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그늘 아래서 news letter No.828 2024/4/30 * 이 글은 45호(2024년 3월 31일 발간) 권두언에 실린 글 입니다. 봄이 오기는 올 모양이다. 전방의 장병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강원도 철책선 근방에는 아직 눈이 내린다지만 머잖아 그곳에도 봄은 오고야 말 것이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는 며칠 사이에 매화가 피기 시작하여 은은한 꽃향기를 퍼뜨리고 있다. 본지가 독자들을 찾아갈 때쯤이면 완연한 봄소식도 함께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본지의 특집에 관하여 간단히 경과 말씀을 올리겠다. 이번 호의 특집 주제는 「김효경의 종교연구와 식민지 아카데미즘」이다. 지난 2023년 11월 18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 정기 심포지엄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학술대회가 처음..
Never-never Land 참혹한 4월, ‘네버 네버 랜드’ news letter No.827 2024/4/23 “4월은 잔인한 달” 로 시작하는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 서문에 등장하는 쿠마에 무녀((The Cumaean Sibyl)의 소원은 “죽고 싶어” 다. 4월이 잔인한 것은 죽음을 원하는 생명마저 되살아나는 대자연의 불문율 때문인가.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 꽃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섞으며, 봄비로 생기 없는 뿌리를 깨운다(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
황선명 선생님을 추모하며 news letter No.826 2024/4/16 2024년 2월 15일 종교학자 황선명(黃善明) 선생께서 83세를 일기(一期)로 우리 곁을 떠나셨다. 빈소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장례식장 10호실이었고, 2월 17일 토요일 오전 9시에 발인하였다. 장지는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선영이었다. 예전에는 회갑이나 정년 퇴임 때 제자들이 기념 논총을 만들어 스승의 학덕을 기리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이런 것으로 고인의 이력과 저술 목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선생에 관해서 알려주는 자료가 많지 않다. 추모하는 의미에서 여러 군데 뒤져서 선생의 생애와 이력과 저술 등을 정리해 놓고자 한다. 선생은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창원(昌原)이고, 시중공계(侍中公系) 22세..
12년을 벼르던 연구 news letter No.825 2024/4/9 서울대벤처타운역에 하차해서 미림여고 맞은편 삼성동 시장 근처 골목으로 간다. 한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다란 골목에 발을 들여놓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하얀색과 빨간색 깃발이 꽂혀 있고, 만(卍)자들 옆에 별상선녀, 약사암, 산신도사 간판을 건 점집들이 빼곡하게 몰려 있다. 비슷한 풍경은 봉천역 일대에도 펼쳐진다. 높은 빌딩이 드리우는 그림자 아래 늘어선 좁은 골목에는 촘촘하게 점집들이 몰려 있다. 2011년부터 신림동과 봉천동에 살기 시작하면서 점집 밀집 지역이 눈에 들어왔다. 이 지역은 점보는 장소면서 무속인들의 실거주지로, 신림동과 봉천동은 현재 무속인들의 집단 거주지가 되었다. 서울에서 이 동네만큼 좁은 구역에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