한 얼음 구덩이 사진을 보내왔다. 숱한 탐사선과 탐사로봇 덕분에 화성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이해는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이제 우리는 비록 소금물이거나 얼음 상태이긴 하지만 화성에 일정한 양의 물이 있다는 것을 안다. 또 화성에서는 35억 년이나 된 유기화합물의 흔적도 발견되었다. 화성이 지구 생명체의 고향이었는지, 인류가 장차 화성에서 살 수 있을는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화성 탐사가 지구, 생명,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내게 만들지도 모를 흥미진진한 사건인 것만은 분명하다.

     화성 탐사선들 소식이 들리던 즈음인 11월과 12월에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에서는 SF 드라마 <마스> 시즌 2(총 6화)가 방영되었다. 미래의 화성 정착을 소재로 한 픽션 드라마와 현재 과학자들의 화성 관련 인터뷰를 혼합한 독특한 스타일의 이 드라마는 화성에 대한 지식과 기대를 잘 담아내고 있다. 2016년의 시즌 1(총 6화)이 화성 탐사 과학자들의 정착 과정을 다룬 데 이어, 이번 시즌 2는 화성의 자원을 선점하려는 기업이 정착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다뤘다. 마지막에 어찌어찌 갈등이 해소되기는 하지만, 거대기업이 지구에서 했던 짓, 즉 결과에 대한 예측이나 대비도, 책임질 자세도 없이, 당장 눈앞의 이익만 좇는 짓을 화성에서도 그대로 반복하는 모습을 보는 건 좀 씁쓸하다. 우리는 지구를 리셋 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지구를 지금처럼 마구 대한다면, 언젠가 지구가 우리를 리셋할지도 모른다. 화성 정착에 관한 상상이 흥미롭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구에서 리셋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지를 상상 속에서나마 복기해보는 연습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도 탐사 소식이 여럿 들려왔다. 6월에는 일본의 두 번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발사 3년 6개월만에 목적지 소행성 류구 궤도에 도착했다. 이전에 하야부사 1호는 2003년에 출발한 뒤 소행성 이토가와에 착륙해 흙을 채취하고 2010년 지구로 귀환한 바 있다. 하야부사 1호는 꽤 긴 시간 동안 교신이 두절되어서 우주 미아로 소실된 줄 알았다가, 기적적으로 교신이 재개되어 임무 완수 후 지구로 귀환하고 있음이 확인되었고, 채취한 시료 캡슐만 남긴 채 대기권에서 장렬히 산화했다. 이 이야기는 워낙 유명해서 여러 편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예] <하야부사>, 2011). 이번의 하야부사 2호는 좀 더 업그레이드 된 탐사선으로 류구에 착륙해 많은 조사와 채취를 한 뒤에 2020년 귀환 예정이다. 한편, 지난 10월에는 11년 간 소행성 베스타와 세레스를 탐사해온 최초의 소행성 탐사선 돈 호(Dawn, 미국, 2007-2018)가 작동을 영구적으로 멈췄다. 돈 호는 앞으로 50년 동안 마치 위성처럼 무동력 상태로 세레스 상공 궤도를 공전할 것이라고 한다. 돈 호의 자리는 미국의 새로운 소행성 탐사선인 오시리스-렉스 호가 이어받았다. 오시리스-렉스 호는 2016년에 지구를 떠나 2년 4개월만인 작년 12월 소행성 베누의 궤도에 도착했고, 조만간 표면에 착륙하여 탐사와 채취를 한 뒤 2023년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행성들은 태양계 생성 과정에서 생겨난 부스러기로 태양계 형성과 지구 생명 탄생의 비밀에 관해 다른 일반 행성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목성에서는 수명이 다해 목성의 대기 속으로 날아들어 산화한 최초의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 호(1989-2003)가 있었고, 그 뒤를 이어 현재는 주노 호(미국, 2011-2023[퇴역예정])가 유일한 궤도 탐사선으로 활동 중이다. 주노 호는 지난 12월에 형성된 지 300년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소용돌이 사진을 보내왔고, 최근에는 주요 위성의 하나인 이오의 격렬한 화산활동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목성 주변의 수많은 위성들 중에는 유로파처럼 물과 얼음이 존재하는 것이 있어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유로파 탐사는 아직은 기약이 없다. 토성에는 한때 탐사선이 있었지만, 현재는 활동 중인 탐사선이 없다. 토성은 일찍이 태양계 탐사선 파이어니어 10호(1972)와 11호(1973), 보이저 1호(1977)와 2호(1977)가 지나가며 잠깐씩 관찰을 한 적이 있다. 이후 본격 토성 궤도탐사선인 카시니-하위헌스 호(1997-2017)가 활동해 오다가 재작년인 2017년 9월 수명이 다해 토성 대기 속으로 날아들어 산화했다. 