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letter No.553 2018/12/18
집으로 가는 길
버스를 탔다.
대 여섯 시 정도 되었을까
퇴근 시간대.
몇 정거장 가다 보니
내 옆에 한 초등생이 서 있었다.
요즘 전형적인 초등학생.
하얀 얼굴.
안경.
학원가는 차림새.
학교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실컷 뛰어노는 아이들이 잘 안 보인다.
많이 뛰어놀면 좋은데...
아이가,
유리창에 작은 네모를 하나 조심스레 그렸다.
내가 지켜보다
그 네모에 선을 그어 입체로 만들었다.
그 아이가 나를 보며 웃었다.
나도 웃었다.
내가 동그라미 두 개로 시작해
점 두 개 눈만 있는 눈사람을 하나 그렸다.
이번에는 그 아이가
코와 입, 귀여운 귀를 그리고 단추도 달아 주었다.
같이 강아지도 그렸다.
두 세 정거장 같이 갔을까
그 아이가 이제 내린다고 한다.
잘 가.
아이가 인사를 하면서
말없이 조용히 웃었다.
수줍은 성격의 아이 같았는데
기분이 몹시 좋아 보였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버스 안에서 펼쳐진
한 겨울의 즉흥 콜라보레이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