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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176호-한중일 삼국 道문화를 논하다(방옥자)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10. 20. 17:27

한중일 삼국 道문화를 논하다


-“동아시아 도문화 국제학술회의[東亞道文化國際學術硏討會]”를 다녀와서 -


2011.9.20


“동아시아 도문화 국제학술회의”가 지난 8월 23일 중국 북경대학에서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것으로, ‘도문화’에 관한 논의를 위해 한국, 중국, 일본의 종교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여기서 핵심 테마인 ‘도문화’는 동아시아 문화의 정수로써 다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학술대회 테마를 왜 ‘도문화’라고 표기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우리에게 친숙한 ‘도’와 ‘도교’라는 표현도 있지 않은가. 이런 ‘도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발표자와 내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올해는 주제 강연 3편과 연구논문 8편이 발표되었다. 주제 강연은 일본의 하치야 쿠니오, 한국의 강돈구, 중국의 잔스촹이 하였다. 연구논문은 일본에서 오가와라 마사미치가 “메이지문화 연구에서의 신도”를, 마쓰모토 히사시사가 “가모노 마부치의 ‘古道’관과 동아시아”를, 고바야시 나오코가 “일본의 슈겐도”를 발표하였고, 중국에서 인즈화가 “도교 정신에 대하여”를, 훠커궁이 “대순진리회 오교합일 사상과 도교 삼교합일 사상에 관한 비교연구”를, 치우우가 “<<전경>> 중의 둔갑술에 대하여”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한국에서 김성환이 “한국 선도의 유래변화와 재인식”을, 차선근이 “<태평경>의 해원결과 대순진리회의 해원상생 비교연구”를 발표하였다.


발표 구성을 대략 살펴봤을 때, 연구논문은 한국, 중국, 일본의 개별사례 연구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개별사례 연구를 모두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도’나 ‘도교’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도교’라는 표현은 특정 종교를 지칭하고 있고, ‘도’라는 표현은 철학적인 사유의 범주로 이해될 수 있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도문화’는 ‘도’를 향유하는 각국의 다양한 실질적인 사례를 포함하기 위한 범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문화’의 ‘도’란 무엇인가. 근본적인 물음이 던져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도’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변을 시도한 학자는 일본의 하치야 쿠니오였다. 하치야 쿠니오는 주제 강연에서 “도사람의 마음과 외부세계를 관철하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그는 먼저 ‘도’를 규율체계로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도’는 도덕으로서 사람에게 선험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규율인 동시에, 우주의 본원을 보여주는 외재적 법칙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도’의 양면성은 유가철학과 도가철학의 해석 차이로 인해 빚어진 ‘도’의 특성을 정리한 것이다. 즉 유가철학이 ‘도’에 내포되어 있는 준칙과 규율의 의미를 강조하여 실천도덕으로 체계화하였다면, 도가철학은 ‘도’를 천지만물이 생성되는 본원, 또는 본체로 보았다는 것이다.


하치야 쿠니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중국에서 유가와 도가뿐만 아니라 어떤 교단과 학파든지 모두 ‘도’를 논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도’란 내면과 외면의 구별을 초월하는 것으로 어느 곳이나 존재한다고 보았다. 즉 ‘도’는 어느 곳에서도 다양한 양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의 다양한 양상이 모두 현장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치야 쿠니오의 짧은 강연은 아쉽게도 여기서 끝이 났다. ‘도’의 본질에 접근한 듯 그러지 못한 듯 애매모호한 경계선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적 입장, 특히 동양의 입장에서 ‘도문화’로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도 문화의 범주를 확장시켜준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가 말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도’의 다양한 양상을 밝히는 것은 개별사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에 다양한 사례연구를 통해 각 국의 ‘도문화’가 소개되고 비교된 것도 이런 의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물론 한국, 중국, 일본이 모두 ‘도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이점을 확인하고, 공통점을 발견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동아시아 문화의 정수로써 ‘도’를 정립해간다는 취지에서 차후의 “동아시아 도문화 국제학술회의”가 진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방옥자_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종교학전공

euah-bang@daum.net


석사학위논문으로 <조선시대 무속에 나타난 색채상징 연구-『巫堂來歷』에 표현된 巫服을 중심으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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