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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선학원 사태’를 보며...
2016.5.17
작금의 조계종단과 선학원(禪學院)의 첨예한 대립은 “총성 없는 전쟁”이라 일컬을 만큼 극단을 달리면서, 선학원의 조계종 ‘탈출’, ‘탈종’, ‘분종’ 등이 회자되고 있다. 선학원은 1921년 당시 왜색불교와 사찰령에 맞서 한국 전통불교 수호와 선(禪)불교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만해를 중심으로 도봉, 남전, 석두 스님 등에 의해 설립되었고, 1934년 이후 재단법인으로 독자적인 위상을 지켜왔다. 무엇보다 선학원은 1962년 통합종단 대한불교조계종의 출범을 가능케 한 불교정화운동의 모태로 평가받는다. 이렇듯 선학원과 조계종이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이 둘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무엇보다 조계종이 1994년 이후 종헌에 따라 선학원의 창건주 또는 분원장인 조계종 승려에 대해 권리제한을 시행하였고, 선거권 피선거권은 물론 도제의 수계, 교육 등에 제한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와중에 2013년 7월 자승 총무원장의 주도로 법인법이 제정되고 반발에 부딪히자, 2014년 6월 이를 대폭 수정한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이하 ‘법인관리법’)이 제정되고종단 관련 법인들을 총무원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조계종과 선학원의 대립은 본격화된 것이다.
법인관리법은 그 목적을 “법인의 종단적 관리와 지원, 제한과 규제 등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규정하여, 법인의 종단 정체성과 소속감을 제고하고 전법교화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함이라 적고 있다. 또한 해당 법은 법인 종류를 세분화하고, 법의 적용 대상에 중앙종무기관이 설립한 ‘종단법인’, 종단의 사찰이나 복수의 사찰이 설립한 ‘사찰출연법인’과 ‘사찰공동출연법인’, 종단의 승려가 설립한 ‘승려법인’, 사찰 자체가 법인인 ‘사찰법인’, 법인 산하에 사찰을 등록받은 ‘사찰보유법인’을 포함한다. 여기서 선학원은 574개의 사찰(분원 361개, 포교원 213개)을 산하에 둔 ‘사찰보유법인’으로 조계종 내 가장 큰 법인이라고 할 수 있다. 법인관리법은 2015년 11월까지 3번 개정되었으며 현재 그 주요 내용은, ‘사찰보유법인’의 경우 대표자는 종단 소속 승려로 하며, 이사는 3분의 2이상을 종단소속 승려로 하나, 선학원과 대각회의 이사는 종단 소속 승려로 하고, 선학원의 경우 이사의 4분의 1이상을 총무원장의 복수 추천으로 해당 이사회에서 선출하며, 소정의 분담금(희사금)을 총무원에 납부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학원은 법인관리법이 2002년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기에 선학원 정관을 합의 이전으로 환원한다며, 정관에서 조계종 종지종통을 봉대한다는 내용과 임원 조항의 조계종 승려요건을 삭제하였다. 사실 조계종과 선학원 사이에는 구두로든 문서로든 합의가 지속적으로(1996, 1999, 2002년) 있어왔다. 2002년에는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 스님과 선학원 이사장 정일 스님이 6개 조항의 합의문에 동의를 한 바 있다. 즉 선학원은 정관에 조계종 종지종통을 봉대한다는 내용을 삽입하고, 임원은 조계종 승려에서 선출하도록 명시하며, 조계종 승려가 창건한 사찰을 신규등록하지 않으며, 정관개정 시 사전에 조계종과 합의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조계종은 선학원의 인사권, 재산권, 운영관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총무원법에 삽입하고, 선학원 도제의 승적, 교육, 수계와 관련된 권리제한을 푸는 동시에 선학원은 교육분담금을 납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는 새롭게 법인관리법이 제정되면서 법인이사의 총무원장 추천 등의 조항이 삽입되고 총무원법에서 선학원 권리보장 조항이 삭제됨으로써
