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자’의 언어에 드러난 ‘종교’ 개념 연구 newsletter No.666 2021/2/23 호시노 세이지(星野 靖二)의 『만들어진 종교』가 번역, 출간되었다(이예안, 이한정 옮김, 글항아리, 2020). 이 책의 원제는 『近代日本の宗敎槪念』이고 부제는 ‘종교자의 언어와 근대’로, 저자가 2006년에 제출했던 박사학위 논문을 수정하여 2012년에 출간한 것이다. ‘종교자’1)라는 용어를 처음 눈여겨보게 된 것은 작년 여름 박규태 선생님의 「초고령다사사회 일본에 있어 종교의 새로운 지평: ‘임상종교사’를 중심으로」라는 특별강연에서 종교자ㆍ(임상)종교사ㆍ스피리추얼케어사 등의 용어를 접하면서였다.2) 호시노는 이 책에서 다루는 종교자들이 기본적으로 지식인이며 추상적 개념을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언어화하고..
챗봇과 종교: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에 대한 몇 가지 생각 newsletter No.665 2021/2/16 지난 연말과 연초 동안 ‘이루다’라는 이름의 국산 A.I. 챗봇(인공지능 대화 로봇)이 세간의 화제였다. 지난해 여름 베타테스트 때부터 진짜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혁신적인 인공지능 기술이라며 업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루다는 12월 22일 정식 서비스 개시 후 사용자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르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가 1월 들어 이루다와 관련한 이런저런 논란이 불거지더니 결국 개발사는 서비스 개시 3주만인 1월 12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서비스를 중단했다. 일시 중단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이루다가 얼마나 개선된 성능과 내용으로 언제 복귀할지, 과연 복귀할 수나 있을지 기약은 없다. 이루다가 촉발한..
새로운 기억(記憶)을 좇아 사족(蛇足)을 달고 싶습니다 newsletter No.664 2021/2/9 바야흐로 새해를 맞는다고 마음이 환하게 번거로웠는데 어느새 한 달하고도 열흘이 지나 새해가 헌 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아쉽습니다. 요즘은 늙은이들도 카톡으로 새해 인사를 합니다. 아니, 늙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받은 인사 중에 이런 메일이 있었습니다. “새해는 new opportunity로 꽉 차 있지. 그러나 누구에게나 그런 것은 아냐. 늙은이들에게는 new memory로 채워야 겨우 지탱하는 새로운 찰나가 새해인 거야.” 또 다른 메일에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흘러간 시간이 참 짧아서 / 시간으로 셀 수가 없네 // 사족을 달 겨를도 없네” 그 친구들의 깊은 뜻을..
소의 해, 신축년 2021년을 맞이하여 newsletter No.663 2021/2/2 어릴 때 미술 시간에 사용하였던 크레파스에는 ‘살색’이 있었다. 그땐 사람들의 살색이 모두 그 색인 줄 알았다. 깜상이란 별명에도 불구하고 나의 얼굴을 그릴 때엔 그 ‘살색’을 칠하였다. 황인종의 피부색을 가리키던 ‘살색’은 인종차별적이라 하여 연주황색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살구색이라 부른다. 누군가 붉은색 살구를 만들어 낸다면 어떻게 될까? 무슨 색이든 이를 바라보는 우리는 사회적 학습과 경험 속에서 이를 판단하고 명명한다. 2021년 신축년을 맞이하여 또 하나의 색깔을 생각해본다. ‘한우’라 말을 들으면 ‘황우(黃牛)’가 생각난다. 젖소와 황우만 알던 시기 얼룩소는 젖소였고 서양 소였던 반면 한우는 황우로만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