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종교사회학'을 지향하며 2011.4.5 임종을 앞둔 어느 날 우연히 선친께서 한 이야기 한 토막이다. “어릴 때는 서당에 나가 한문과 중국역사를 달달 외우고, 조금 나이가 들어서는 일본어와 일본역사를 공부하였고, 해방 이후에는 헤겔 철학이나 마르크스주의 사상을 열심히 공부하였다. 그리고 미군이 남한에 진주하자 영어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니, 정작 우리의 역사나 우리의 사상에 대해서는 공부할 기회를 다 놓쳐 버리고 벌써 죽을 때가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현재 나의 삶과는 무관한, 선친의 과거에 대한 회한쯤으로 지나치고 말았다. 한 참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그리고 선친의 삶이 나의 삶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깨달은 뒤에야, 나의 아둔한 머리는 그 이야기를 꺼낸 선친의 참 뜻을..
대재난과 ‘일본교’ 2011.3.29 상상을 초월하는 재난 앞에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 일본인들에 대해 세계가 놀라워하며 경외심에 찬 격려를 보내고 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이런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어릴 때부터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메이와쿠’ 교육을 철저히 받아왔기 때문이라든가, 평소 재난대책 훈련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라는 등의 설명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벼랑 끝의 위기 앞에서조차 침착성과 차분함을 잃지 않는 일본인들의 행동양식과 관련하여 그 배경으로서 일본문화의 특징에 궁금증을 품게 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상과 체념의 문화’이다. 일본문학사와 사상사는 무상을 무상 그대로 살아가면서 덧없고 모순에 찬 ..
다문화사회의 종교를 묻는다 2011.3.22 *이글은 19호(3월31일 발간) 권두언에 실린 글입니다. 10년, 20년 전쯤만 해도 거리를 걷다 마주치는 외국인은 거의 대부분 파란 눈에 금발을 한 백인이었다. 고궁 근처에서 단체관광을 하는 일본인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식당에서는 북한 말씨를 구사하는 연변 아주머니, 공단 지역에서는 까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동남아 계통의 노동자, 농촌에서는 베트남이나 필리핀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대학 캠퍼스에서는 머리에 베일을 두른 무슬림 여대생, 그리고 매스컴에 의하면 서비스 업종에서는 러시아 여성을 접하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마침내 정부는 국내 거주 외국인이 1백 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하였고 다문화정책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기 ..
무릎 꿇은 MB, 상징의 정치종교 2010.3.15 특정종교가 주최한 행사장에서 일국의 대통령 MB가 무릎을 꿇었다. 이런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태가 벌어진 후 무릎 꿇고 고개 숙인 MB의 사진은 갖가지 추측과 변론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다. 아마 이 사진은 대한민국 통치사나 세계 종교역사에도 주요한 자료로 기록될 것이다. 이유는 그 사진이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종교도 상징체계로 구축되어 있다. 그럼 왜 무릎꿇은 MB의 사진이 반발을 불러일으킬까? 상징 지향성의 차이 때문이다. 종교의 상징은 항시 ‘속俗’과 분리된 ‘성聖’을 지향한다. 이게 진실이든 아니든 일반인은 적어도 종교란 그러해주기를 기대한다. 사회의 한 구성요소로 종교의 역할은 일상의 가변적 가치기준에서 벗어나 비일상적이고 영구적 가치기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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