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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서 태양계 너머까지
: 파커 호에서 보이저 2호까지 (1)


  
 

 

    news  letter No.552 2018/12/11      



    
   우주과학에 관한 소식이 유난히 많은 한 해였던 것 같다. (본래 많았는데, 내가 최근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탓인 것 같기도 하고.) 지난 8월 미국 나사가 발사한 인류 최초의 태양 탐사선 파커 호는 얼마 전 태양의 대기권에 무사히 도착해 궤도를 돌며 태양에 관한 수많은 정보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태양 상공의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 탐사선이라니. 그 탐사선이 견뎌야 할 열기가 과연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문득 어린 시절 추억의 TV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이 떠오른다. 마지막 화에서 아톰은 지구 위로 떨어지는 핵미사일에 올라타 태양 쪽으로 방향을 튼다. 자신을 희생해 인류와 지구를 구한 아톰. 비록 훗날 아톰이라는 이름에, 또 그 심장 동력원이 핵에너지라는 설정에, 핵폭탄의 공포를 원자력의 희망으로 치환하려던 전후 일본사회의 정서가 담겨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추억 속의 아톰은 비록 태양의 열기에 그 강철 신체는 녹아 사라졌어도 그 영혼만큼은 태양 주변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지난 10월에는 유럽과 일본의 합작으로 제작된 인류의 세 번째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 호가 발사되었고, 앞으로 7년 뒤인 2025년에는 수성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성이 그리 멀지 않은데도 이렇게 오랜 시일이 걸리는 것은, 수성 주변에 미치는 태양의 중력이 너무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탐사선이 수성의 궤도에 안착하려면 태양의 엄청난 중력을 이겨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태양의 중력에 끌려가다가 이를 역이용해 얻은 가속력으로 중력의 힘을 벗어나는 스윙 바이(swing by) 비행을 해야 한다. 스윙 바이 비행이라니, 어딘지 익숙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인류가 거주할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난 인듀런스 호가 블랙홀 가르강튀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택했던 방법이 바로 스윙 바이 비행이다. 게다가 스윙 바이 비행은 태양 탐사선 파커 호를 비롯해 오래 전 태양계 바깥을 향해 떠난 2대의 보이저호 등 대부분의 탐사선들이 취하는 비행 방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의 베피콜롬보 호는 태양의 중력과 대결을 해야 하기에 무려 7년이라는 긴 시일 동안 스윙 바이 비행을 하는 것이다. 비록 블랙홀의 중력에 비할 바는 아니어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어마어마한 태양의 중력을 역이용하는 일이 실제 현실에서 벌어진다니, 그저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10월에는 지구 궤도 상의 미국 나사 우주 망원경 허블이 또 고장을 일으켰다. 2021년으로 예정된 퇴역이 앞당겨지는 건가 우려되었지만, 다행히 어느 정도 복원되어 지금은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라고 한다. 허블 망원경은 지난 1990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28년 동안 수많은 고장을 견디고 고치며 우리에게 우주의 경이로운 모습과 새로운 정보를 잔뜩 선물해주었다. 영화 <그래비티>는 지구 상공 위의 우주 쓰레기가 덮치는 바람에 허블 망원경이 처참하게 부서진다는 허구적 설정을 토대로 한 재난생존 SF영화다. 부디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발사가 해마다 연기되어 다시 또 내년으로 발사가 미뤄진 후계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무사히 발사되어 우주 관측 임무를 넘겨받을 때까지, 허블 망원경이 끝까지 무사하기를 기원해 본다.

    한 달 전인 지난 11월 중순에는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퇴역했다. 2009년에 발사된 나사의 케플러 망원경은 지구의 태양 공전 궤도 근처에서 지구의 뒤를 좇아 함께 태양을 공전하며 외계 행성 탐사 임무를 해왔다. 지난 9년 동안 케플러 망원경으로 찾아낸 외계 행성이 2천 개가 넘고, 그 중에는 다른 생명체나 지적 존재가 살고 있지도 모를 지구형 행성도 여럿 있었다. 지난 4월 이번에는 지구 상공에서 외계 행성 탐사를 할 테스 우주 망원경이 발사되어 궤도에 안착해 관측 임무를 시작했고, 엔진 연료가 다 떨어진 케플러 망원경은 지난 11월 16일 테스 망원경에게 임무를 넘겨준 채 지구로부터 1억 6천 킬로미터 거리의 어둡고 차가운 우주공간에서 그대로 멈춘 채 영면에 들었다.

    태양에서 지구까지, 태양 속으로 스러져간 아톰에서 우주 미아로 영면에 든 케플러 망원경까지, 과학과 추억, 상상과 영화를 버무리며 날아왔다. 며칠 전 달 탐사와 화성 탐사에 관한 두 개의 새로운 소식이 거의 동시에 들려왔다. 달과 화성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to be continued).

      

 


김윤성_
한신대 인문콘텐츠학부 부교수
논문으로 <브루스 링컨의 방법테제 분석>, <탈가부장적 신화 읽기의 전략들: 텍스트의 전복, 해체, 확장>, <자살과 종교, 금지와 자유의 아포리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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