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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25호-깨어진 정치적 주술(방옥자)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5. 2. 3. 21:28

                  깨어진 정치적 주술


                
                      

                                                      

 2014.7.29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목표였던 시절이 있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잘 사는 것’을 꿈꾸어야 했고, ‘잘 살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당연한 것으로 강요되던 시절, ‘잘 살아보세’는 마치 주문처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다. 주문의 효과였을까, ‘개천의 용들’이 곳곳에서 나타났고, 짧은 시간에 이룩한 경제 성장은 한국을 ‘아시아의 용’이라 불리게 할 정도였다.

 

 

 

 

    몇 년 전부터 정부는 그 시절의 성장 신화를 이어가려는 세력이 주도해가고 있다. 먼저 이명박 전(前) 대통령이 펼친 주술은 ‘돈 잘 벌게 해주기’였다. 이 주술에 매료된 사람들에 의해 그는 대통령이 되었지만, 5년 동안 펼친 경제 성장주도 정책은 어떤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지 못하였다. 주술의 ‘효력 없음’에 국민의 불만과 불안은 커져갔고, 정권 교체의 가능성이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제2의 성장 신화’는 아무나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앞선 ‘성장 신화’의 혈육이라야 할 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을 공유하는 보수 세력의 결속으로 정권 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최근 한국은행은 국민소득을 발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소득은 2013년에 2만 6천 달러를 넘어섰고, 2016년에 이르면 3만 달러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한다. 한국은행이 MB 정부에서 부진한 경제 성장을 현 정부의 집권 기간 동안에는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보장한 것이다. 즉 주술의 ‘효력 없음’이 ‘효력 있음’으로 바뀌는 통계치를 제시한 것이다. 게다가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신임 장관은 취임식에서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위해 전 부처와 민간의 협업 하에 미래 성장 동력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하였다. 이제는 4만 달러의 시대라고 한다. 마치 주문처럼 ‘3만 달러’, ‘4만 달러’를 외우고 있다.

 

 

 

 

    한국이 자본주의 국가를 표방하듯 지금까지의 모든 정권은 경제 성장을 지향해왔다. 하지만 각 정권의 차이점은 정책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희생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지난 MB 정권의 ‘경제 성장주도 정책’은 어떻게든 국민소득을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그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었다. 각종 규제완화와 감세 정책은 기업의 성장을 돕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기업 이기주의를 증폭시키기도 하였다. 이번 4.16(세월호) 참사만 하더라도 정부의 잘못된 경제 정책과 기업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참극이 아닌가. 그리고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는 어떠한가. 현재 국민소득 2만 6천 달러를 넘어섰다고 하지만, 국민소득의 대부분을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부채는 늘어가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이 일상화된 것처럼 부의 편중 현상은 극명해졌으며, ‘부’의 세습으로 인한 사회적 계층의 고착화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성장 지상주의가 낳은 폐해는 경제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학문을 발전시키고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비평가를 양성해야 할 대학은 존재의 이유를 투자 대비 이윤의 논리에서 찾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대학에서 인문학 분야의 비인기 학과는 정원 축소, 학과 통폐합 등의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가정 경제를 살리고, 인문학을 살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4.16(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며 기대감이 생겨나지 않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겠다던 약속은 여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보상의 책임을 지우려했던 유병언은 변사체로 돌아왔다. 이제 정부는 어떤 대응책을 내놓아 국민의 불신을 해소할지 궁금하다.

 

 

 


 방옥자_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종교학 박사과정수료
euah-bang@daum.net
석사학위논문으로 <조선시대 무속에 나타난 색채상징 연구-『巫堂來歷』에 표현된 巫服을 중심으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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