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텃밭, 그 언저리 걷기 news letter No.836 2024/6/25 • 경험을 중시하다 어느 주일 저녁 무렵 어머니를 모시고 성당에 갔다. 네댓 사람이 모여 있었다. 성당의 텃밭 풀을 뽑기 위해서였다. “어머니, 저도 좀 도와드릴까요?” 했더니 “풀을 뽑을 수 있니?” 하기에 “풀 뽑는 것도 자격증이 필요합니까?”라고 하면서 구두를 신은 채 장갑을 끼고 ‘조용히’ 풀을 뽑았다. 성당 자매님들은 풀을 솎으면서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싫지 않은 것이 그 모든 내용들이 가톨릭 성당을 이해해 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정보들이 되어 준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나는 예비신자다. 다음 주일이면 세례를 받게 된다. 가톨릭 신자가 되는 길은 매주 일요일마다 ‘교리수업’과 ‘나눔시간’ 그리고 ‘..
민화 속 호랑이, 반전의 미학: 공포에서 해학으로 news letter No.835 2024/6/18 볼 때마다 신기한 느낌이 드는 그림이 있다. 그 그림은 조선시대 ‘산신도(山神圖)’이다. 산신도는 민화이지만 성스러운 종교 예배화의 의미를 지닌다. 마을 산신당이나 신당(神堂), 사찰의 산신각 등에 모셔져 대중들의 구복과 기원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민화 가운데서도 특별한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알려져 있는 산신도 중 가장 일찍 제작된 것은 18세기 후반이며, 19세기 이후 성행했고, 현재 150여 점이 남아 있다. 산신도의 도상은 대체로 깊은 산과 골짜기를 배경으로 신선과 같은 산신이 호랑이에 기대앉아 있고, 가끔 시자(侍者)들이 보좌하여 공양물을 들고 등장한다. 드물게는 호랑이를 타고 있기..
불교적 힙함이란 무엇인가 news letter No.834 2024/6/11 지난 4월 초, 여러 SNS는 불교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2024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유례없는 대성황 속에 진행된 탓이었다. 이 행사는 불교문화를 확산하고 관련 상품들을 소개하려는 목적으로 2013년 이후 꾸준하게 개최되고 있지만, 올해처럼 화제를 끈 일은 없었다. 그 핵심에는 뉴진 스님의 특별무대인 “극락도 락樂이다”가 있었다. 뉴진 스님은 옛 개그콘서트에서 ‘대머리 동네 바보 형’ 캐릭터인 ‘빡구형’으로 이름을 알린 코미디언 윤성호의 ‘부캐’다. ‘부캐’는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한 용어로, 오늘날 연예계에서는 실존 인물이 본래의 자신과는 다른 인격의 가상 인물을 연기하고, 주위에서도 그를 해당 가상 인물로 취급해 주는..
《바리공주》에 담긴 ‘효(孝)’를 생각하며 news letter No.833 2024/6/4 《바리공주》는 망자의 넋을 저승으로 인도하고,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무당의 노래다. 이 무가는 주인공 바리공주(이하 바리)가 어떤 연원으로 망자의 영혼을 이승에서 저승으로 이끄는 천도신(遷度神)이자 무조신(巫祖神)이 되었는지를 풀어낸다. 사령제(死靈祭) 혹은 위령제(慰靈祭)에서 바리의 일대기는 꽤 길게 구송되는데, 서울 진오기굿의 말미거리, 호남 씻김굿의 오구풀이가 대표적이다. 버림받은 딸이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약수를 구해와서 자신을 버린 부모를 살린다는 서사무가 《바리공주》는 효(孝)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바리는 바리공주(鉢里公主), 바리데기, 벼리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