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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419호-종교 교육, 또는 가르치기?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6. 8. 26. 17:16

 

 

종교 교육, 또는 가르치기?

 

 

 

 

2016.5.24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종교차별예방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초기부터 계속해서 적으면 한 달에 한 차례, 많으면 네 차례 정도 행정기관들을 순회하면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일회성으로 끝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전국의 모든 지자체나 기관을 대상으로 교육이 한 번씩 시행되면 더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처음에는 종무실에서 마련해준 교육안을 부분적으로 수정해서 교육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처음의 예상과는 달리 현재도 이 교육은 지속되고 있으며, 아마도 당분간은 성희롱 예방교육처럼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각 기관을 다니면서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이 교육이 처음이 아니라 벌써 몇 년째 계속해서 시행되고 있다고 응답한 기관이 상당수에 이르며, 또한 나 자신도 한번 나갔던 곳을 다시 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교육이 반복되면서 커다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교육의 내용, 즉 어떤 내용을 가지
고 어떻게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교육을 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 단지 일회성에 그쳤다면 그렇게 큰 고민을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번 교육에 참여한 사람이 또 다시 참여하게 되면서 이들에게 항상 동일한 내용과 방법으로 교육을 진행할 것인가의 고민을 하게 하였다. 물론 교육이라는 것이 반복적인 학습이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동일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종무실에서 거의 매년 동일한(부분적으로 수정을 가하기는 하였지만) 교육 내용을 반복하는 대신 내 나름대로의 전공을 살려 종교에 대한 이해의 시간을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물론 종무실의 교육안도 되풀이되었지만 그 시간을 축소하는 대신 종교이해의 시간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시간을 마련하려다 보니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그것은 교육 시간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예정된 교육시간은 1시간이지만 제대로 교육을 한다고 해도 50분이고, 아니면 시간이 그보다 더 축소되기도 하였다. 이것은 대학에서 종교학을 강의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대학에서는 한 학기 40시간 이상을 계획해서 어떻게 해서 어떤 내용을 가르칠 것인가를 정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짧은 시간에 어떤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의 고민이 생겨났다. 일반 대중강좌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결국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선택해서 전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은 교육을 받는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전달하면 좋을까에 대한 판단과 나 자신의 선호도와 맞물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학에서의 40여 시간의 분량을 다 전달할 수는 없고 따라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이렇게 선택을 했다고 해도 또 다른 생각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사실 대학에서 한 학기 40여 시간의 종
교학 교육도 결국은 선택의 문제였다. 어차피 모든 것을 전달할 수는 없기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학 수업에서 종종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학생들이 이미 다른 강의에서 동일한 주제에 대해 수업을 들었다고 할 때였다. 그런데 학생들이 내민 다른 수업의 강의계획서를 보면 몇몇 부분이 겹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다른 과목과 겹치는 부분을 모두 제외한다면 실제로 내가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와 같은 문제로 인해 종종 나 스스로 문제를 제기해보곤 한다. 종교학이라는 독자적 학문분과가 있지만 현재 대학에서 가르치는 상당부분을 볼 때 과연 종교학만의 고유한 독자성을 유지하는것이 얼마나 될까하는 것이다. 종교철학, 종교인류학, 종교사회학, 종교심리학 등등 이들이 철학,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등에서 가르치는 동일 명칭의 과목과 얼마나 차이가 있고 다른가?


다소 논의에서 벗어났지만, 이런 우려를 늘 가지고 있던 차에 지난 가을 연구소 심포지엄 주제가 ‘종교가르치기’
였다. 사실 나 스스로 관심이 있었으나 개인적 문제로 인해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며칠 전 종교문화비평에 발표된 논문들을 보니 다시금 지난 생각을 떠올리게 하면서 이것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 모두의 고민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한편으로 현재 지속하고 있는 공직자 종교차별 예방교육에서의 내 문제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앞의 것이 해결되었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남는다. 부정기적으로 행해지는 이 교육에서 항상 동일한 내용을 전해야 할까? 아니면 매년 새로운 내용을 선정해서 전해야 할까?





윤용복_

한국종교사회연구소

논문으로 <현대 한국사회에서 ‘여호와의 증인’의 위치>, <한국 천주교의 의례와 특성>, <대순진리회의 조상의례와 특징> ,<대한성공회의 종교교육>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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