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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22호- “몰몬교의 모든 것”(방원일)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4. 7. 17. 16:33

 

 

                    “몰몬교의 모든 것”


                
                      

                                                      

 

2014.7.8 

 

 

 

    최근에 3년 남짓 이런저런 종교학 강의를 해오면서, 나에게 발달한 부분이 있다면 영상물을 사용하여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법일 것이다. 조금 생뚱맞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에서 소개하고 싶은 것은 내가 매주 수업 시간에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영상물인 <사우스파크Southpark> 시즌7 제12회 “몰몬교에 대한 모든 것All About Mormons”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22분 정도이기 때문에 다른 영상물에 비해 부담 없이 강의 시간에 사용할 수 있다. 20분 남짓 시청하고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 1시간 내에 많은 양의 정보와 의미가 전달된다. 무엇보다도 이 영상에 대한 학생들의 집중도는 최상급이다. 후기성도교회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학생들도 매우 즐거워하며 본다.

 

    이 작품을 대하면서 학생들은 몇 번의 반전을 경험하는데, 첫 번째 반전은 종교와 전혀 무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중문화 한복판에서 진지한 종교 이야기를 만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사우스파크>는 욕이 질펀하게 흐르는 거친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나 후기성도교회에 대한 작가들(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의 관심은 매우 진지하다. 이들은 유타 주와 인접한 콜로라도 주에서 성장하면서 후기성도교인을 자주 만났고 여자 친구로 사귀기도 했다. 이들의 관심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어서, 후기성도교회 선교사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몰몬경The Book of Mormon>을 제작하여 호평 받기도 했다. “몰몬교에 대한 모든 것”에서도 짧은 시간 내에 농축되어 있는 그들의 관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나는 이 작품에서 세 가지를 배울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1)후기성도교회라는 낯선 종교문화에 대해 가르쳐주고, (2)종교라는 것 자체의 속성에 대해 성찰하게 해주며, (3)그 안에서 종교학의 자리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1) 이 이야기는 주인공 스탠이 유타에서 전학 온 개리와 친구가 되어 집에 초대받으며 시작된다. 스탠은 개리 가족으로부터 조셉 스미스가 받은 계시 이야기를 들으며 흥미를 갖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이들의 믿음이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여겨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후기성도교회에 대한 지식들이 놀라울 정도로 압축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전달된다. 조셉 스미스가 모로나이 천사의 계시를 받아 그것을 책으로 출판한 과정과 계시의 대략적인 내용이 소개된다. 또한 화목하면서 다산적인 가정, 건전한 생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친절 등 후기성도교회의 특징적인 문화가 두드러지게 묘사된다.

 

   (2) 그러나 이 작품은 후기성도교회라는 특정 종교집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종교 일반의 속성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이 대목에서 학생들은 두 번째 반전을 경험한다. 몰몬교라는 ‘이단’을 통해 ‘종교’를 알 수 있다는 대목이다. 후기성도교회는 한국에서는 이단으로 지칭되지만 신자수가 많은(종교인구 중 4위) 미국에서는 주류 종교로서 인식된다. 이 점에서 후기성도교회는 ‘이단’이라는 상대적인 개념이고, 교회 내부의 정치적 맥락에 의해 규정되며, 학술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데 효과적인 사례이다. 이를 ‘이단’으로 밀쳐내기보다는 새로운 종교나 종파로서 종교를 이해하는 자료로 사용한다는 점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동의해준다.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중요한 대사가 나온다. 비합리성을 이유로 후기성도교회를 거부하는 스탠에게 게리는 이렇게 쏘아붙인다. “사실 조셉 스미스가 이 모두를 꾸며낸 거라 해도 난 상관없어. 왜냐면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은 가족을 사랑하고 친절하고 남을 도우라는 거니까. 다른 이들이 이 종교를 멍청하다고 생각해도 난 여전히 믿는 것을 선택할거야.” 이 대목은 종교가 증명되어야 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도 믿는 것’임을 강하게 깨우쳐준다. 그리고 이 부분은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세 번째 반전을 경험하게 해준다. 요즘 학생들은 종교의 비합리성을 비판하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종교가 합리적 증명을 넘어선 사안이라는 사실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반대로 종교를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기독교를 비롯한 다른 모든 종교들에도 마찬가지 비합리적인 대목이 존재함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3) 이 작품은 후기성도교회 교리를 노래 가사 형식으로 전달하며 계속해서 “덤dumb 덤dumb 덤dumb”이라는 후렴을 붙인다. 말도 안 되는 것을 믿는다는 조롱조의 가사이다. 반면에 한 부분에서 이 교리에 합리적인 의심을 품는 부인이 등장하는데, 이 때는 “스마트smart”라는 후렴구가 붙는다. 작품 내용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학생들에게 종교학의 자리는 ‘덤덤덤’과 ‘스마트’의 사이에 존재한다고 소개한다. 교리에 대한 믿음을 따르는 태도와 이성을 준거로 믿음을 비판하는 태도 사이에서, 믿음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으면서도 그 의미를 탐구하는 학문의 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방원일_
서울대학교
bhang813@empas.com
논문으로 <원시종교 이론에 나타난 인간과 동물의관계>,<페티시즘: 개념의 역사와 선교지 한국에서의 의미>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자리 잡기>>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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