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수정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news letter No.862 2024/12/24 17세기 유럽의 많은 국가에는 국교가 있었다. 잉글랜드에는 성공회, 스코틀랜드에는 장로교, 이탈리아와 스페인에는 가톨릭이 국교로 되어 있었다. 이들 나라에서는 국교도가 아닌 사람들은 차별과 박해를 받았다. 이에 수많은 유럽인은 국교로 인한 차별과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이주했다. 따라서 종교의 자유를 찾아 나선 이들에 의해 세워진 국가인 미국에서 1791년 미연방수정헌법 제1조에서 ‘국교의 금지(Establishment Clause)’와 ‘종교행사의 자유(Free Exercise)’를 규정하고 이를 보장하는 방식에 대해 상당한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종교적 다양..
다시 흙으로 news letter No.861 2024/12/17 죽음을 대면한다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가장 근본적 본질과 마주하는 일이다. 이는 인간이 겸손해질 수 있는 가장 강렬한 계기이기도 하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성공의 욕망 속에 살아온 한 개인이 죽음 앞에서 모든 인간적 가식과 허영을 벗어던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죽음의 임박함 가운데 일리치는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 모순을 깨닫는다. 과시를 위한 삶, 화려했으나 죽음 앞에서 어떤 위로도 되지 않는 공허한 삶을 돌아보며 고통스러운 독백을 이어간다. 이는 단지 개인적 회한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 진정한 인간성을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일리치가 맞이하는 죽음의 순간은 “죽음의 끝”, 즉 죽음이란 더 이상 없는 ..
술사와 선거브로커, 변란과 친위쿠데타 news letter No.860 2024/12/10 전근대 종교사라는 영역은 연구자 입장에서는 대단히 재미있지만 현재적인 시의성을 따지자면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이것은 종종 초학자 시절의 필자를 의기소침하게 했다. 필자의 전문분야인 조선후기 변란에서 나타나는 도참신앙, 미륵신앙 등은 과거 ‘민중종교’라는 주제 속에서 다루어졌다. 1970년대 후반 이후 학술장 내에서 민중 담론이 유행하면서 전근대의 반란이나 혁명에서 드러나는 종교성은 사회 변혁을 일으키는 동력 가운데 하나로서 주목받았다. 민중신학자 서남동과 같은 일부 지식인들은 당시 활발하게 연구되던 동학농민전쟁이나 저항적 미륵신앙 등을 ‘민중전통’이라 부르며 이것이 성서 및 교회사 전통과 ‘..
‘종교의 공공성’에 대한 재고(再考) news letter No.859 2024/12/3 지난 11월 30일 한국종교학회 추계 학술대회가 열렸다. 주제는 ‘탈종교 시대의 종교, 그 의미와 역할’로, 이와 직접 관련해서는 ‘탈종교 시대와 한국의 종교’ 제1 분과와 ‘한국 사회와 종교의 공공성’ 제2 분과의 발표가 있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이 두 분과가 – 다른 두 개의 분과와 함께 - ‘문화체육관광부 특별 분과’로 소개된 것이다. 물론 문체부 종무실이 본 학술대회를 지원하였다고 하나 보기 드문 경우로, 이는 사실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본 학술대회의 제1 특별 분과 첫 발표에서 “종교가 오늘 겪고 있는 위기는 종단에서 그치지 않고, 종교학, 정부 조직, 시민단체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