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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계, 종교간 갈등에 대해 입을 열다

-"종교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심포지엄" 참관기-

2010.1.11


종교간 갈등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개신교와 불교가 빚어내고 있는 갈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개신교와 불교는 팔공산 역사문화공원 건립문제와 KTX 울산역(통도사역) 병기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하였고, 이후 일부 개신교 단체가 봉은사 땅 밟기·동화사 땅 밟기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최근에는 템플스테이 예산안 삭감에 따른 불교계의 반응과 더불어 한기총 대표회장 당선자가 처치스테이 설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갈등이 고조되어 가고 있다. 심지어 언론매체에서 ‘종교전쟁’이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할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종교학회가 종교간 갈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 지난 12월 21일(화)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종교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심포지엄”은 다종교 상황에 따른 종교간 갈등의 실체를 파악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되었다. 심포지엄의 구성은 기조발표, 제1부 다종교상황과 종교간 커뮤니케이션, 제2부 종교간 갈등 극복 및 공존을 향한 길, 종합토론으로 이루어졌다. 기조발표는 윤이흠 교수가 “한국 다종교 상황의 혼돈과 갈등: 그 실상과 구조적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제1부 다종교 상황과 종교간 커뮤니케이션은 김영태 교수의 “다종교 상황의 구조와 종교간 커뮤니케이션의 방향”과 강돈구 교수의 “종교간 화합과 공존을 위한 어느 종교학자의 제언”, 신광철 교수의 “종교간 화합과 공존의 역사에서 얻는 지혜: 한국종교사의 맥락에서”가 발표되었고, 이에 대한 총평은 양은용 교수가 맡았다. 제2부 종교간 갈등 극복 및 공존을 향한 길은 박일영 교수의 “현대 한국사회의 종교적 갈등의 구조와 해법: 가톨릭과 이웃종교의 관계를 중심으로”와 박희택 원장의 “현대 한국사회의 종교적 갈등의 구조와 해법: 불교적 통찰”, 신재식 교수의 “현대 한국사회의 종교적 갈등의 구조와 해법: 기독교적 통찰”이 발표되었고, 이에 대한 총평은 윤승용 소장이 맡았다. 종합토론은 박경준 교수(동국대), 김흡영 교수(강남대), 박문수 부원장(한국가톨릭문화원), 박광수 교수(원광대), 도법 스님(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변진흥 부소장(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윤석산 교수(천도교 교서편찬회 위원장, 한양대)가 참여했다.

<< 개인적으로는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종교간 갈등을 해소시킬 대안을 마련하기란 쉽지만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종교 간의 소통과 화합에 기초가 되는 다종교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타종교에 대한 이해의 문제는 종교단체나 종교인들의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변화가 전제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즉 종교간 갈등은 단번에 몰아쳐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거시적인 안목에서 제도적인 문제부터 다종교 상황 인식 또는 타종교에 대한 이해의 태도로 차근차근 고쳐나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발표자 중 제도적 개선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부분이 있어 그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보겠다.

<<첫째, 종교 관련법을 정비하고, 가능하면 가칭 ‘종교법인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가정법원이나 행정법원을 참조하여 가칭 ‘종교법원’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셋째, 행정고시의 채용분야 가운데 ‘종무행정’ 영역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넷째, 지방 자치단체에 종무행정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문화관광체육부의 종무실에 연구 조사기능과 조사 기능을 갖추고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종교현실에 대해 보다 장기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니면 나아가서 가칭 ‘국립종교연구원’의 설립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종교 다문화사회를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여섯째, 종교학계가 종교간 화합과 공존에 관심을 보이는 종교단체나 종교계 인사들에 적극적인 관심을 지니고, 학계와 일반 사회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일곱째, 종교학 교육이 초, 중등, 대학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게 국가의 관련 기관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여덟째, 종교학계가 주축이 되고, 관련 기관이나 유관 단체, 그리고 종교계의 의견을 수렴해서 가칭 ‘종교헌장’을 제정, 공포하는 것이 필요하다.

<< 심포지엄에서는 이외에도 종교간 갈등을 한국 종교문화의 성향변화로 이해하는 분석도 있었다. 이 분석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종교문화는 과거 종교 화합에 기반을 두었던 중층적인 종교성향이 쇠퇴하고, 조직 정체성이 분명한 서구적인 멤버쉽 종교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개신교가 한국 현대사회의 종교모델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자기 수련전통을 가진 많은 동양종교들도 개신교와 같이 물량주의적이고 사회적 영향력만 추구하는 대형교회를 모델로 삼아 패권주의적이고 전투적인 종교로 변모하고 있어, 종교 간의 갈등이 더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최근 종교간 갈등의 양상은 냉전시대와 민주화 과정에서 사회 정치적으로만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각 종교들이 한국사회가 문화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종교의 성장이 멈추게 되자 문화적인 힘을 중심으로 다시 재편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은 흥미로웠다.

<< 마지막으로, 종합토론에서 나왔던 “같은 것만 추구하지 말자! 다른 것이 아름답다! 달라야 만나는 맛이 있다!”는 말을 되뇌어 본다.

방옥자_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종교학전공 winter_ok@hanmail.net

석사학위논문으로 <조선시대 무속에 나타난 색채상징 연구-『巫堂來歷』에 표현된 巫服을 중심으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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