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우리 사회는 소수집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통합진보당과 구원파-
2014.12.23
지난 19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통합진보당이 해산되고 아울러 통합진보당 소속의 국회의원들도 그 자격을 상실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 같은 결정의 근거가 된 법리(法理) 해석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또 논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그러나 비선출직으로 구성된 헌법재판소가,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 존립하고 있는 정당을 해산하고, 나아가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헌법기관(국회의원)의 자격을 정지시키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라 할지라도 합당한 범죄사실이 있으면 얼마든지 책임을 물어 그 자격을 상실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범죄나 비위로 인해서가 아니라 소속 정당이 해산되었다는 이유로 선출직의 권한을 박탈당한다면 그들을 선출한 유권자의 권리는 어떻게 되는가.
또 이번에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통합진보당의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식 사회주의’로 해석된다는 점을 들었다. 물론 어떤 정당의 강령에 헌법을 부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가리는 일은 헌법재판소의 몫일 터이다. 그러나 정당 자체가 국가전복을 목적으로 구성되어 반국가적이고 반헌법적인 행위를 구체적으로 지향하고 실행했다면 몰라도, 강령에 반헌법적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그 정당을 해산하는 것이 과연 헌법재판소의 권한이고 책무인지, 법을 모르는 필자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민주국가에서 한 정당의 유용성과 해악성을 판단하는 주체가 국민이고 그 판단이 이루어지는 마당이 선거라는 사실은 오늘날 상식에 속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국민의 판단을 못 믿기에 헌법재판소라는 유능한 기관이 국민을 대신하여 판단을 해 주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동안 우리가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 온, 헌법재판소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던 말인가. 아리송하기만 하다. 우리는 과연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그러나, 이런 문제보다도 필자에게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이번 일이 소수자, 소수집단을 함부로 대하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의식(意識)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다 알다시피 통합진보당 문제는 현재 구속 중인 이석기 의원과 혁명조직(RO) 사건으로부터 촉발되었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그들의 범죄 사실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고 그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의 처벌 여부도 결정될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이석기와 RO라는 일부 구성원의 혐의를 통합진보당 전체의 문제로 귀결시키면서 정당의 해산으로까지 몰고 간 것이라 해도 사실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이석기와 RO가 현행법에 어긋나는 반국가행위를 했는지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일부 구성원의 일탈 행위가 있다고 해서 그 집단 전체의 존립을 부정하는 논리에는 수긍할 수 없거니와, 더욱이 이런 논리가 항상 소수집단에만 적용된다는 사실에 섬뜩함마저 느끼게 된다. 이와 유사한 일이 통합진보당이 아니라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일어났다면 과연 정당이 해산되는 데에 이르렀을까. 게다가 소수자, 소수집단에 대한 이런 대응방식이 특정한 사람들이나 집단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불편해진다.
우리 사회가 주류와 동떨어진 소수집단을 용납하지 못하고 이들을 배제하거나 희생양으로 삼는 경향은 종교를 대하는 방식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멀리는 1930년대의 백백교 사건, 가까이는 근래의 구원파 사건(1987년의 오대양 사건 및 2014의 세월호 사건)에 대한 당국의, 그리고 대중의 반응을 보자.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을 찾자면 교주 또는 교단의 주도 세력이 엽기적인 범죄행각을 벌였고 그러한 사실이 적발됨으로 해서 교단 자체가 괴멸 내지 지하로 잠복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사법당국이나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 사건 관련자들의 행태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또 정상적인 사회라면, 도저히 용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 관련자들을 법에 의해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 지극히 마땅한 일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반사회적 일탈행위가 있다면 그들을 단죄하면 될 일이지 그 책임을 집단에 속한 모든 사람들에게 뒤집어 씌우고 그 교단 자체를 범죄시하는 것이 가당하겠는가. 이와 같은 대응방식이, 이미 제도화되어 사회에 일정한 영향력을 가진 기성종교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것으로 생각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특정 종교집단에 대해서만 사회적으로 이런 대응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 종교집단이 기성 종교집단과 구별되는 새로운 종교집단 특히 소수집단이기 때문이리라. 이와 같은 인식은 ‘유사종교(종교와 비슷한 어떤 것)’, ‘사이비종교(종교와 닮았지만 아닌 어떤 것)’라는 표현에 이미 함축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소수이면서, 옳든 그르든 대다수의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나 보기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집단은 특히 미움을 사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우는 일이 옳은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소수집단을 매도하고 소거시키려는 기도(企圖)가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사회를 과연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생각이 우리와 다르다고, 그들로 인해 우리의 마음이 불편하다고, 잡초나 해충을 없애듯이 박멸해 버린다면 이것이 진정 사람이 사는 세상이겠는가. 농약으로 잡초와 해충을 말끔히 제거해버린 땅에서 농사가 어떻게 되는지 이제는 누구나 알지 않는가.
김호덕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실장
serkha1202@hanmail.net
'뉴스 레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8호- 새해 인사드립니다(정진홍) (0) | 2015.02.03 |
---|---|
347호-2014년을 되돌아보니(장석만) (0) | 2015.02.03 |
345호-서울 인권헌장 파기 사태를 바라보며(김윤성) (0) | 2015.02.03 |
344호-뇌, 의식, 영혼의 엉켜버린 회로를 푸는 프로젝트(전철) (0) | 2015.02.03 |
343호-하반기 학술회의 참관기(이민용) (0) | 2015.02.03 |