카시니-하위헌스 호 덕분에 우리는 토성과 특히 그 놀라운 고리에 대해 수많은 새로운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천왕성과 해왕성은 아직 직접 탐사된 적이 없다. 보이저 2호(1977년 8월 20일 발사)가 30여 년 전에 두 행성 근처를 지나면서 촬영해 보내온 사진 몇 장 있을 뿐이다. 이제 주요 행성들은 끝나고 태양계 외곽이다. 새해 벽두에 가장 최근에 발사된 태양계 탐사선 뉴호라이즌스 호가 따끈따끈한 소식을 보내왔다. 뉴호라이즌스 호의 운명은 좀 얄궂다. 2006년 발사된 뉴호라이즌스 호의 1차 목적은 명왕성 탐사다. 그러나 같은 해에 명왕성은 독립적인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한 채 카이퍼벨트 대의 수많은 왜행성들 중 하나가 되었다. 어쨌거나 뉴호라이즌스 호는 9년을 묵묵히 날아가 2015년 본래 목적지인 명왕성에 무사히 접근해 관측에 성공했고, 이어서 카론 등의 그 일부 위성을 관측하는 데도 성공했다. 현재는 계속 더 날아가면서 카이퍼벨트 대의 소행성들을 탐사 중이다. 그 첫 성과로 지난 1월 1일 뉴호라이즌스 호가 소행성 울티마 둘레에 접근해 촬영한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 카이퍼벨트 대의 소행성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보다도 훨씬 더 오래된 37억 년 전 태양계 생성 초기 흔적을 간직하고 있어서 태양계 생성과 생명체 탄생의 더 많은 비밀을 풀 열쇠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작년에는 태양계 외곽을 넘어 그 바깥에서도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다. 작년 12월 중순에 나사는 보이저 2호가 12월 5일자로 태양권계면을 벗어나 성간우주로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지구로부터의 거리 297억km, 발사 후 41년만의 일이다. 이로써 보이저 2호는 2012년에 최초로 성간우주에 진입한 보이저 1호(1977년 9월 5일 발사)에 이어 두 번째로 성간우주에 진입한 인공물이 되었다. 보이저 2호는 지구에서 가장 멀리 날아간 3위 인공물이기도 하다. 1위는 당연히 보이저 1호이고, 2위는 파이어니어 10호, 4위는 파이어니어 11호, 5위는 뉴호라이즌스 호다. 파이어니어 10호는 최초로 발사된 태양계 탐사선이고, 지구로부터의 거리도 2위나 되지만, 다소 느린 데다가, 다른 탐사선들과 달리 혼자서 정반대 방향인 태양계 타원꼬리 쪽으로 날아가고 있어서, 그 늘어진 꼬리를 지나 태양계를 벗어나는 데 훨씬 더 많은 세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선두에서 보이저 1호와 2호가 태양권계면을 벗어나 성간우주에 접어들었지만, 그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오르트구름을 벗어나야만 진짜로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그런데 보이저 1호와 2호가 지금부터 오르트구름의 안쪽 면에 도달하는 데까지만 300년이 걸리고, 오르트구름의 바깥 면에 도달해 태양계 영향권을 완전히 벗어나는 데만 무려 3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현생 인류가 동굴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게 3만 5천 년 전의 일이니,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세월에 거의 맞먹는 꼬박 3만 년의 세월이 더 흘러야만, 인간이 만든 몇 개의 쇳덩어리들이 비로소 태양계를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때 우리 인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어떻게 되어 있을까.

     파이어니어 호들에는 지구의 위치와 인간 남녀의 모습을 새긴 금속판에 탑재되어 있고, 보이어 호들에는 그 업그레이드 버전으로서 지구와 인간에 관한 정보 외에 나라별 인사말 음성과 음악 소리, 지구의 온갖 소리, 인간과 자연과 생명체의 온갖 이미지들이 담긴 골든 디스크와 자동재생장치가 탑재되어 있다. 이 탐사선들이 각자 향하고 있는 가장 가까운 별에 도달하기까지 수십만 년이 걸린다. 어쨌든 탐사선들은 지구의 메시지를 품고 어둠 속에서 각자의 방향으로 하염없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곳에, 헤아리기도 힘든 아득한 세월 뒤의 그 머나먼 곳에, 알 수 없는 어딘가로부터 날아온 이상한 물체에 담긴 금속판이나 골든디스크의 정보를 이해할 지적 존재가 과연 있을는지 알 수는 없지만...




      


김윤성_
한신대 인문콘텐츠학부 부교수
논문으로 <브루스 링컨의 방법테제 분석>, <탈가부장적 신화 읽기의 전략들: 텍스트의 전복, 해체, 확장>, <자살과 종교, 금지와 자유의 아포리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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