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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복음화에 박차를 가하게 될 한국 천주교회

2012.1.10


올해 가톨릭교회는 현대 교회의 성격을 결정지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최 50주년을 맞는다. 그리고 매 4년 마다 소집되는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제13차 총회(약칭 시노두스)가 올 10월 7일부터 28일 까지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바티칸에서 열린다. 올해는 교회사의 중대사건이 두 개나 겹치는 해이기에 한국교회도 세계교회와 발맞춰 올해의 사목 목표를 ‘새로운 복음화’로 정하고 있다.


복음화, 새로운 복음화

복음화는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선교(Mission)를 대신해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다. 선교가 중남미 지역의 식민화와 같은 강제 개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때문에 이 보다 폭넓고 본래적 의미에 가까운 단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복음화’는 선교 외에도 교회 활동의 모든 측면을 다 포함한다. 1975년 12월 8일에 발표된 바오로 6세의 교황 권고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는 복음화가 설교, 교리 교육, 전례, 성사 생활, 대중 신심과 그리스도인 삶의 증거를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한다(「현대의 복음 선교」, 17.21.48항 이하 참조). 바오로 6세 교황은 이 권고를 내놓기 전 해인 1974년 9월 26일에서 10월 26일까지 현대 사회의 복음화라는 주제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정기총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이 논의결과를 정리 이 권고로 내 놓았다. 이 권고 발표 이후 복음화는 기존의 선교와 혼용되기도 하고, 따로 쓰이기도 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새로운 복음화는 일차적으로 유럽과 같이 오랜 그리스도교 전통을 지닌 국가들에서 교회로부터 멀어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두 번째는 유럽 외 지역 국가들과 근대이후 신앙을 받아들인 지역들에서 교회로부터 멀어진 사람들이 대상이다. 한국 천주교회도 후자에 속한다. 이 과정이 가속화되고 있어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륙과 지역 차원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특별 총회’에서 이미 다룬 적이 있지만 다시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번 시노드의 주제는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이다. 신앙의 전수는 그리스도교화된 지역에서 신앙이 전 사회적으로 다시 부흥하는 것이고, 개별 가정에서는 부모의 신앙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결국 선교만큼이나 이미 쇠퇴 또는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역에서 신앙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겠다는 뜻이겠다.

이번 회의를 위해 바티칸에서는 2011년 2월에 ‘의제 개요(Lineamenta)’를 각 지역교회에 발송하여 거의 120개에 이르는 설문을 통해 개별 지역교회가 직면한 현실과 대희년 이후 새로운 복음화의 이행 실적에 대해 답변을 요구하였다. 이 보고서가 지난해 말 제출된 상태이며, 이를 기초로 회의 사무국에서는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을 준비하고 있다. 의안집은 이 회의 전에 참가자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시노드는 이 의안집을 기초로 진행되고, 논의결과는 내년에 교황권고로 나오게 된다. 바티칸에서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신설할 예정이고, 이번 시노드 이후 교황권고도 내놓을 계획이어서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은 ‘새로운 복음화’가 중심 주제가 될 것이다.


한국 교회의 움직임

아직까지 한국교회에서는 새로운 복음화가 큰 관심사가 되지 않고 있다. 사실 십여년 전부터 냉담자 문제가 큰 사목적인 과제로 부각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경주해왔기에 새로운 복음화가 새로운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교회가 이 주제를 중심으로 움직여갈 것이고, 교황청에서도 이행 실적들을 점검할 것이기에 형식적으로라도 이행하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겠지만 사목의 최일선이라 할 수 있는 개별 성당에서는 이제까지와 거의 다르지 않게 움직일 것이다.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중요한 사목의제가 전국 단위에서 결정되면 이것이 개별 신자에게 인식되는 데 까지 대체로 십년 이상이 걸렸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 결정의 이행은 5년 이내 단기간에 걸쳐 이뤄지고, 개별 성당에서는 일 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이 과제가 한국 교회에서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본당신부들의 절박한 인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리 절박함을 느끼는 분위기가 아니기에 당분간은 현재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올해는 양대 선거가 있는 해라서 교회가 교회 내외부를 대상으로 독자적인 의제를 설정하고 추진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천주교가 큰 흐름에서는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는데 당분간 이 흐름도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선거와 연결 지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것이다. 이래저래 교회 내부의 의제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다.



박문수_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


franciscus0906@daum.net


주요논문으로 <가톨릭 사회복지와 한국의 근대화 : 1784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 천주교회 활동수도회의 현황과

전망>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 <<천주교와 한국 근·현대의 사회문화적 변동>>(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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