선학원은 2014년 6월 조계종이 추진하는 법인등록에 반발하여 이사장 법진 스님을 비롯한 이사 11명과 감사 2명 등 13명의 제적원을 조계종 총무부에 제출하는 강수를 두었고, 이에 대응하여 조계종 총무원은 법진 스님을 ‘도당을 형성해 탈종을 기도한’ 해종행위자로 규정하여 멸빈(승적을 말소시키는 행정조치)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린다. 그러자 선학원은 제2의 (불교)정화운동을 선포하며 “재단법인 선학원은 처음부터 대한불교조계종의 구성원이 아니었으므로 새삼스럽게 대한불교조계종을 탈종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주장”이라며 맞받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선학원은 자체 교육체계를 마련하여 2015년과 2016년 두 번의 구족계 수계산림을 봉행하여 총 23명의 비구와 9명의 비구를 배출하였다. 물론 선학원의 모든 구성원들이 선학원 이사회의 이러한 탈종단화 행보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비구니들은 전국비구니회와 연대하여 탈종에 대한 반대의견을 뚜렷이 하고 종단과의 원만한 타협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선학원 분원 상당수가 비구니 사찰이고, 조계종 전체 비구니(6000여명)의 20% 가량이 선학원 등록 사찰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학원 내 비구니 사찰이 많은 것은 7·80년대 조계종단의 상황과 맞물린 것으로, 비구니 차별과 사찰 뺏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비구니들이 이를 피해 선학원에 등록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비구니라는 열악한 위치에서 선학원 비구니들은 승적 포기도 그렇다고 사찰 포기도 수용할 수 없는 것이 이들의 현실인 것이다.
그러나 현 선학원 사태는 법인관리법이 가져올 엄청난 후폭풍의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불교의 대표적 선승이며 재단법인 법보선원의 이사장인 송담 스님이 이 법에 반대하며 이미 탈종을 선언하였고, 150개 사찰(분원)을 거느린 대각회 역시 해당 법을 거부하였으나 종단과의 ‘모종의 협상’으로 특수교구로 지정된다고 하나 관련 제정안은 여전히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표류 중이다. 2015년 2월 28일로 유예 종료된 법인등록 상황을 보면 전체 법인(197개)의 56.3%가 등록했을 뿐이며, 미등록법인으로는 사찰보유법인(9개) 중 선학원, 법보선원, 옥련선원, 보리동산이 해당되며, 사찰법인(8개) 중 능인선원, 만불회, 숭산국제선원, 옥련선원, 세등선원도 등록하지 않았다. 과연 정부도 아닌 특정 종단이 내부 규약을 만들어 국가가 인정한 독립적인 법인들을 통제할 수 있는지, 그리하여 사회법상 권한을 보장받는 법인의 인사권과 운영관리권을 침해할 수 있는지 등의 법리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종단의 조직도에도 등장하지 않는 법인들을 갑자기 종단이 ‘관리’하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현 선학원 사태를 보고 혹자는 자승 총무원장을 중심으로 세력이 비대해진 사판승(행정승)의 이판승(수행승)에 대한 전횡으로, 혹자는 이미 팽창을 다 한 종단이 새로운 재원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혹자는 “사찰은 선학원, 승려는 조계종”이라는 모순된 구조의 필연적 귀결로 본다. 한편 필자는 (종교)조직의 생산성이나 효율성 차원에서 법인관리법이 관철하고자 하는 종단의 중앙집권적 조직관리와 통제가 결코 조계종 전체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법인의 지위가 담보하는 독립성과 자율성이야말로 한마음선원, 선학원, 능인선원과 같은 불교계에서 영향력 있는 단체가 출현하고 성장·발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봉은사 사태’, 현재까지 지속되는 ‘동국대 사태’, (종단비판적인)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을 ‘해종언론’으로 지정한 ‘언론탄압 사건’ 등은 종단의 권력남용과 통제욕구라는 점에서 선학원 사태와 동일한 맥락을 가진다. 이러한 현 조계종단의 시대역행적 비민주적 행보는 현 정권의 행태와도 묘하게 닮아있다는 점에서 더욱 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우혜란_
논문으로 <신자유주의와 종교문화의 상품화>, <New Age in South Korea>, 〈젠더화된 카리스마〉, 〈현 한국사회에서 합동천도재의 복합적 기능에 대하여〉, 공저로는 《Religion in Focus》, 《죽음 죽음의례 한국사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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