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좀비 news letter No.697 2021/9/28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아들 녀석은 날마다 좀비 놀이를 해달라고 성화다. 좀비 흉내를 내고, 총으로 좀비 쏘아죽이는 놀이를 하면서 저녁 시간이 다 간다. 나는 이쪽 문화에 시큰둥해서 끝까지 본 좀비 영화도 별로 없지만,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좀비는 이 시대의 지배적인 상징이다. 좀비의 유래와 영화적 발전에 관해서는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꽤 알려진 편이지만, 그 변화를 종교연구자의 관점에서 정리해보고 싶다. 여기에는 상징의 생명력에 관한 중요한 쟁점들이 녹아 있다. 공동체 바깥의 존재 좀비는 아이티의 부두교 주술사 보코르(bokor)가 노예처럼 부리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었다. 보코로는 특정한 사람에게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백신 및 백신 거부에 대하여 newsletter No.654 2020/12/1 조만간 백신이 나오긴 나올 모양이다. 외신은 연말 되기 전에 우선 의료진이 접종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뉴스를 전한다. 백신에 대한 긴급승인과 입도선매에 관한 뉴스도 뜬다. 미국은 확진자 숫자가 하루 20만 명, 누적 1400만 명에 가깝게 치솟고 있어서 부랴부랴 백신 접종의 시기를 앞당기며 서두르고 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다른 나라의 상황을 보고 그 시행착오 여부를 살피면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가 최근 100명에서 500명으로 증가하였고, 모임의 기회가 많아지는 연말이 코앞이므로 살얼음판이긴 마찬가지다. 자연적 집단면역의 방법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으므로, 왕관 쓴 바..
歲月 雜想 newsletter No.640 2020/8/18 염병 코로나 19가 잡히질 않습니다. 장마도 심하고 지루했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좋았습니다. 방구석에 앉아 즐기는 음악 듣고 읽고 싶은 책 읽곤 하면서 종일 빈둥거려도 됐으니까요. 그런 제 몰골이 우아한 것이 아님을 모르진 않습니다. 이미 낡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시인이 ‘늙은이’를 이렇게 읊었더군요. (기형도의 시 부분) ................ 그는 앉아있다. 최소한의 움직임만을 허용하는 자세로 .................. 나는 혐오한다, 그의 짧은 바지와 침이 흘러내리는 입과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허옇게 센 그의 정신과 ................. 손으로는 쉴새 없이 단장을 만지작거리며 여전히 입을 벌린 채 무엇인가 할 말..
마마의 신비와 공덕 newsletter No.636 2020/7/21 같이 있어 미운정이라도 든 것일까? 조선시대에는 천연두에 걸렸다가 나으면 마마신을 보내는 굿을 하였다. 아픔을 가져오고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게 한 병이 떠나간다고 굿을 열었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어떤 심정으로 했을까? 제발 뒤돌아보지 말고 말없이 가시라는 마지막 간절함으로 이해해야 할까. 사대부 중에도 굿판을 외면하면서도 ‘송두신문(送痘神文)’이라는 글을 지어 마마신을 직접 전송한 자들도 많았다. 그들에게 마마신은 어떤 ‘신(神)’일까? 보통 유자(儒子)에게 ‘신’이란 선한 존재들이다. 귀신을 음양의 조화로 이해하는 신유학에서 귀신은 만물을 생성시키는 기(氣)의 신비한 작용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전제에서 본다면 사람을 아프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