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레터

274호-종교의 미래와 불교계의 혁신방향(원영상)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3. 11. 18. 17:37

 

                           종교의 미래와 불교계의 혁신방향


 

 

2013.8.6

 

 

종교의 미래는 있는가. 19세기 말엽, 비운의 혁명가이자 불교사상가인 탄스퉁(譚嗣同, 1865~1898)은 사회진화론의 중국유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선도 진화하지만 악도 진화한다. 세상은 여전히 약육강식이 횡행하고, 신자본주의의 한계는 물론 환경 문제를 비롯한 인간사회의 불안 요인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요인들 때문에라도 종교의 미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종교의 미래가 있다고 판단하는 절실한 이유가 대중에게 설득력을 지닐 때, 비로소 미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환경파괴로 인해 인류가 공멸에 처하기 전, 종교에 의해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설명되고, 전 세계의 대중이 이것을 흔쾌히 동의함과 동시에 이를 종교 고유의 방법에 의해 실천하고자 노력할 때, 바로 그 자리에 종교의 존재의미가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현대사회 인간은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한계를, 말하자면 생존의 임계선을 넘어서 있다. 이것을 자각하도록 하지 않는 한 종교의 존재는 무의미하다. 종교의 미래는 이제 단순한 전망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현상으로 다루어져야 할 주제도 아니고, 마땅히 존재할 만한 당위의 영역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지구 전체의 운명과 함께 하며, 인류 한 명 한 명의 의식을 일깨우는 작업에 진력하면 종교에 있어 어떠한 긍정적 전망도 가능할 것이다.

 

세계는 인류의 파멸을 앞에 두고 가슴 졸이는 공죄의식과 개인 및 집단구원의 갈등 속에서 이러한 모순을 해결해 줄 종교의 역할을 갈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승불교의 사상은 이러한 역할의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 인류 전체를 보는 통합적 시각, 무상(無常)에 바탕한 삶의 유한성과 이를 초탈하는 방법의 구체성, 또 하나의 종교인 과학의 맹목성에 대한 반성적 대안 등등. 불교가 세계화되어 가는 원인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불교의 세계화 과정을 두고 볼 때 한국 불교계의 혁신은 시급하다. 국제적인 종교시장을 방불케 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자신의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잡으려면 문제의 근원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다음의 세 가지 방향에서 키를 잡아야 한다.

 

첫째는 불교의 현실참여 정신이다. 만해 한용운을 비롯한 선각자들의 생각이 거의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우리 불교계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먼저 불교계 교단의 화합이 요청되며, 이의 기반 위에 불교 발전을 위한 인재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세계는 불교학의 다양화를 위해 학제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신학과의 대화에도 걸음마 상황에 처해 있는 불교계가 진정으로 불교학의 보편화에 노력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불교학 지 하나 없는 상황은 한국 불교학의 수준이 어디인지 가늠하게 한다. 20세기 초기 선각자들이 불교인재의 양성을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가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제2, 제3의 만해를 길러내는 인재양성이야말로 현실참여의 가장 큰 동력이다.

 

두 번째는 과거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다. 20세기 불교계는 국내외 포교와 교육 및 자선 분야에서 어떻게 활동해왔는지는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 특히 포교에 있어 전근대적 농촌형 포교방식, 좀 더 나아가 산업사회형 포교방식에 머무는 등 과거에 포커스를 맞춘 방법을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지도적인 역할을 통해 그 지역적 삶의 아젠다를 어떻게 선점하느냐에 따라 포교의 미래는 결정될 것이다. 또한 갈수록 어려운 교육환경이지만 불교계의 교육 사업은 불교의 이념을 어떻게 구현시켰는지 냉철히 반성할 시점이다. 자선사업 또한 국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한편, 불교의 복지이념이 현실에 어떻게 정착해 왔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반성 위에 미래의 청사진을 새롭게 짜야 한다.

 

셋째는 세계 문제에 대한 불교계의 대응과 해법을 위한 자세 확립이다. 최근 다국적 기업은 저임금을 찾아 지구 곳곳을 헤집고 있다. 기업은 여전히 전근대적인 자본의 논리를 기반으로 기업 그 자체의 성장을 위해 지구의 자원을 무한대로 사용하며 갈수록 비인간화를 촉진하고 있다. 지구적 차원의 빈부격차는 도외시 되고, 기업의 이윤은 갈수록 쌓여만 가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논리를 사회 공동체의 자본으로 만듦과 동시에 인간적 자본주의로, 자연 파괴의 경제 활동을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리로 전화시켜야 한다. 또한 국가 간의 전쟁과 평화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국가가 자신의 지역적 방어를 위해 전투기, 군함 등의 전쟁 장비를 사기 위해 지출하는 돈이 얼마인가. 국가의 방어를 위해 삶의 질의 기본인 복지예산을 줄이는 모순을 목격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평화라는 말은 가장 비생산적인 관념에 불과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 외에도 불교계 각 교단의 체제정비, 재가ㆍ출가 화합교단의 방안 모색, 출가자의 복지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불교인들이 지혜와 자비를 축으로 하는 불법의 가르침대로 실천하는 동시에 시대와 대중의 요구를 수용하고자 하는 개혁적 자세를 갖추기만 한다면 이 모든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이처럼 불교계가 자신의 존재 증명을 위해 스스로를 개혁, 지구적 차원의 문제에 대응해 가지 않는다면, 한갓 생물학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 생주이멸(生住異滅)의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원영상_
원불교사상연구원 사무국장
wonyosa@naver.com
대표적 논문으로「일본불교의 계율수용과 변용」,「한용운과 세노오 기로의 불교혁신사상 비교연구」,「스즈키 다이세츠(鈴木大拙)의 영성론」,「근대 일본불교의 현실참여와 아나키즘」,「일본 근현대불교의 정치단체 연구」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